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인간의 다른 시대 배경들과는 달리 19세기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하는 Werewolf: the Wild West(이하 와일드 웨스트)는 대놓고 주적이 등장한다. 이 적은 아주 강대하지만, 물론 싸워서 어떻게든 이길 수는 있는 존재다. 이것이 바로 위버와 웜의 힘이 결합되어 생겨난 막강한 정령인 The Storm Eater(이하 스톰 이터)다.
와일드 웨스트는 스톰 이터로 시작해서 스톰 이터로 끝난다고 봐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와일드 웨스트의 굵직한 이야기들은 모두 스톰 이터와 연관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순수 웜의 종자들도 없지는 않고, 얘들과도 자주 피튀기게 싸우지만, 워낙 막강하고 가시적인 새로운 적 스톰 이터가 있어서 결국은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스톰 이터는 본디 웜에게만 속한 베인이었다고 한다. 스톰 이터는 폭풍의 뭐든 집어삼키고 파괴하는 면이 형상화된 존재였다. 이 시절에도 스톰 이터는 몹시 강해서, 아메리카로 이주한 세 늑대인간 부족인 욱테나, 크로아탄, 웬디고가 힘을 합하고서야 간신히 봉인할 수 있었다. 세 부족은 함께 스톰 이터의 봉인을 관리했고, 봉인의 지식이 실전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후대에게 전수시켰다.
그리고 소위 Wyrm-comer(아메리카의 늑대인간 부족들이 유럽인을 부르는 말; 웜과 함께 온 족속)가 아메리카에 정착하기 시작하며 봉인은 점차 약해지기 시작했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죽이고 땅을 빼앗을 때마다 봉인에 대한 지식을 지니고 있던 현명한 자들도 하나씩 사라졌고, 봉인도 하나 둘 약해지기 시작했다. 이 문제는 16세기에 세 부족 중 하나인 크로아탄이 완전히 멸종하면서 돌이킬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에는 중남미에서 백인들의 횡포와 질병, 기아로 인해 무수한 중남미 원주민들이 고통받은 결과 웜의 세 머리 중 하나인 Eater of Souls가 강림해 직접 아포칼립스를 일으킬 뻔했다. 하지만 크로아탄 부족 전원이 영혼을 바친 의식을 치른 덕분에 Eater of Souls는 다시금 Deep Umbra의 Malfeas로 튕겨나갔고, 아포칼립스는 지연됐던 것이다. 이는 세상의 종말은 막았으나, 스톰 이터를 봉인하던 세 축 중 하나가 완전히 사라지는 희생을 치러야 했다.
이러한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대륙 침략 중에 결국 스톰 이터의 봉인은 완전히 풀리고 만다. 19세기의 어느 시점엔가 스톰 이터는 이미 해방되었지만, 유럽인들과 함께 온 유럽의 늑대인간들 중에 이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물론 아메리카의 늑대인간들(소위 Pure Ones라고 한다)의 힘만으로는 다시 스톰 이터를 봉인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들은 자기 킨포크와 케언을 유럽인들의 손에서 지키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심지어 유럽 가루우들은 Pure Ones가 스스로 유럽에서 건너온 웜의 종자들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해서, 대신 자기들이 Pure Land(아메리카)의 케언들을 지켜준다는 명분 하에 욱테나와 웬디고의 케언을 강제로 빼앗기도 했다. 곧 아메리카의 늑대인간들과 유럽의 늑대인간들 사이에 심각한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대체로 유럽의 늑대인간들이 머리수나 킨포크의 지원 등으로 더욱 우세했고, Pure Ones는 빠르게 밀려나기 시작했다.
유럽 가루우: "억울하면 강해져라!"
