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설사 문과라고 해도 공통과학 수업을 들은 이상 운동량이 mv고 운동에너지가 1/2*mv^2이라는 건 알 것이다.

직선 운동하고 있는 물체의 움직임을 고려할 때 생각해야 할 물리량은 이 두 개 정도다.



사실을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파괴력'이라고 말하는 개념은, 엄밀히 말하면 운동량도 운동에너지도 아니고,

이 중간에 애매하게 걸쳐져 있다 보는 게 적절하다.

어디 총기 커뮤니티에 가서 총알의 운동에너지보다 운동량을 따지는 게 맞지 않냐 같은 소리 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일 것이다.


뭐, 그건 그렇지만, 주먹이나 플레일 같이 '접촉이 충분히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물체'를 고려할 때는 운동량이 적절하고,

무엇보다 내가 제곱 기호 쓰기가 너무 귀찮으니, 일단 이 글에서는 계속 운동량만 따지기로 하겠다.



물체의 선운동량은 mv로 정의된다. 말인즉슨, 운동량은 속도에 비례하며, 아주 원론적인 의미에서 속도가 두 배면 두 배로 아프다.

하지만 유사 이래에 달리면서 장작을 패면 두 배로 잘 패질 거라는 생각을 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이유는 왜일까?


이유야 당연하다. 장작을 위에서 아래로 패지, 도끼를 겨드랑이에 끼우고 장작으로 돌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


속도는 방향이 있는 물리량이고, 당연히 '앞으로 나가는 내 몸의 속도'와 '아래로 내려가는 도끼의 속도'를 더하면

'비스듬히 아래로 향하는 속도'가 되어, 그리 늘어나지 않는다. 사람 다리 속력이라는 게 높아봤자 10m/s 남짓이기도 하고.

이 짓거리를 할 체력이면, 차라리 도끼를 두 번 내리치는 게 낫다.

랜스 차징처럼, '창의 속도'가 '내가 움직이는 속도'와 동일한 모델과는 전혀 다르다는 말이다.




그리고 사실, '운동량은 속도와 비례한다' 역시 물리학적인 모델에 가까워서, 실제 스포츠역학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좋은 예시로 권투가 있다. 권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때리는 것보다 떼는 게 더 중요하다'는 유명한 말을 들어 본 적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물리학적으로 이는 완벽히 사실과 부합한다. 왜일까?


결국, 중요한 것은 내 주먹이 얼마나 운동량이 큰지가 아니라, 이 운동량이 상대 안면에 얼마나 전달되는지,

즉 충격량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라서, 주먹으로 안면을 강타하면 주먹과 안면의 운동량의 합은 충돌 전과 후에 동일해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타격 방법은, '내 주먹의 운동량을 최대한 상대 안면으로 옮기는 것'이 된다.

그리고 운동량은 속도에 비례한다.


그러니까, '타격 후 내 주먹의 속도가 최대한 적어야', '쓸모없이 때리고 나서 속도를 유지하지 말아야'

최대한의 타격력이 나온다는 뜻이다. 이 '비기'를 깨달은 권투가 타격기의 정점에 선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또 하나. 만약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그대로 위력으로 전환이 된다면,

빠르게 치고 빠지는 잽이 묵직한 스트레이트보다 위력이 더 커야 할 것처럼 들린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운동량 mv에는 v 말고도 하나가 더 있거든, 질량 m.


잽은 흔히 '체중을 싣지 않는' 펀치라고 한다. 잽의 v는 높을지 몰라도, m은 문자 그대로 주먹 하나 무게밖에 없다는 소리다.

하지만 숙련된 복서라면, 전력을 담은 스트레이트는 그 이상의 질량을 안게 된다.

풋워크를 통해서 몸의 무게를 싣는, 문자 그대로 몸을 기울여서 '몸으로' 상대를 때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 설사 v는 조금 더 낮아질지 몰라도, m은 수 배 더 높아지게 되는 것이고,

따라서 전체 운동량은 잽과 비교도 안 되는 핵주먹이 되는 거지.





결론을 말하자면,

이런 연유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격투 상황에서 '몸의 속도를 그대로 파괴력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속도를 그대로 파괴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카우치드 랜스 같은 전문적인 장비와 기술이 필요하다는 거지.

그러므로, 만일 도검으로 고속이동을 통해 얻은 이동속도를 그대로 파괴력으로 변환하고 싶다면...




테크닉으로 아돌을 만들어라.

물리학적으로 완벽하게, 속도=운동량(질량이 상수이므로...)=파괴력이 성립한다.



가토추 에로스 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