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역사물"을 할 때는 미시사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걸 아주아주 많이 좋아함.
왜냐면 내가 다루는 물건은 대개 CoC / CDA 그런 거니까, 이 쪽은 어느 정도 큰 틀의 역사적 흐름은 현실과 동일하게 유지되는 세계관을 다루고 있으니 가급적 캠페인의 내용이 겉... 그러니까 거시적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을 수록 마음이 편해짐. 그래서 기본적으로 배경을 짤 때는 대부분 도시 외곽 지역이나 농촌 마을 등 어느 정도 자급자족이 가능한... 그러니까 언제라도 내가 수틀리면 가두리 양식장으로 바꿔 놓을 수 있는 공동체로 짠 뒤에 기본적으로 그 시공간에 있을 수 있는 것 / 없는 것 등과 일상적인 관습 등을 설명하고, 배경 지역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직업들은 적당히 우겨넣을 자리를 만들어 놓고 시작함. 예를 들어서 학자...라면 영주 / 지주가 초빙했다거나, 귀족이라면 역시 영주 / 지주의 가족이나 친구라든가 뭐 그럴 수 있겠다는 식으로 말이지. 대신 딱 한 캐릭터. 그러니까 지역을 통제할 권한을 가진 인물은 무조건 NPC로 정한다. 좀 재미있게 하려면 그 인물을 직접 거기 박아놓기보다는 좀 더 플레이어들이 휘둘러보기 쉬운 NPC인 "대리인"을 내세우는 게 좋았었음. 그리고 유명 인사는 사실상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개념으로 파티가 NPC들과의 문제가 생겨 꼬였을 때쯤 미리 떡밥 던져놓은 인물 하나 등장시켜서 상황을 풀어본다거나 그렇게나 쓰는 편이었고.
그렇게 배경을 짜 놓고 이것저것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끼어들 자리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비밀"을 숨길 차례임. 캠페인의 경우는 대개 스케일 크게 "신격체와 연결된 뭔가"가 숨겨져 있고 그게 끝판왕이라는 설정을 짠 뒤에 그것의 존재로 마을 곳곳에서 이상한 현상이 간간히 일어나는... 그러니까 이토 준지의 명작만화 "소용돌이" 같이 옴니버스식 전개로 스토리를 다루는 쪽(사실 던위치 소스북으로 캠페인 굴리는 것도 이와 유사하다)이거나 혹은 배경 시기의 큰 사건 하나를 놓고 그 여파가 작은 마을에 어떻게 미치는가... 정도로 진행을 하는 편을 좋아했음. 다만 단편 시나리오는 그냥 "작은 비밀" 선에서 정리하고 치움. 예를 들어서 옆집 아저씨가 미-고의 요원인 게 들키게 되었다든가 뭐 그런 식으로 진행했음. 다만 플레이어들의 지위에 따라서 저 비밀의 사이즈가 달라져서 옆집 아저씨가 미-고의 요원인 수준에서 막 인근에서 명망높은 학자가 사교도 집단의 두목이라든가 뭐 그런 식으로 바뀌고 그랬긴 함.
당연히 이런 스타일의 단점도 몇 개 나오던데, 하나는 일단 준비하는 마스터가 원하는 역사적 시공간을 구체화 하기 위해서 미시사 관련 서적을 읽든지 해서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 문제는 내가 뭐 듣보잡 동네 배경으로 해보고 싶어지면 진짜 번역서가 없어서 고생하기 딱 좋은 방식이라.... 둘째로는 그렇게 만든 배경에 플레이어들이 채워넣은 캐릭터를 어떻게 잘 묶어서 이야기를 돌릴 것인가... 하는 점. 일단 캠페인의 경우도 파티가 1~2회쯤 간단한 문제를 해결하면 관성적으로 유력자 NPC가 저번에 문제를 해결한 애들을 다시 부려먹는 전개로 비교적 손쉽게 문제에 밀어넣을 수 있긴 한데 이거도 몇 번 하면 매너리즘의 문제가 생겨버려서... 혹은 아예 마을에 자경단 같은 개념의 조직을 둘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았다.
왜 여기에 비추가 박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