상황이 이렇게 되니 스톰 이터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은 채 활개치고 다닐 수 있게 됐다. 그러던 중 스톰 이터는 어느 기묘한 정령과 조우하게 된다. 이는 사실 유럽인들이 철도를 깔면서 유럽으로부터 유입된 어느 강력한 위버의 정령이었다. 스톰 이터는 늘 자신의 힘을 키우기 위해 다른 정령들을 흡수하고는 했는데, 이번에도 그는 위버의 정령을 흡수하기 위해 싸움을 걸었다. 하지만 두 준-인카르나급의 정령들이 맞붙은 결과는 기괴했다. 당시 아메리카 대륙의 불안정한 움브라 환경 탓인지, 두 정령이 하나로 융합됐던 것이다. 이로 인해 스톰 이터는 더 이상 베인이 아닌, 그렇다고 위버 정령도 아닌, 무언가 다른 존재가 됐다.
스톰 이터는 여전히 베인의 파괴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단지 자연계 내에서의 파괴만이 아니었다. 위버의 힘을 얻은 덕분에 스톰 이터는 규칙과 구분의 개념을 파괴시킬 수 있게 됐고, 심지어는 움브라들 사이의 경계인 건틀렛조차 파괴할 수 있었다. 이 때부터 스톰 이터가 배회하는 곳은 혼돈의 영역이 됐다. 스톰 이터는 물질계와 움브라 양쪽에 동시에 존재했고, 여러 움브라들을 하나로 녹여버리기도 했다. 스톰 이터의 근처에서는 자연법칙은 물론이고 여러 개념적 힘들이 소용돌이치고 충돌하며 완전히 뒤섞였다. 그가 지나간 후에도 이러한 움브라 교란은 그대로 남아있었고, 이 지역은 완전히 '괴이한 땅'이 되고 말았다.
이 땅에서는 짐승들과 식물들이 제멋대로 뒤틀리고 왜곡되며 변이를 일으켰고, 죽은 자들이 일어나 광기와 살의에 찬 채 지상을 배회했으며, 정령들도 변질되어서 어떤 악마적인 존재가 되어 본래 깃들었어야 할 자연물들을 오염시켰다. 이렇게 스톰 이터에게 삼켜진 땅을 Storm Land 혹은 Broken Land라고 부르고, 스톰 이터에 의해 변질된 존재해서는 안될 것들은 Storm-Born이라고 한다. 이들은 포모리와 비슷한데, 강한 Storm-Born들은 스톰 이터와 마찬가지로 인근의 건틀렛을 약화시켜서 물질계와 움브라를 일부 융합시켜버릴 수 있다. 또한 어떤 Storm-Born이든 물질적인 존재인 동시에 영적인 존재이므로, 정령들의 능력들(Charm 등) 또한 일부 사용이 가능하다. 만약 마을 단위로 Storm-Born이 되면? 물론 휩쓸리면서 대부분은 죽겠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The Hills Have Eyes에 나오는 놈들이 몇 배 정도 그로테스크해지고 초자연적이 된 느낌으로 변하는 거지. Deadlands 참고해도 좋고. Malifaux나.
게임 시작 시점인 19세기 중후반에는 이미 스톰 이터가 북아메리카 서부에서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은 채 돌아다니고 있다. 심지어 스톰 이터는 High Umbra들까지 휘젓고 다니며 움브라들 사이의 경계마저 부수고 있다. 그 탓에 스톰 이터의 영향을 받은 북아메리카에서는 움브라를 통한 장거리 이동이 극히 위험하다. 특히 Moon Bridge를 통한 이동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 달빛의 다리가 여러 움브라를 통하여 목적지까지 이어지다가도, 검고 불길한 폭풍우에 휩쓸리며 은빛을 잃고 무너지는 것이다. 그러면 Moon Bridge를 걷던 우리 PC들은 어딘지도 모를 물질계의 장소... 혹은 움브라에 떨어질 수 있다. 운이 없다면 스톰 이터의 Umbral Storm에 휩쓸려 죽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가루우들은 여전히 스톰 이터의 정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들도 스톰 이터라는 막강한 영적인 존재가 대재앙을 불러일으키며 돌아다닌다는 것은 알아. 하지만 그것의 힘이 어느 정도고, 북아메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움브라 교란 현상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 건지, 그리고 왜 이 존재가 북미 서부에서만 돌아다니는 건지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 그래서 유럽의 가루우들은 와일드 웨스트 시작 시점까지도 스톰 이터를 위험한 적으로 인식은 하지만, 그보다도 유럽에서 자신들과 함께 아메리카로 온 웜의 세력이나, 케언을 놓고 대립 중인 Pure Ones들과의 싸움에 더욱 집중하고 있지. 그래서 대부분 와일드 웨스트의 이야기는 PC들이 스톰 이터의 위험성을 유럽 가루우들에게도 제대로 알리고, 공동의 적에 대응하기 위해 아메리카 가루우들과 유럽 가루우들 사이를 이어주는 식으로 흘러가.
