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물건은 Terror from Beyond. 2000년대 후반에 나온 시나리오집으로, 당연히 6판 기준. 총 6개의 시나리오가 나오고, 전부 기본적으로 탐사자 캐릭터가 지원된다. 또한 몇몇 시나리오는 탐사자들이 특이한 상황에서 시작하게 만드는 물건들임. 따라서 자작 캐릭터로 진행할 거면 키퍼가 일단 가이드라인을 정해 주는 게 플레이에 상당히 유용해짐.

스포일러는 덮어둔다.




도깨비불(Ghost Light)

해외 기준으로는 키퍼를 키퍼라 부르지 못하는 시나리오. 왜냐면 이 시나리오의 배경은 등대가 있는 섬이라 등대지기(Lighthouse Keeper)들을 키퍼(Keeper)라고 부르기 때문에 원래의 키퍼는 대신에 게임 마스터라는 명칭으로 표기된다. 우리 입장에선 알 바 아니지만. 하여간 저 등대지기들에게 보급을 전달해 주는 배에서 내린 일행들이 사라져버린 섬을 살펴보다 만악의 근원인 신화생물과 조우해 투닥거리는 흔한 전개....로 고립된 안개 투성이 환경 속에서 알 수 없는 존재와 사투를 벌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스트와 유사하다. 다만 적으로 나오는 니'그한 그리(ny’ghan grii)라는 신화생물이 개흉악해서 특정 주문빨로 정리하는 게 아니면 처리가 힘들다는 점은 구판 룰북의 The Edge of Darkness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지님. 일단 조건부 즉사기를 지닌 신화생물을 굴리게 되니 키퍼 입장에서는 이놈들을 얼마나 살살 다루나 + 고립된 섬을 어떻게 잘 묘사해서 분위기를 살리느냐가 포인트.


광기로의 치료법(Method to Madness)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머리통을 따고 뇌를 꺼낸 뒤에 미-고의 뇌를 이식해서 인간/미-고 혼종을 만드려는 실제 비인간적인 실험을 진행하는 미-고의 음모에 맞서는 시나리오. 다만 이 시나리오의 진면목은 따로 있는데.... 탐사자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이 정신병원의 환자들이라는 배경에서 시작한다. 고로 생체실험을 하려는 외계 생물에 맞서는 진지한 시나리오지만 플레이어들이 진지하게 RP를 하려 들면 병맛 상황이 튀어나오기 좋은 기가 막힌 시나리오. 다만 그렇다고 완전히 하하호호 할 건 아니고, 미-고의 초과학 무기인 전기총이나 냉기방사기도 나오고, 미-고가 실험 흔적을 없애기 위해서 더 큰 걸 소환할 수도 있음. 정말 보너스로, 이 시나리오 등장 NPC들의 이름을 적어주자면....


존 아이켄 / 조안 카펜터 / 루이스 던컨 / 찰리 길맨 / 마리온 셸리 / 스테파니 킹 / 앤드류 라이스 / 로렌스 해밀턴 / 에드워드 네스빗 / 로베타 와인버그

왜 적어주는지는 대부분 알 수 있을 거라 믿겠다.


사고사(Death By Misadventure)

웬 전직 공무원이 총기사고로 끔살되는데, 사실 이게 르'기'흑스라는 곳에서 온 외계인들의 소행이더라... 그런 이야기.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 전직 공무원이 취미로 유적을 파다가 전에 어떤 마법사가 내던져진 이후 봉인된 차원문을 열어버려서 거기서 튀어나온 신화생물들사 + 과거에 이세계로 던져졌던 마법사에게서 도망쳤다가 끔찍하게 살해 됨. 그래서 이후에도 사람을 해치는 저 외계인들 및 마법사 일당을 찾아내서 정리하고 차원문을 폭파시키거나 그런 방식으로 닫아버리면 됨. 문제는 뭐냐... 이거 배경이 영국이라는 거. 기본 구도는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하는 물건이다보니 영국맛을 얼마나 살리느냐가 포인트라고 여겨짐.



