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가 대표적인데, D&D의 핵심 구조는 '기동이 제약된 공간에서 파티 레벨에 맞거나 좀 더 강한 몬스터를, 파티가 협력해 최적화된 전술을 짜내서는 맞다이를 까 죽여 경험치를 얻고 성장한다'임. 그런데 암살은 원래 그 정의 상 상대가 맞다이를 예상하거나 대비하지 못할 때(잠잘 때 침실에 잠입해 목을 따거나, 음식에 독을 타는 등) 일방적으로 죽이는 거임. 그리고 맞다이로는 도저히 이기지 못해서 암살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암살을 재미있게 하려면 파티가 협력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순차적으로 상대가 맞다이를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막타를 쳐서 죽인다... 는 상황으로 가야 함. 이러려면 세션 전체가 상대의 암살을 목적으로 해서 장면이 짜여야 하고. 예를 들어서...


1)겉으로는 합법적인 사업을 하지만 뒤로는 노예와 마약 거래를 하는 악덕상인을 죽이기로 계획했다

2)그런데 늘 고레벨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맞다이로는 죽일 수 없다

3)악덕상인에게 거짓 거래를 제안해서 현장으로 불러낸다. 당연히 그냥 부르면 의심할 테니 물밑 작업이 필요하다(이미 거래하던 다른 상인의 정보를 얻어서는 그의 대리인인 척 문서를 위조하고, 변장하는 등)  

4)현장에서 마법사의 환상마법으로 모습을 숨기고 있던 파이터가 공격한다. 악덕상인의 경호원들이 그에 맞섬

5)혼란을 틈타 악덕상인에게 로그가 접근. 부하인 척하면서 도주용 마차를 준비해뒀다고 한다

6)마차로 데려가는 척하다가 도중에 칼침을 놓음. 한편 파이터는 적당히 싸우다가 도주(아마도 경호원들이 더 레벨이 높겠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아 도망치는데만 집중한다면 성공률이 높다)


이런 식으로 기왕 암살을 할 거면 파티 전체가 밑작업을 해서 무대를 유리하게 만들어 놓고 상대를 무대로 끌어들여 누구 하나가 막타를 치는 그림이 되야 하는데 D&D는 핵심 구조가 저렇다 보니까 그러한 사전 정보 수집이나 물밑작업을 공들여서 할 만한 룰적 지원이 부실함. 비단 암살만이 아니라 사전 정보 수집과 물밑작업 등 시간을 들여서 밑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과정은 던전 판타지 장르에서 하기 어렵다는 게 불만스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