쓰다보니 귀찮다. 이만 끊음.
;;;
개추
따지고 보면 늑대인간 문제라기 보다는 문화적 오만함과 적대감의 문제로 내러티브됨. 늑대인간들 사이의 불화로 인한 소모는 결국 북미 원주민과 유럽 이주민들 사이의 문제를 극화시킨 거거든. 어쨌든 개인적으로 의아한 건 저 스톰 이터 문제를 늑대인간들 말고는 아무도 손을 안 댔다는 거. 뱀파이어야 원래 영적인 문제가 별로 관심이 없으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 메이지들도 손 놓고 있던 건 좀 의아하다.
그러게. 어째서 다른 초자연체들이 스톰 이터 문제를 그냥 손 놓고 지켜본 걸까?
그리고 움브라랑 연관 있는 초자연체는 메이지 외에도 많을 텐데. 뱀파이어도 정령 볼 수 있는 능력 가진 놈들 많고. 그런 놈들은 전부 어디서 뭐하고 있던 거? 뭣보다 킨포크 중에서도 메이지가 많이 있을 텐데? 가루우랑 친하게 지내는 메이지도 많다고 하고
디시버아재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함? 난 그냥 작가들이 늑대인간 독주 라인에 다른 라인을 끌어들이기 싫어서 의도적으로 다른 라인과의 크로스오버를 일체 배제했다고 본다만
뱀파이어도 정령 볼 수 있는 놈 좆도 없음; 따지고 보면 제한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들이 있기는 한데, 그게 패시브인 것도 아니고, 사실 전체 뱀파이어 중 그 능력 가진 놈들은 매우 적은 수인 셈이니까. 콜둔 같은 애들도 보면 정령을 본다기 보다는 6감적으로 느끼고 걍 제약 걸고 사역시키거나 아예 육화시키는 식.
킨포크 메이지도 물론 있긴 한데 아무래도 수가 적지. 버베나나 드림스피커 계통 애들 중 전통적으로 늑대인간들과 관계 맺는 애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그냥 있다- 정도고.
일단 크로스오버를 일부러 피했다고 보는 쪽이 제일 설득적이긴 할 텐데. 그런 거 치고는 중간에 늑대인간 vs 스팀펑크 파워 슈트 입은 오더 오브 리즌 같은 것도 나오고, 짱꼴라 흑마술사도 나오고 그런단 말이지... 하여튼 이상함.
그럼 그냥 작가들이 늑대인간이 메이지 도움을 받거나 메이지와 편먹고 여차저차해서 스톰 이터를 손쉽게 작살내면 주인공으로서의 간지도 안 살고 힘들지도 않으니까 그냥 고독한 늑대가 되어 혼자 힘만으로 어렵지만 간지나게 해결하도록 메이지와의 크로스오버를 지양한 게 아닐까?
그리고 준-인카르나급 정령이 건틀렛 안에서 저렇게 자기 꼴리는 대로 싸돌아다니는 게 가능함?
