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약속 갔다가 집에 11시 반쯤 들어왔는데, 컴퓨터가 고장나서 열심히 고치고 나니까 이 시간이네.
노트북을 거의 7년 가까이 썼더니 노환으로 가실때가 된듯. 새로 사야 하나.... 어쨌든 많이 늦었지만 계속 써 보겠음.
때는 1876년 3월. 남북전쟁이 끝난지는 어느새 20년도 더 지났지만, 북미 대륙은 이미 오래 전 부터 이어지고 있던
또 다른 비공식적 전쟁으로 인해 여전히 피를 흘리고 있었어. 소위 말하는 '인디언 전쟁'이 바로 그것이지
.
특히 1862년에 촉발된 다코타 전쟁은 미 연방 정부와 수우 족 사이에 피비린내나는 대규모 학살을 불러일으킨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이 전쟁은 백인들의 횡포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인디언들 중 일부가 분노하여 어느 백인 농장의 민간인 가족들을 무차별하게 살해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해.
이에 미 연방정부는 이러한 인디언들의 공격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반격하여 더 많은 인디언들을 죽이고, 그들의 땅을 빼앗았지만.
결국 여러 인디언 부족의 게릴라전으로 피해가 누적된 미 연방정부는 1868년 라라미 조약을 체결해 불안한 평화를 얻어내게 되지.
이렇게 지난 7년 동안 백인들과 수우 족 인디언들은 전면적인 유혈사태 없이 다시 한 번 공존과 화합을 모색할 수 있는 여유를 얻게 되었어.
'시어도어 어윈' 그러니까 테드 숙부가 운영하고 있는 '하이 록' 농장의 인디언들과 조슈아처럼 말이야.
그러나 '만들어진 평화' 따위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어. 2년 전 블랙 힐스의 금광을 놓고 백인들과 수우 족 인디언들 사이에 마찰이 벌어지게 되면서
분노와 증오. 그리고 두려움이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의 곁에 다시 -그러나 소리없이- 스며들기 시작했고. 어느덧 전쟁의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어.
지구상에서 가장 민감하게 그 냄새를 느낄 수 있고, 동시에 퍼트릴 수도 있는 유일한 동물은 오직 단 하나뿐일거야.
바로 인간들이지.
크레이지 홀스가 이끄는 수우 족 인디언들은 계속된 이주와 백인들에 대한 침탈에 분노해 당장이라도 들고 일어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이 땅에 주둔하게 된 조지 암스트롱 커스터 장군이 이끄는 미국의 제 7기병 연대는 그런 분위기를 마른 들에 퍼지는 불길처럼 점점 더 가속시키고 있었지.
그리고 그 냄새가 더욱 짙어짐에 따라 이러한 긴장은 기존의 이해관계를 두고 대립하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 사이에 있던 선량한 사람들에게까지 퍼져나가기 시작했어.
이제 막 눈이 녹기 시작한 사우스 다코타의 하이 락 농장에 찾아온 손님들은 바로 그 불행한 전주곡의 연주자였지.
그 손님들은 바로 미 육군 제 7기뱅연대의 George Wilhelmus Mancius Yates 대위와 그의 부관이었고, 커스터 장군의 측근 중 한 사람이자 유능한 기병대 장교였어.
커스터 장군은 곧 예상되는 인디언과의 전투 전에 최대한 여러 부족을 적의 대열에서 이탈시키기 위해서 회유책을 구사하고 있었고,
그러한 목적의 일환으로 백인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적대적인 부족들에게 보낼 사절을 인근 주민 중에서 찾는 중이었지.
예이츠 대위는 이러한 커스터 장군의 뜻을 이 지역의 친-인디언파 명사 중 하나인 테드 어윈에게 전달하고,
군을 위한 중재자가 되어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기로 한 거였어.
조슈아는 군의 접촉이 영 꺼림칙하다는 듯이 굴었지만, 테드 숙부가 직접 내린 결정인데다가, 어쨌든 그들이 하려는 일은 이 지역 인디언들과의 평화를 위한 일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를 마지못해 수락했지. 어쩌면 그냥 자신의 아내인 '여름 그늘'과 4살배기 아들인 '조용한 데이빗' 덕분에 간신히 가지게 된 작은 평화를 깨어뜨리고 싶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고.
이 농장에서의 삶이야 말로 가족들의 그림자에서 도망친 조슈아가 가질 수 있었던 유일한 도피처이고, 안식처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며칠 뒤, 예이츠 대위와 그 부관이 하이 락 농장에 찾아왔고 조슈아는 아내와 어린 아들의 배웅을 받으며 수우 족의 영토로 떠나게 되지.
말에 박차를 가하기 전, 아내와 아들을 돌아보며 "금방 다녀올게" 라며 의연하게 작별을 고했지만, 어쩐지 그들의 모습이 계속 눈에 밟히는 듯 했어.
