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용암 떡밥이, 사실 '고증'이 얼마나 편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시라고 나는 생각한다.
간단하게 말해, 고증을 따져서, '사람은 용암에 빠지면 죽는다!' 라고 해 버리면 간단한 문제다.
상식에 배치될 일이 없다. 그냥 다 그런갑다 하고 넘어갈 수 있지.
하지만 문제는, D&D를 포함한 상당수 판타지들은, 문자 그대로 판타지라는 것이다.
예컨대, 그래, 파이터가 용암에 빠져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자.
사실 생각해보면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용암 브레스를 뿜는 거인을 상대로는 잘만 싸우던 놈들이
화산 분화구에 빠졌다고 죽으면 그게 더 이상하잖아.
그런데 '용암에 빠져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라고 선언하는 순간,
플레이어나 마스터는 '대체 어떻게 해서 용암에 빠졌는데도 살 수 있는 건가요?'를 설명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그리고, 딱히 플레이어나 마스터가 생물학이나 화학에 깐깐하게 굴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는 용암에 빠지고도 멀쩡한 이유'를 창작해 내는 것은, 문자 그대로 골치아픈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잠깐, PC 1 동방 드워프들이 만든 '호떡' 먹고 입천장 까졌다고 RP 하지 않았어?
용암에 빠져도 멀쩡한 놈이 뜨거운 수프 먹었다고 혀 대는 이유가 뭔데?!
그리고 이걸 '합리적'으로 해명하려면 뭔가 설정이 좔좔 붙는다.
그러니까, 실제로 초인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서는 오라가 필요한데,
이 오라의 함량이 자연물에 대해서 어쩌구저쩌구, 애초에 피해의 대상이 아니면 어쩌구...
고증에 충실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쉽게 말하자면, 이 '창작'이 '고증'보다 더 골치아프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다.
판타지 소설을 예로 들자면, 수많은 작가들은 유목 민족의 문화를 설정할 때, 그냥 몽골 문화를 베낀다.
물론 판타지 세계이므로, 상식적으로 '우연히 다른 차원에 완벽히 몽골 문화를 답습한 오크 제국'이 존재한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해서 코스트코가 완벽히 똑같은 경영방침을 고수하는 다른 평행세계만큼이나 희귀해야 한다.
하지만, 판타지 작가들은 오크 제국을 만들기 위해 그냥 몽골 문화를 베낄 뿐이다.
왜냐고?
독창적이면서도 실제 유목민들이 처한 환경과 들어맞는 '참신한 문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대다수 판타지 작가들에게 있어서는 불가능하거나, 피곤해 죽을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내 친구의 경우에는 소설 집필에 참고하기 위해서 칼리 아르니스를 수련 중이다.
무술을 어느 정도 수련할 경우, 소설의 액션 묘사는 굉장히 '쉬워진다'.
그냥 내가 도장에서 두들겨 맞았던 기술 하나에 악역이 당한다고 하면 된다. 그리고, 그 편이 훨씬 멋있고.
물론 RPG에서의 RP와 소설의 서술이 동등하다고는 할 순 없겠지만,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
그러니까, D&D에서 버클러의 설정을 따지고 드는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버클러를 팔에 차고서 칼을 휘두르는 것'을 그럴듯하게 상상해내는 것보다,
'실제 I.33 문서에 의거해 풀 어택을 묘사하는 것'이 훨씬 더 쉽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는, I.33 쪽이 훨씬 친숙하고, 봐 왔고, 써 왔던 것들이므로.
물론 이런 '고증'을 따질 경우,
'현실과 다른 세계'를 만드는 것은 점점 힘들어진다.
말했다시피, 판타지 세계의 고증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가상의 세계를 현실과 차별화하고자 하는 시도'에 대한 귀찮음에서 유발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뭐가 더 효율적이고 뭐가 더 귀찮은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모라는 거냐 시불장이 콘을 쓰고 싶은데 유동이라
목해일//ㄱㅅㄱ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