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물건은 Cold Harvest. 대숙청 시기의 소련을 배경으로 하는 시나리오가 실린 7판용 서플먼트다.

기본적으로 막장이 된 Krasivyi Oktabyr-3이라는 국영농장(Sovkhoz)을 배경으로, 플레이어들은 이 국영농장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들은 상관에게 여기에 대해서 조사하라고 파견된 NKVD의 요원들을 플레이하게 됨. 당연히 템도 빵빵하게 주고, 아예 예제 캐릭터도 제공해 준다. 다만 의외로 소련스러운 요소는 몇 개 빼고 없는데다 있어도 배경상 잘 안 돌아간다...


신용도(Credit Rating)

당대 소련에서는 이게 엄청 중요한 요소로 간주됨. 공산주의 사회다보니 재력이 아니라 "당성" 어쩌고 저쩌고 하는 당 내에서의 지위 / 충성도가 이걸로 나타나거든... 따라서 저게 까이면 막 반동분자 취급받아서 굴라그도 구경가고 그럴 수 있는 스킬이다. 다만 실제로 농장에 가서는 별로 쓸 일이 없다.


편집증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던 사회니만큼 키퍼가 이 점을 활용해 각각의 플레이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이것도 위와 마찬가지로 실제로 농장에 가서는 별로 쓸 일이 없다.


스포일러는 덮어둠.


이 서플먼트 시나리오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정답" = 이성을 키퍼가 회복해주고 뭐 그러는 시나리오의 해피엔딩 결말이 규정되어 있던 기존의 레일로드에서 벗어나서 여러 가지 선택지를 던져준다는 거임. 일단 시작부터 반동분자 제보받기 / 생산량이 떨어지는 국영농장을 높으신 분이 가기 전에 미리 조사해 상황 처리하기 중 하나로 시작하고, 둘 중 뭘 택하느냐에 따라서 사용 가능한 전개의 폭도 어느 정도 달라진다. 더 골때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신화생물은 딱 하나 나오고, 아예 출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임. 다만 그럼에도 의외로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는 물건인데, 왜냐면 이 시나리오의 끝판왕 격인 유일한 신화생물이 를로이고르(Lloigor)라고 파충류 폼 / 에너지 폼으로 변신 가능하고 염동력을 잘 쓰는 신화생물인데 꽤 세거든... 근데 이놈이 인간들의 정신 에너지를 빨아먹기 때문에 주민들이 쇠약해지고, 추가적으로 다양한 돌연변이까지 일어나는데다 이놈에게 반쯤 조종당하는 상황임. 일단 키퍼가 저놈을 꺼내서 작정하고 탐사자들을 줘패려들면 총에다 TNT까지 써 가면서 맞서야 한다.... 그것도 를로이고르가 에너지 상태가 아닐 때나 대결이 되는 거고. 다만 이놈은 흡수할 정신 에너지가 없어서 수천 년간 동면하다 최근 깨어나서 밥먹는 중이라 귀찮은 일을 피하기 때문에 키퍼가 원한다면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진행해도 상관없다. 쉽게 말해서 키퍼는 일단 탐사자들이 오게 되면 이것저것 괴상한 상황을 던져주면서 반응을 보면 됨. 개인적으로는 딱 공산주의 버전의 던위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식이다보니 다양한 전개가 가능하고 엔딩이 레알 대박치는 물건이 나왔는데....


그냥 상황을 보고 마을을 빠져나가 방치한다 / 주민들을 다 죽인다 / 문제가 되는 가족을 굴라그로 보낸다 / 주민 전체를 굴라그로 보낸다 / 주민들을 도망치게 해 준다 / 주민들을 정신병원에 보낸다  / 군에 지원을 요청해 마을을 초토화한다 / 끝판왕을 쓰러뜨린다 등의 다양한, 어찌 보면 기존의 레일로드 관점에서는 꽝인 선택지가 주어지는데 이게 다 "충분히 가능한 엔딩" 취급인데다 주민들을 굴라그나 정신병원에 보내서 절반쯤 죽게 해도 여기서 돌연변이가 되어가며 모두 말라 죽는 거 보다는 낫다는 의미로 소량의 보상이 주어진다.... 다만 진짜 엔딩은 그게 아니라 본격 소련식 마무리. 상관에게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게 서로 내용이 안 맞는 게 나올 때마다 Credit Rating이 까이고, 초자연 현상 같이 소련 정부가 부정하는 요소를 언급해도 까이고.... 문제는 얼마나 저게 까이냐에 따라 탐사자들의 미래가 정해져서 최악의 경우 굴라그로 끌려가거나 처형될 수도 있다... 


아, 를로이고르라고 굳이 읽은 이유는 옛날 옛적 위어드테일즈 시절의 번역을 반영해 봤음.

사실 로이거라고 읽는 게 일반적이겠다만 동명의 신격체가 있다보니 얘는 걍 앞으로도 를로이고르라고 부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