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뤄볼 물건은 고전 명작 모노그래프인 Ripples of Carcosa...는 아니고 사실 이게 뜬금없이 7판본으로 2014년에 정규 서플먼트로 재판됐어서 이제 정규 서플먼트다 ^^. 카르코사라는 지명이 언급된 데서 크툴루 신화 좋아하는 사람은 알아차렸겠지만 하스터 관련 서플먼트로, 기본적으로 각각 로마시대, 중세, 미래 배경으로 하스터와 얽히는 시나리오 3개가 나오고 각 시나리오마다 캐릭터 6명을 제공해 준다. 어차피 이거 원판이 나오던 시절에는 크툴루 인빅투스도 모노그래프였으니 뭐 이해하자.
하스터(Hastur)
이 서플먼트의 진 주인공. 황색의 왕(King in Yellow)외에도 추가로 두 가지 화신 버전으로 출연하며, 하스터가 누군지 모르는 키퍼를 위해서 아예 이 서플먼트 시작이 얘와 얘하고 관계된 물건들에 대한 소개글이다. 아니 왜 하스투르가 아닌가여 할 거면 그냥 하스투르라고 알아서 부르셈. ^^
하스터 지식(Hastur Lore)
하스터 관련 지식. 하스터와 관계된 걸 보거나 들으면 올라가는 크툴루 신화 스킬의 다른 버전인데, 하스터 관련 떡밥에만 오르는 대신 3배쯤 잘 오르고 이성 최대치에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하스터 투성이인 이 서플먼트에서는 상당히 유용한 물건.
사교도 교단 예제
각 시대별로 있을 법한 사교도 예제를 준다. 그 시대 서플먼트를 갖고 있다면 참고할만한 내용인데 많이 돌리는 시대 배경이 없으니까 사실상 엄청 큰 도움은 안 된다고 보는 게 정신건강상 좋은 물건들이라 생각됐다.
스포일러는 덮어둔다.
왕의 도착(Adventus Regis) - 로마시대 배경
이탈리아 남부에서 하스터를 숭배하던 예술가 사교도 중 하나가 자다가 꿈을 꾸고, 그걸 대본화했다.... 그리고 대본을 보고 너무 감동받은 동료들은 "어머 이건 꼭 상연해야 해!"하고서 유명한 휴양지의 원형극장을 대여하고 관객들에게 황색 문장(Yellow Sign)이 새겨진 청동 기념품도 주문하면서 상연을 기획하게 된 상황. 물론 얘들이 감동받은 이유는 이걸로 공연하는 것을 일종의 의식으로 삼아서 하스터를 강림시켜 보려는 것. 물론 이 과정에서 휴양지 마을 주민들의 정신상태는 개판 5분전이 되어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붕괴하는 그런 상황으로 변해간다. 왜냐면 쟤들은 성공했거든.... 그래서 사교도 지도자의 육체를 매개로 강림한 하스터의 화신인 "뼈가 없는 자(Boneless One)"은 대본 작가한테 "야 근데 네가 쓴 거 내가 첨삭 좀 해 줘야 겠다"하면서 훨씬 더 개막장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버전으로 첨삭을 해주고 앉아있음.... 다만 뼈가 없는 자는 별로 싸울 의사가 없다. 어차피 하스터는 강림하기는 쉬운데 알데바란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면 = 해가 떠오르는 시점 이후에는 지구에 못 있는다는 패널티가 있어서 지구에서의 일에는 다른 애들보다 크게 연연 안 하는 타입이라.... 문제는 저 대본 작가가 쓴 대본인데, 저게 바로 "황색의 왕" 대본의 기반이 된다는 게 CoC의 설정임.
황색 왕의 사자(Herald of Yellow King) - 중세시대 배경
배경은 1080년 영국. 그러니까 노르만 촌놈들이 색슨 족 지배자들을 몰아낸 지 좀 된 시기인데, 이 시기에 신화생물들에 맞서왔던 드루이드 일파 하나가 세월의 흐름 속에 대가 끊기게 생김. 그런데 마지막 생존자가 노르만 놈들이 색슨 족 문화를 갈아엎고 자기네 일파의 상징이던 나무도 베어버린 뒤에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 것에 아주 개빡쳐서 자기는 곧 죽을 테니 상관없겠다, 네놈들도 시박 어디 다 개판되어 봐라 하고 황색 왕의 사자를 자처하면서 황색의 왕의 기반이 되었던 이야기를 막 퍼뜨리고 사람들의 생명력을 흡수해 회춘하기 시작함. 문제는 이 어르신이 레알 만렙드루 겸 바드라 썰 좀 풀었다고 마을들이 아주 개판이 됨. 무슨 이니스트라드에 나올 꼬라지로 만들어 놓더니 후반부에는 아예 주변 영역과 카르코사를 일체화시키는 짓도 저지름. 그래서 이미 개판이 된 마을들을 돌다 성에 돌아오면 이미 저 어르신이 와서 이야기보따리를 풀면서 성도 개판으로 만들게 됨. 다만 이 어르신도 빡돌아서 일을 저지른 거라 잘 하면 설득이 가능한데.... 그게 안 되면 개판이 되기 전에 죽여 없애야 함. 개판이 된 상태에서는 저 드루이드가 안 도와주면 손 쓸 방도가 없음.
