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국에서 유일하게 맛있게 먹었던 요리는 요크셔 푸딩이었음
대개 국내에서 요크셔푸딩이라고 하면 아래와 같은, 작은 푸딩에 그레이비 소스를 얹은 음식 소개가 대부분이더라.
영국은 푸딩의 나라다보니까 같은 푸딩이라도 여러가지 레시피가 있는데 요크셔 푸딩도 그래
난 영국에 있을때, 운이 좋아서 영국 내지인 할머니 댁에 얹혀 살았는데
그 할머니가 해준 요크셔 푸딩은 좀 달랐음
이런 식으로, 적당히 딱딱한 빵을 커다란 그릇으로 써서
거기에 고기와 감자, 당근, 양파, 콩 등을 넣고 끓인 걸쭉한 스프를 담아 먹는 요리였거든
이런 형식의 요크셔 푸딩은 중세의 식습관이 남아있는게 아닌가 생각되는데,
중세시대에는 그릇대신 트렌셔(Trencher)라고 하는 그릇모양의 딱딱한 빵에 음식과 국 등을 담아 먹었거든
그리고 그릇으로 된 빵 부분은 하인과 농노들에게 나누어줬는데
이렇게 나눠주는 빵에 육즙과 건더기가 많이 남아있을수록 인심 좋은 귀족으로 칭송받았다고 하더라
그러다보니 연회를 열때는 가급적 크게 여는게 좋은 영주의 조건이었다나 뭐라나 그런 이야기가 있더라구
아무튼, 오래된 요리다보니 레시피가 많이 있는데
다양한 종류의 요크셔 푸딩을 맛보지는 못했음
일단, 영국은 외식비가 너무 비쌌고
유학비자로는 취직이 금지되어있어서 돈도 못 벌었고
요크셔 푸딩은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이란 이미지가 박혀있어서 밖에서 안팔더라
무슨맛이었나 기억해보자면...
국은 고기스프와 끈적끈적한 소스의 중간쯤 되는 걸죽한 국이었고 야채스프에 고기를 듬뿍 넣고 만든 것 같은 맛이 났지
국이 스프겸 소스역할을 해서, 사각으로 잘라서 푹 삶은 고기에 영국 전통 소스와 야채향이 곁들여져 있었고
평소에는 그렇게 먹는게 고역이었던 감자도 스프 덕분에 촉촉해진데다, 살짝 짭짤하면서 고소한 식감 덕분에 무리 없이 먹을 수 없는 맛이었지
빵은 그렇게 딱딱하지는 않고 약간 바삭바삭할 정도로 구웠는데, 안의 내용물을 다 먹을 즈음에는 안쪽은 스프를 흡수해서 안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바삭하게 딱 먹기 좋을 정도가 되었음
정말 울 정도로 맛있었다.
영국정통 물괴기앤칩스는 정말로 맛대가리없냐
피시 앤 칩스가 돈주고 사먹을 수 있는 음식 중 제일 맛있었다
야식짤이라니...
얼마나 음식 때문에 고생헀길래 제대로 된 음식을 먹자 울뻔헀다니
영국이 음식에 관한 한은 귀신의 섬이라더니 그 말이 참말인가 보군
물괴기앤칩스가 제일 맛있었으면 대체 다른 건 얼마나 맛대가리없다는거여
군대 막 전역하고 갔는데, 음식 때문에 석달 내내 밤마다 울었고 꿈에서 행보관이랑 중대장한테 매달려서 하사 시켜달라고 또 울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