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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징어선장이 아니라 오렌지선장입니다.

오징어는 다른 친구입니다. 제 별명이 오선장이라 언급하신 분이 착각하신 것 같네요.


저는 오무소라 불리우는 ORPG 인력사무소의 유저이며 원래 TRPG 갤러리와의 연은 없었습니다만 뜬금없이 제 이름이 언급되고 있고 그로 말미암아 저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수도 있기에 이 글을 남깁니다.


우선 제 마스터링에 대해 핵심을 잘 짚으신 것 같습니다. 전 짜임새 있는 구성을 잘 짜지 못합니다. 이는 제 대부분의 플레이가 사전에 계획된 캠페인이 아닌 즉흥적으로 실시한 단편이었기 때문도 있고 시나리오의 사전 작성을 지양하는 던전월드 룰의 단점 때문도 있습니다. 던전월드의 플레이의 구성을 만들 때 저는 얼개만 대충 만들 뿐 나머지는 플레이를 하면서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세션 시작하기 전에는 던전 테마(외딴 섬, 화산)를 먼저 구상하고 괴물을 고른 다음 중요한 사건 하나를 구상하고 바로 플레이를 시작합니다. 예의 바위거인 세션을 말씀하셨는데(사실 불특정다수 분들과 한 세션이 너무 많아서 정확히 어떤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 산이 바위거인이고 PC가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주변을 초토화 시킬 것이다’라는 사실 외에 어느 것도 미리 구상하지 않았습니다. 시나리오에 대한 건 오직 이 한줄 뿐입니다. PC와의 연결고리가 없다고 생각이 드셨다면 당연히 그럴 것입니다. 그건 플레이하면서 알아내야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무작정 즉흥플레이를 시도하면 오히려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져서 깨지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그래서 PC 배경 및 세부정보를 취합한 뒤에 대강의 스토리 얼개를 만들고 이야기를 틀에 끼워 넣을 때도 있습니다. 룰에서 그러지 말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도 너무 괴롭고 플레이 하시는 분들도 만족하시지 못하기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또 그렇게 해서 사건 개연성이 잘 엮이면 다행인데 언제나 행운이 따르지는 않습니다. 이러저런 변수가 깔아놓은 진행을 뒤틀어버리면 PC는 PC대로 지엠님 뭐하세요? 소리가 절로 나오고 GM인 저도 답답하고 막막해집니다. 어떨 땐 다 집어치우고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PC가 책임을 묻는게 무서워서요. 생판 모르는 남들과 플레이 하고 있으니 그네들이 무슨 말인들 못할까요? 실제로 이름 없는 분께 쌍욕을 먹은적이 있어서 더욱 민감하게 플레이에 임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지엠하는게 좋았었더랍니다. 내가 GM인데 책임을 지고 끝내야지. 시작하자던 사람이 먼저 포기해버리면 안 되지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세션을 끌고 갔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유동닉님이 앞서 언급하신바와 같습니다.


13년부터 3년동안 무수한 ORPG 세션을 그렇게 해왔습니다. GM을 하고 싶은데 마스터링을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고 어디서 배울수도 없었고 유일한 방법은 직접해보는 것 밖에 없는 상황에서 맨땅에 헤딩식으로 생판 모르는 남들과 던전월드를 해왔습니다. 던전 판타지에 대한 기본상식도 없었고 D&D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습니다. 당시엔 어렸고 영어가 안되서 해외시나리오를 못 읽었거든요. 그 시간 동안 함께 플레이하셨던 많은 분들중에서는 제 마스터링이 마음에 안드셨던 분들도 굉장히 많으셨겠지요. 준비가 안된 GM과의 세션은 괴로울 따름이니 말입니다. 아마 제 이름을 언급하신 분도 그런 분들 중 한분이실 겁니다.


저는 지적하신 바에 대해서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려야할 따름입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고 엉망진창으로 흘러가는 제 세션을 끝까지 플레이해주셨으니 말입니다. 제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을 분이 한 분이라도 계셨을텐데 지금이라도 솔직한 평가를 듣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ㅇㅇ님의 잘못은 없고 책임을 묻지도 않겠습니다. 모든 것은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채 쓸데없는 과욕을 부린 저의 책임이고 잘못입니다. 부디 제 잘못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부탁을 하나 드리는 것은 놀이행위에 대해 과도한 평가의 기준을 내세우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배역에 대한 연기력과 플롯 전개의 타당성, 흡입력을 평가받는다면 견딜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더 이상 놀이가 아닙니다.


ORPG는 시험이 아닌 모두가 즐기는 놀이문화입니다. 어떤 사람은 마스터링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어할 수 있지만, 그저 친구들과 즐겁게 놀이를 즐기고 싶을 뿐인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이 개방되어 있다고 해서 모든 마스터링을 전자의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그것은 순수하게 RPG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부당한 모욕이자 폭력입니다.


우리는 친구의 마음으로 놀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친구의 마음으로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서로를 생각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좋은 점은 질투가 아닌 칭찬으로, 실수는 모함과 모욕이 아닌 따뜻한 한 마디 피드백으로 감싸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ORPG와 TRPG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것은 아주 중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RPG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