무덤의 비밀(Grave Secrets)

크툴루 그런거 안 나와요 ^^ 라고 처음부터 친절하게 말해주는 시나리오. 물론 CoC 시나리오에서 이 의미는 유령같은 고전적 초자연체가 나온다는 의미다. 그래서 어느 농촌 마을에서 여동생이 자살한 뒤 자식들이 폐결핵으로 매달 하나씩 죽어나가는 어느 농부의 집안 사정에 얽히게 되는데... 사실 이 집안에는 뭐 안 좋은 비밀이 있어서 유령도 나오고 그러는 던위치에서 볼 법한 막장 가정임. 다만 정말 골 때리는 것은 이 시나리오의 후반부 전개로, "마귀야, 물러가라!"를 외치는 목사님이 중세삘나는 막장스런 방법으로 유령을 퇴마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걸로 진짜로 퇴마가 된다.... 물론 탐사자들이 능동적으로 유령을 제압할 수도 있긴 한데, 탐사자들의 행동이 답답하거나 유령을 전혀 막지 못하고 역으로 털리겠다 싶으면 키퍼가 주도해서 시나리오를 끝내버릴 수 있는 필살기.


발굴지(The Dig)

빅풋이 나오는 시나리오.... 긴 한데 현실은 미스캐토닉 대학 교수들간의 다툼에 애꿎은 학생들이 휘둘리는 시나리오다. 정확히 말하자면 차토구아의 사교도가 된 교수 하나가 사원의 유적을 빅풋 둘 하고 낑낑거리며 발굴하면서 복원하려는데 주변에서 동료 교수가 좀 더 스케일이 큰 발굴 작업을 시작하니까 방해된다고 훼방을 놓는 시나리오. 문제는 차토구아가 먹고 자고 노는 지하의 심연 느'카이로 통하는 차원문이 이 유적에 있는지라 차토구아의 후손도 하나 튀어나오고 그런 식으로 스케일이 커지는 전개가 된다. 다만 여기서 나오는 차토구아의 후손은 좀 더 작고 영리한 기생형 후손(Parasitic Spawn)으로, PBP갤에서의 플레이에 나온 거 마냥 시체 속에 들어가서 사람 흉내를 내고 그러는 대신 큰 후손보다는 전투력은 좀 낮음. 그래서인지 미친 교수는 제자들을 갈아넣어서 부르미 족의 유해를 되살리는 방식으로 병력을 늘리기도 하고.... 결국 최종적으로 사교도 교수와 그 부하들을 제압하느냐 못 하느냐로 갈리게 됨. 또한 주의할 점은 1920년대 삘을 좀 더 내보려면 "빅풋"이라는 단어는 1950년대에 나왔으니 가급적이면 피하는 게 좋다는 거 정도


타오르는 별들(The Burning Stars)

아이티를 배경으로 니알랏토텝인 화신인 부유하는 공포(Floating Horror)를 숭배하는 부두교 계열 사교도 교단에 맞서는 시나리오. 특이하게도 탐사자들은 일주일간의 기억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서 시작하게 된다. 그래서 메이저 / 마이너 아르카나 전부 니알랏토텝의 아바타 그림이 나오는 타로 카드인 니알랏토텝 타로와 부두교를 바탕으로 사교도 교단을 추적해서 이놈들이 부유하는 공포를 강림시켜서 아이티를 말아먹으려 드는 걸 막게 되는데... 상당히 우울한 분위기에다 난이도도 쉽지 않은 시나리오. 일단 탐사자들의 상태가 영 안 좋은데다 끝판왕 수준의 괴물도 나름대로 세고 결말이 상당히 비극적이다. 자기 캐릭터에 애착을 갖는 플레이어에게 엿을 권하는 시나리오 / 캠페인이 몇 개 있긴 하지만, 이게 아무래도 가장 컬쳐쇼크 주긴 좋은 물건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