그날은 토요일 4교시였지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고
내 자리는 맨 뒷줄 창가여서 졸음이 쏟아졌어

꾸벅꾸벅 졸고 있으니 누가 와서 깨우더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그녀가 말했어
"오빠가 좋아요"
라고...

얼떨결에 우리는 사귀게 되었지
2년 정도 사귀긴 했는데
서로 문자 주고 받는거 말곤 한게 없어
나는 완전 쑥맥이었고 걔는 스킨쉽을 거부했거든
그런데 내가 고등학교 들어가자 헤어지자고 하더라

내가 놀라서 "왜? 무슨 일 있어?"라고 하니까
"오빠.. 사실 저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그게 누군지 알 수 있을까?"
"3학년에 xxx언니..."
그녀는 사실 레즈비언이었던거야
나에게 호감 같은건 전혀 없었고
레즈비언이라는걸 숨기기 위해 날 골랐다더군
'오빠가 좋은 사람 같아서' 라던가 '잘해줄거 같아서' 같이
듣기 좋은 소리로 포장했지만
결국 그거였어
내가 모태솔로에다가 찐따같아서 가지고 놀기 딱 좋았다는거
너무 충격 받아서 손이 덜덜덜 떨리는데
걔가 "레즈비언이라니 이상하죠?"라길래
반사적으로 충격받은걸 숨기고 이렇게 말했지
"이상하다니? 뭐가 이상해.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일 뿐이잖아."

집에 어떻게 돌아갔는지도 모르게 멍하니 돌아가서
정신을 차러보니 열시 사십분이더라
피곤하다... 이제 자야지... 하고 눕는데
그제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정말 좋아했는데....
첫사랑이었는데....
네가 고백만 안했더라도 널 좋아할 일은 없었을텐데....

내 병신 같은 첫사랑 이야기.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