카르코사의 상속자(Heir to Carcosa) - 미래(2140년대) 배경
이것이 미래세계다! 크툴루편이 되어서 신격체들이 지구를 뛰놀고 걔들의 노예 내지는 장난감이 되지 않은 소수의 인류가 화성에 은거하고 있는 상황. 뭔가 이상하지만 그렇다고 한다. 왜 이상하냐면 산-찬(Tsan-Chan) 제국이 5천년대고 랜돌프 카터의 후손인 픽맨 카터가 몽골족을 호주에서 내쫓은게 2169년이라.... 다만 여기에는 더 골때리는 제3세력이 있는데 식민지 연맹 연합(UCC, United Colonial Coaltion)이라는 집단이 소행성대에 식민지를 세우고 은거 중임. 이 집단은 진짜 썰을 안 풀 수 없을 정도로 골때리는데... 50년대 인류를 연구하러 파견된 이스인 셋이 본체가 쇼고스에게 습격당하는 사고를 겪어서 지구인의 육체에 묶이게 됐다는 설정임. 그래서 얘들은 생각해보다가 이렇게 된 이상 인류를 보호한다!하고 이것저것 인류를 발전시킬 물건을 사회에 몰래 내놓으면서 아예 1970년대에 소행성대에 식민지를 세우고 이주자를 비밀리에 모집함. 딱 바이오쇼크에서 나올법한 아이디어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가기 싫다는 사람은 파란 알약.... 아니 이스 기술을 사용해 기억을 지우고 돌려보내면서 인원을 모으다가 1985년도에 러시아 애들이 이상한 걸 봤다는 소식을 듣고 알아보니 옛 것(Elder Thing)들이라고 여겨져서 사절단을 보내 교섭을 시도함. 남극과는 달리 도시도 안 남았는데다 광기의 산맥 원정대와는 달리 예의바른 사절단의 행동에 옛 것들도 얘들에 합류함. 그래서 식민지도 확장하고 이종족들이 하하호호 사는 사이 2045년에 르뤼에가 부상하고 2055년에 신격체들이 뛰놀면서 지구가 대충 망해버린 상태.
과학기술력은 뭐 레일건 나오고 우주선 나오고.... 흔한 SF 수준. 다만 특이한 점은 "가상 현실"의 형태로 드림랜드에 들어가는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 정도다. 다만 프로젝트 오리가미라고 신격체들이 이쪽에 관심을 갖기 전에 시공간을 접어서 은하 밖으로 도망갈 궁리를 하는 수준인 듯. 외교 관계로는 일단 그레이 외계인의 모습으로 위장한 미-고가 나오는데, 옛 것들 입장에서는 "이 버섯새끼들"이고 이스인들도 쟤네 안 좋아하고, 인간은 일단 미-고 쪽에서 별로 안 좋아한다.... 다만 미-고들은 중요한 광산이던 지구가 신격체들 놀이터가 되어버려서 이제 UCC와 무역을 좀 해 보려고 하는 중이고, 협상을 위해서 프로젝트 오리가미에 쓸만한 자료와 기타 정보를 좀 뿌림. 기타 정보가 뭐냐면 하스터와 카밀라(황색의 왕의 등장 인물) 사이의 자식인 타실다 공주(Princess Tassilda)가 소행성 하나에 봉인되어 있어서, 하스터의 추종자들이 우주선으로 그걸 찾으러 가서 풀어줬다는 거... 얘도 아빠처럼 문학적 소양이 출중해서 "카르코사의 상속자"라는 대본을 써서 뿌린 전적이 있긴 한데, 여기서는 그리 크게 중요하진 않은 거 같다. 더 큰 문제는 얘를 가둔 하스터가 "나중에 네가 풀려나면 너한테도 아빠가 영지를 하나 만들어 주고 아빠처럼 신격체로 만들어 주마"라고 선언했기 때문에 재수없는 경우 소행성대 전체가 웬 듣보잡 신격체의 놀이터가 되게 생김. 그래서 막 사교도들이 탔던 우주선도 가 보고, 내부의 가상현실도 뒤져보고... 그러다 타실다 공주를 어찌어찌 물리치면 "니들이 내 딸 때렸냐"하고 하스터가 먼 곳에서 온 포식자(Feaster from Afar)라고 뇌를 빨아먹는 괴물 버전의 화신으로 강림함. 싸우던지 도망치던지 해서 끝내면 되고... 뒷 이야기는 결국 인류+옛 것 연합이 프로젝트 오리가미에 성공해 이 지옥같은 은하계를 떠나 다른 은하 어딘가에 새로 정착한다는 훈훈한 에필로그로 끝난다. 비교적 정통파 러브크래프티안에 가까운 = 후대 작가들의 재해석 다수를 거부하는 내 입장에서는 영 맘에 안 드는 과거 배경이 아쉬웠던 시나리오.
기시감 / 과거의 기억
진짜 중요한 옵션 요소인데... 스포일러라 접어 둠. 사실 이 3개의 시나리오는 하나의 캠페인으로 묶어 쓸 수 있는 "옵션"이 존재하고, 이 경우 각 시나리오의 탐사자 캐릭터들은 과거 캐릭터의 환생으로 간주한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매개체는 일단 황색 문장으로 하고, 어떤 매개체를 통해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이성을 소모한다는 컨셉임. 각기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캠페인을 짤 때 굳이 시간 여행 같은 옵션을 쓸 생각이 없다면 써 볼만한 요소라 생각됨.
그런데 이거 하는 분들은 계신가요?
나도 모노그래프 버전으로 6판때 중세편 시나리오 돌려 봤던 게 다라...
모노그래프가 뭐야?
그러니까 카오시움이 반쯤 회사 로고만 붙여주는 식으로 관리하고 PDF로만 팔아먹던 소규모 서플먼트. 현재는 정책이 바뀌어서 더 이상 나오지 않는데, 의외로 골때리는 거 많은 물건들임. 전에 소개한 Cthulhu Dark Age 서플먼트들도 다 이쪽 계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