편 먹어도 손쉽게 해결 안될걸
ㅇㅇ. 손쉽게라는 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손쉽게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됨
뭐 그렇긴 한데. 그래도 아예 언급이 없는 건 또 신기해서. 2판 때의 정신나간 태도를 감안하면 몇 마디 끼워넣기라도 할 거 같았거든. 그런 거 치고는 소사이어티 오브 위핑 문이라는 포모리가 만든 비밀결사는 마법사들이랑 엮이기도 하니까.
크오설정할거면 메이지들은 그냥 대마법으로 철도나 금융, 행정, 광산 등 시스템 개발한 거에 따른 나름 강한 패러독스 발동이겠거니 하며 몸사렸다 치고 넘어가면 상관없지 않을까? 미국의 드림스피커 몇몇 분파나 신경썼다 치면 될 것 같음. 애초에 메이지가 늑대들에게 협력할 이유도 없고.
스톰 이터는 건틀렛을 부수니까 자기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게 가능. 얘는 웜도 아니고 위버도 아니고 뭔가 새로운 규격 외의 존재라서. 묘사 보면 웜이랑 위버 양쪽의 정령들을 만나면 전부 파괴해서 흡수하는 듯함. '이대로 계속 힘을 키우면 셀레스틴 이상의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암시까지 있었는데, 결국 거기까지는 못갔지.
디시어아재가 대놓고 준-인카르나 정령 둘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게 스톰 이터라고 하니까 당연히 손바닥 뒤집듯 손쉽게 해결될 리는 없겠지. 하지만 1+1을 1로 상대하는 것보다는 1+1로 상대하는 게 제곱으로 수월하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잖아?
아, 이 때 열라 웃기는 게 프론티어에서 열차 사고 자주 나는 걸 와일드 스피릿들의 습격으로 써놨음. 퓨어 랜드는 오랜 세월 동안 위버의 영향이 약하고 와일드가 강했는데, 갑자기 열차 깔리고 움브라에 변화가 생기니까 와일드 스피릿들이 빡돌아서 자연재해로 마을 밀어버리고 열차선 망가뜨린다는 거. 그래서 와일드 웨스트에서는 늑대인간들이 와일드 스피릿도 잡아야 함.
그래도 전혀 등장 안 시킨 게 괴이하긴 하다. 생각해보면 라브노스 때보다 이게 더 심각하다고 볼 수도 있지 않아? 라브노스는 그냥 평범한 안테지만 스톰 이터는 건틀렛을 지 맘대로 찢고 돌아다니는 인카르나니까. 근데 라브노스는 뱀파이어 라인이었는데도 메이지 라인 쪽에 있는 테크노크라시를 크로스오버해서 조졌는데 왜 여기서는 메이지가 일언반구도 없는지 이상하기는 해. 테키야 정령에 대해 잘 몰라서 등장 안한다고 쳐도 헤르메스나 드림스피커나 버베나 같은 애들이 저걸 탐지 못했을 리가 없잖아?
그리고 정령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과 저렇게 강대하고 위험한 정령을 탐지하지 못한다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고 말야. 테키 전투 담당 부서가 수행하는 임무 중 하나가 건틀렛을 뚫고 침입하는 위협적인 정령 박멸이라며?
디시버아재 지금 없나. 와일드 웨스트 시기 가루우 부족들에 관한 질문 하나 해보고 싶은데
이제 자러 갈 건뎅. 간단한 거면 지금 하고 아니면 내일 아침에 확인하고 달게씀.
스톰이터가 자세히 실린 룰북 추천점
와일드 웨스트 코어, 컴패니언, 프론티어 시크릿, 그리고 엑시스 문디.
W20 Wyld West Expansion Pack은 상관없음?
그거 좀 봤는데 그냥 구판(2판 룰 썼을 거임) Wild West를 W20 규칙에 맞게 재포장한 정도. 볼륨은 더 떨어질지도 모름.
그러쿠만. 알려줘서ㄳㄳ
엑시스 문디가 아니라 북 오브 와일드였다. 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