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로 보이는 도로에 옅은 푸른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앞으로 몇 시간 후면 동이 틀 것이라고 와처는 짐작했다. 밤이 끝나고 해가 뜨는 일을 천 번 정도 본 결과 알게 된 지식이었다. 앞으로 저 푸른 빛깔은 서서히 밝아져 회색에 이르렀다가, 이내 희미한 노란 빛으로 변해갈 것이었다. 와처는 자기 어깨 너머로, 창고 위로 드리운 하늘을 바라보았다. 거울에 자기 모습이 비치기 시작하면, 동이 트기 시작할 것이다. 그럼 곧 고용주도 일어나겠지. 와처는 문 앞에 선 채, 미동도 없이 상념에 잠겼다. 물론 눈과 귀는 어두운 거리를 계속 경계하고 있었다. ‘창고를 지켜라’라는 고용주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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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경계는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다가오는 아침을 기다리며 와차가 느끼는 감정은, 안도감이나 기대가 아닌 체념이었다. 해가 뜨면, 도시엔 활기와 소란이 깃든다. 그리고 물론 그 소란에는, 고용주 가족의 신경질적인 명령도 포함되어 있었다. 낮은 너무 복잡하고 성가셨다. 차라리 밤중에 도둑을 잡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밤이 되면, 그가 지키는 창고 주변은 아주 고요하고 차분했다. 도시에서 살아있는 존재가 자기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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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밤을 보낼 때면, 와처는 마지막 전쟁 시절을 떠올렸다. 회상 속엔 함께 싸웠던 옛 전우들의 모습이 비쳤다. 그들 모두 지금은 일자리를 얻었고, 이 도시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 쓰론홀드 조약이 선포됐을 때만 해도, 그들은 그냥 제자리에 서서 표류하고 있었다. 조약의 의미에 대한 설명은 받았다. 자유를 받았으니, 원하는 대로 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와처의 부대는 그 자리에서 3일을 그냥 서있었다. 지휘관이 돌아와 해산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나서야, 그들은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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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몇 달은 아무 목적도 없는 방황의 시간이었다. 무작정 황야를 떠돌고, 도로를 따라갔다. 결국 와처의 제안으로, 무의미한 방황은 끝났다. 그 제안이란, 평화의 시기에 인간들이 하는 일을 따라 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지금에 이르러선, 부대원 모두가 직업을 갖고 있다. 다들 일이 바빠 거의 보지 못했지만, 소식은 들었다. 전우들 중 몇 명은 도시 바깥의 광산에서 일한다. 도시 경비대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고, 침몰한 배에서 화물을 건지는 일을 하는 동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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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그는 나무토막과 칼을 쥔 채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간결하고 정확한 손놀림이었다. 곧, 무의식적으로 깎아낸 나무토막은, 뱀처럼 생긴 작은 생물의 모습으로 변했다. 전에 본 적이 있는 생물이었다. 바로 전장에서였다. 그 괴물을 타고 있던 기수가 완드를 휘두르자, 하늘에서 번개가 쏟아졌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와처는 완성된 조각품을 건물 옆에 두고, 다른 나무토막을 집어 들었다. 마찬가지로, 그늘진 거리에서 눈을 떼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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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됬든 결국, 해가 뜨고 있었다. 와처는 아침이 찾아온 거리를 무심하게 바라봤다. 오늘 아침의 첫 번째 행인이 출근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 대부분은 그를 일부러 무시한다. 그래도 그건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받은 반응과 비교하면 상당히 양호한 것이었다. 그 중에는 지나가면서 침을 뱉고, “직업 도둑”이라고 부르며 경멸하는 사람도 있었다. 와처는 2~3명이 해야 할 일을 혼자서 할 수 있었기에, 그런 적대감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을 관둘 순 없는 일이다. 도시에 와서 받은 수리에 대한 대금을 갚으려면, 어찌 됐든 돈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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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에서 일하는 드워프들이 지나가면서 고개를 끄덕여 습관적인 인사를 건냈다.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와처도 고개를 끄덕여 답례를 했다. 와처는 그런 사소한 행동에도 기쁨을 느꼈다. 작게나마 자기 존재를 인정받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 평소대로, 주변에 사는 아이들이 자주 그가 있는 건물로 와서 꺅꺅거렸다. 그가 밤사이 깎아놓은 조각품을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보통은 장난감을 가지고 도망치지만, 용기를 내어 그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아이도 있었다. 와처도 그때는 상당히 놀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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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정도 지나자, 고용주가 탄 마차가 도착했다. 고용주와 그 아들들은 마차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갔다. 와처는 그들을 따라갔다. 곧 그들의 아침 수다가 잠깐 멎자, 밤사이 있었던 일에 대한 보고를 했다. 그 후에, 와처는 바깥으로 나와 다른 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도시 다른 곳 어딘가에서 할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그는 문득 생각했다. 하지만 곧 기대는 깨졌다. 아들 중 한 명이 와서 그에게 창고에서 대기하라고 말했다. 화물을 내려야 하는 모양이었다. 와처는 그가 바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용주의 아들은 총 여섯이었고, 생긴 것도 다 비슷해서 구분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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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처는 한동안 화물을 날랐다. 단순한 노동이었고, 와처는 다시 이런 저런 잡생각에 빠졌다. 잠시 뒤, 아들들과 다른 인부들은 앉아서 식사를 시작했다. 와처에겐 오후가 되었다는 신호였다. 짧은 시간 뒤 그들은 모두 다시 일터로 돌아왔다. 다들 열심히 일했다. 창고의 문 바깥의 빛은 희미해졌지만, 해야할 일은 그닥 줄지 않았다. 다른 인부들은 땀에 젖은 채, 인간들이 피곤해지면 흔히 하는 기행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자주 하품하고, 움직임이 점점 더 둔해졌다. 곧, 와처의 고용주는 그들에게 퇴근하라고 말했다. “나머진 와처가 할 수 있어.” 고용주는 만족한 듯 보였다. 그리고 그 말대로, 와처는 나머지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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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린 화물을 쌓아올리는 데는 몇 시간이 더 들었다. 하지만 그는 불평도, 잡설도 늘어놓지 않고 일을 했다. 가만히 서있는 것과 무거운 화물을 내리는 것. 와처에겐 할 일만 있다면 둘 다 별 다를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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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처는 고용주가 시킨 것을 다 했는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고, 창고를 나왔다. 차가운 공기가 그를 맞이했다. 문을 잠근 뒤, 와처는 돌아서서 입구 앞에 섰다. 늘 하던 야간 경비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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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처는 창문에 노란빛이 비치는 것을 보았다. 1~2시간 후면, 드워프들이 다시 출근길에 오를 것이고, 내일의 업무도 시작될 것이다. 고용주가 오길 기다리며, 와처는 문득 궁금해했다. 항만에서 일해보는 건 어떨까? 아님 동료들과 함께 바다에서 화물을 건지는 건? 그는 생각했다. 내년쯤엔 그러고 있을 수도 있겠지. 아님 내일일수도 있고.
출처 : Race of Eberron
읽다가 뽕이 차올라서 번역을 시도했으나 장렬하게 망했다고 한다.... 소설 번역하는 분들께 존경을 표합니다.
이런거 올리면 신고맞고 지옥가나
???공백이 이상하게 표시되네 비밀번호 막쳐서 수정 못하는데 스벌
지우고 새로 파 ㅋㅋ
직업도둑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