예이츠 대위는 조슈아가 동부 출신이며, 인디언들과 결혼했다는 사실에 조금 의아해하기도 했지만 멀리 뉴욕의 올바니에서 자신의 아내가 인디언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하루 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게 되면서. 그들의 서먹서먹한 태도는 조금 풀어지게 되었고. 둘은 고향에 있는 자신들의 가족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로를 이어갔지.
수우 족의 영토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조슈아의 생각보다 심각해 있었어. 그간 "이 지역의 인디언들은 걱정할 것 없다"고 예이츠 대위에게 누누히 말해 왔던 조슈아였지만, 인디언들은 생각보다 더 그들을 적대적으로 대했고, 그들 주위를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르거나 위협하기도 했어.
조슈아는 예이츠 대위와 부관에게 애써 그들의 환영인사라고 무마를 해 보려고 했지만, 이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읽은 기병대원들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지.
수우 족의 일파인 미네콘주 부족의 추장, 론 혼(외뿔)과 대담하게 된 조슈아는 백인들의 타협안을 제시하고, 백인들과 인디언들 사이의 충돌을 방지하려고 했지만, 론 혼은 완강하게 이를 거부했어. 론 혼은 백인들이 지금까지 수우 족을 속여왔던 것이 한두번이 아니며, 지금처럼 백인들에 의해 수우 족이 계속해서 밀려나기만 한다면 수우 족은 더 이상 수우 족으로 남을 수 없게 된다며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말했지. 조슈아는 필사적으로 이 상황을 무마해보려 했지만, 그가 바꿀 수 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거야.
기병대원 둘을 돌려보내고, 하이 락 농장으로 돌아가려는 조슈아에게 론 혼은 혼자서 할 말이 있다며 그를 천막 안으로 다시 불러들였어.
그리고는 그와 그의 부족들의 친구인 '선량한 조슈아'에게 나지막하게 이야기를 시작했지.
"내 조카인 크레이지 호스는 내게 외뿔은 어느 편인지를 묻소.
외뿔의 편은 분명하오. 그는 동족들의 편이고. 그가 속한 땅의 편이오.
우리 삶을 보살피고 지켜봐주는 위대한 정령들의 편이오.
외뿔이 망설이는 것은 단 하나오, 선량한 조슈아.
외뿔의 결정이 그의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것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오.
조슈아와 그 삼촌은 누구의 편이오?
지금껏 이 땅과 물의 축복을 함께 나누고 친구가 된 우리요? 아니면 그의 피가 속한 사람들이오?
조슈아가 편을 정하고 싶지 않아도, 곧 전쟁이 그로 하여금 편을 정하게 할 것이오.
외뿔은 조슈아를 존중하오. 그것은 조슈아가 강하거나 지혜롭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외뿔과 그의 사람들에게 보인 친절과 우정 때문이오.
그러니 외뿔은 조슈아가 어느 편에 서든 그를 친구로 대할 것이오.
그러나 크레이지 호스를 따르는 전사들 중에는 마음 깊이 분노를 품은 자들이 많소.
그들은 백인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빼앗겼기에, 분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겼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복수요.
하지만 그들은 분노의 불이 내뿜는 열기에 주위를 잘 둘러보지 못하오.
그들은 자신들의 적을 마음으로 찾지 못하고, 피부색으로 찾을 것이오.
크레이지 호스가 그런 전사들을 여럿 데리고 왔다. 저 먼 들과, 굽이치는 강과, 솟아오른 산들 너머로부터 말이오.
테드와 조슈아는 외뿔의 친구이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을지도 모르오. 그러니 조심하시오.
이 광기가 다른 지역으로 번질 때까지 조슈아는 이곳을 떠나있는 게 좋을지도 모르오.
어쩌면 외뿔과 그의 사람들은 백인들에 의해 이 땅에서 쫓겨나거나, 죽임을 당할지도 모르오.
하지만 조슈아까지 외뿔의 동포들에게 그런 일을 당할 필요는 없소."
그것은 조슈아가 백인들을 수우 족의 영토까지 데려 온 것을 책망하는 것도, 어째서 백인들의 편에서 수우 족에게 불리한 타협안을 제시하냐는 추궁도, 조슈아가 어느 한 쪽 편에 설 것을 강요하는 것도 아닌. 진심으로 조슈아와 그의 가족들을 걱정했기 때문에 하는 말이었어.
조슈아는 론 혼의 깊은 마음과 배려에 고마움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상황을 바꿀 힘도 논리도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과 비참함을 느꼈지.
그렇기 때문에 조슈아가 그에게 줄 수 있는 대답은 단 하나뿐이었어.
