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는 킹메이커라는 패스파인더 상용 시나리오를 하고 있었음. 내용은 대충 커다란 썩은 고목 아래 토굴을 파고 개미굴 비슷한 던전을 뚫어놓은 역겨운 지하요정들을 죽이는 거. 얘들이 인근 지역 지하세계의 패권을 두고 코볼드 부족이랑 싸우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군량을 확보한답시고 PC들 마을의 순무밭을 주기적으로 약탈했거든.


 요정들 생긴 건 대충 이랬음.




 처음에는 파티도 정상적으로 진입할 예정이었지만, 잠시 살펴본 후 small 크기의 땅개들이 파놓은 좁고 구불거리는 토굴을 따라서 어디까지 이어진 건지도 모르는 던전을 파고 싶은 생각은 없었음. 게다가 이 요정들이 거대 지네나 거미 따위의 독충들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고민을 하게 만들었고.


 그 때 파티의 샤먼이 Create Water 주문을 쓰자고 하더군. 이 주문은 클레릭 0레벨 주문이라 사용횟수 제한이 없는데, 레벨당 2갤런, 즉 당시 파티의 레벨이었던 3레벨 기준으로는 약 22.7리터의 물을 매 턴 만들 수 있었음. 그리고 당시 파티에는 샤먼 말고 클레릭도 있어서 둘이 동시에 쓰면 45리터가 넘는 물을 만들 수 있었지.


 그렇게 파티는 토굴 입구에 야영지를 만들고 6초당 45리터의 물을 들이붓기 시작했어. 거의 하루 종일(덕분에 모든 일이 끝났을 때는 exhausted 상태가 됐지). 물론 어느 순간 토굴로 물이 계속 흘러드는 걸 인지한 요정들이 기어올라와 파티를 막고자 했지만, 토굴 앞에서 파이터와 팔라딘과 서머너가 장대무기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가 기어올라오는 놈들을 쑤심.


 결국 요정들은 기어올라오다가 꼬챙이에 꿰여서 죽거나 영문도 모른 채 익사하고 말았음. 토굴 지하에는 그래도 지반 아래로 물이 빠질 틈이 있어서 결국 물은 빠졌고, 파티는 다음날 토굴로 들어가서 아직 물배가 찬 요정들을 생포하고 전리품을 노획했어. 그리고 포로 요정들은 다시는 코볼드와 싸우지 않고 순무밭고 건드리지 않으며 주기적으로 조공까지 바친다는 조건으로 풀어줬지.


 나는 나름대로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