충고는 고맙지만, 자신 또한 이 땅에 남겠다고 말이야. 수우 족과 마찬가지로 조슈아에게도 이 땅은 그의 고향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조슈아가 할 수 있었고, 해야 할 일은 그저 농장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었지.
이튿날, 조슈아가 농장 근처까지 왔을 때였어. 그는 언덕 아래에서 '마치 뱀의 혀처럼' 구불구불하게 피어오르며 탐욕스럽게 하늘을 핥는 검은 연기를 목격했지.
그것은 바로 농장 쪽 방향에서 피어오르고 있었어.
박차를 가해 농장까지 말을 달린 조슈아가 목도한 것은 사방에 죽어있는 소와 말들, 그리고 농장에서 일하던 인디언 일꾼들, 그리고 불타고 있는 하이 락 농장이었지.
말에서 내려 농장까지 한달음에 뛰어간 조슈아는 목에 심한 자상을 입고 죽어가고 있던 그의 인디언 친구 '땀흘리는 말'이 땅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 그는 조슈아에게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목을 너무 깊게 다친데다가 무엇보다도 조슈아에게는 한가로이 그가 말하길 듣고 있을 시간이 없었어.
친한 벗을 거세게 끌어당겨 뜨겁게 안아 준 다음에 조슈아는 불타고 있는 농장 건물로 달려갔어. 문 고리는 그가 붙잡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지만, 그에게는 거리낄 게 없었지.
발로 차서 문을 열어젖힌 다음에 그가 본 것은..... 땅에 쓰러져 있는 정체 모를 인디언 전사와, 등에 도끼가 꽂힌 채 죽어 있는 테드 숙부.
그리고...
식탁 주위에서 머릿가죽이 벗겨진 채 끔찍하게 살해당해 있는 그의 아내와 아들의 시신이었어.
부릅뜬 두 눈과 입에서 흘러내린 피는 그들이 머릿가죽이 벗겨지는 동안 살아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고
침략자의 자식을 가졌음에 대한 보복이었을까? 그의 아내는 눈,코,입이 얼굴에서 도려내진 다음에, 배를 가르고 자궁이 적출된 채로 식탁 앞에 앉아 있었고
그의 네 살배기 아들 '조용한 데이빗'은 그 옆에 목이 매달린 채 내장을 바닥에 쏟아내고 있었어.
조슈아는 세상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듯한 오열을 터트리기 시작했어. 그리고 어느새 그 오열은 짐승과도 같은 포효로 변하기 시작했지.
그는 길길이 날뛰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찢어발기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어.
그가 길들여지지 못한 분노를 토했어야 할 정당한 대상은 그의 가족들과 친구들을 살해한 이름 모를 인디언 전사들이었지만, 조슈아가 농장에 돌아왔을 때 그들은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거든. 그에게 남은 유일한 단서는 그들이 전쟁의 표식으로 농장에 남기고 갔던 도끼 한 자루 뿐이었어.
실버팽 갤리어드 조슈아 어윈의 First Change(첫 변신)는 그렇게나 잔인하고 끔찍하게 찾아왔고, 동시에 아무것도 풀린 게 없이 끝이 났지.
그가 가지고 있던 분노와 복수심은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 채. 인디언들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만 더욱 깊게 새겨놓았을 뿐.
그리고 한 달 뒤, 보스턴의 '웹스터 호수' 근처에 남루한 행색의 남자가 하나 나타났어. 이 셉트는 보스턴의 실버 팽 셉트가 위치해있기 때문에 셉트의 와더(Warder : 감시병)들에 의해 엄중하게 지켜지고 있었지. 전원이 실버팽 워울프들로 구성된 와더들은 그에게 총을 겨누며 포위했고 그 중 가장 선두에 서 있던 팩의 알파. '데이빗 어윈'은 정체 모를 부랑자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되었지.
그는 자신의 동료들에게 경계를 거두라고 지시하고는 그에게 다가가 ".....조슈아? 아니,.. 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경악했어.
정체 불명의 부랑자는 바로 오래 전에 집을 나가 사우스 다코타에 있는 가문의 농장에서 지내고 있던 그의 동생 조슈아였던 거지.
조슈아는 형에게 "인디언들이 나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갔고, 자신은 늑대인간이 되었다"며 마치 분하다는 듯이.
그러나 어째서인지 조금은 안도하는 듯이 형의 품 안에서 울음을 터트렸어.
자신에게 숙부와, 친구들과, 아내와 아들을 가져간 인디언들에 대해 복수를 다짐하며 흐느끼는 조슈아를 본 형은
아무 말 없이 상처입은 어린 동생을 꽉 끌어안아 보듬어주었지.
어찌되었든 지금은, 내 동생이고.
내 '가족'이니까.

Rite of Passage 이야기는 내일 마저 적는걸로...
늑대감동 ㅠㅠㅠ 마지막 짤 감동 ㅠㅠ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