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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21세기 초, 인류가 웜홀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토성 주변에서 마치 폭풍이 치는 것과 같은 이상 현상이 발견되고, 이후 연구 결과 이 현상이 사실 웜홀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 이어진 연구 끝에 인류는 웜홀을 조작하는 법과 웜홀을 통과해 초광속 이동을 하는 법을 밝혀낸다.



이와중 웜홀을 넘어선 탐사선이 토성의 웜홀 너머에 항성계, 그것도 별다른 환경 조작 없이 인류가 거주 가능한 행성이 존재하는 항성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에 우주뽕이 오른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은 공동으로 우주개척 계획을 시작한다.



어찌나 서둘렀는지 이미 21세기 중반에 최초의 개척선, ‘아리아드나’ 호가 웜홀을 넘어서고, 아리아드나 호 개척민들은 이 새로운 행성 ‘던(Dawn)’에 안정적으로 정착지를 꾸려나갔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기대 속에 출발한 두번째 개척선 ‘오로라’ 호가 웜홀을 넘다 웜홀 조작기 고장으로 인해(사실 진실은 훨씬 더 지저분하다) 실종되고, 토성의 웜홀 역시 붕괴해버리고 만다. 던 행성의 개척민과 지구의 연락은 그대로 끊어졌고, 던 행성 개척 프로젝트에 국운을 걸고 무지막지한 자금을 투자했던 미국 경제는 그대로 아작이 난다.



자, 미국, 러시아, 유럽이 다 함께 박살 났다. 그렇다면 누가 가장 이득을 볼까?



그래, 짱개. 아주 실실 쪼개고 있네.



이미 중국은 던 프로젝트 당시 아세안 국가 여섯을 후루룩 짭짭 해쳐먹은 상황이었다. 미국 경제는 던 프로젝트 이전에도 에너지 문제로 인해 심각하게 침체된 상황이었고, 던 프로젝트 실패는 비실비실 거리고 있던 미국의 뒷통수를 벽돌로 찍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였다. 미국의 패권은 이것으로 종말을 맞았다.



이제 중국은 지구 최대의 패권국가가 되어버렸다. 가뜩이나 중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주변 국가들은 아세안 국가들이 중국에 처묵처묵 당하는 걸 보고서 공포에 질렸다. 특히 아직 중국에 먹히지 않은 동남아 국가와 인도, 그리고 태평양 국가들이 중국에 품은 두려움은 매우 실질적이었다.



시작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그리고 말레이시아였다. 일단 신 아세안이라는 없어보이는 이름 아래 뭉친 이들 국가 연합에 필리핀과 인도가 합류하며 인구면에서 제법 짜장과 정면으로 맞서볼만한 모양새가 됐다. 이들은 이후 경제적 연합을 넘어 군사적으로도 보조를 맞추어 범 아시아 연합(Pan Asia Alliance)이란 공동체를 구축했다. 몸뚱이를 부풀리는 짜장과 이에 맞서는 태평양 국가들, 이들이 미래 양대 열강의 씨앗이 됐다.



이와중 중국과 범 아시아 연합 양쪽 모두로부터 독립적인 아시아 국가는 딱 둘 남았는데, 바로 한국과 일본이었다. 북한은 그와중에 중국에 먹힘 ㅎㅎ. 양쪽 국가 모두가 미국 경제 몰락으로 인한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은 국가긴 했지만, 동시에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제외하면 가장 강성한 국가이기도 했다. 이들 두 국가도 중국과 범 아시아 연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일본은 외교적 실책 때문에, 한국은 범 아시아 연합의 역량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중국에 붙어먹는 걸 선택한다.



중국은 영토를 대빵 키워서 행복하긴 했는데, 정작 병합지 주민들은 매우 행복하지 못한 관계로 골머리를 썩는다. 아시아 국가들은 각자 독자적인 역사와 풍습이 있지만 중국을 싫어한다는 건 모두가 동일했고, 특히 당의 경우는 중국 그 자체의 상징으로서 매우 경원시 됐다. 합병 초기에는 중국이 늘 그래왔듯 합병된 지역 주민들을 한족 문화로 병합시켜보려고도 했는데, 돌아오는 건 죽창과 화염병 뿐이었다.



이에 중국 공산당은 현 중국 체제로서는 소속 국가의 영토와 문화를 모두 아우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아예 새로운 국가로 재편성해 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깃발 아래 묶기로 결심한다. 이를 위해 재발굴된 것이 바로 과거의 중화 제국이라는 개념이었고, 당 자체는 국가 권력의 중심으로 남되 새로이 천자를 옹립하여 국가의 상징으로 삼는다는 계획을 짠다.



이로서 기진 2백년 가까운 세월 끝에 다시 중원에 천자가 옹립된다. 새로운 제국의 이름은 옥황상제가 사는 도성의 이름을 따 유징, 즉 옥경(玉京)이 됐다. 당은 기존처럼 강압적으로 소속국가를 억누르는 대신 한 하늘 아래의 같은 천자의 백성이라는 이념으로서 유화책을 폈고, 이는 이럭저럭 먹혀들어가서 유징은 안정적으로 패권국가로 발돋움했다.



그동안 범 아시아 연합도 놀고 있던 것만은 아닌데, 태평양 너머 칠레와 브라질 역시 연합에 합류하면서 그 세력이 크게 확장되고, 이후 소속국간의 조약 체결을 통해 연합은 경제와 군사적 통합을 넘어 마침내 정치적 통합의 단계에 이르렀다. 바로 판오세아니아의 탄생이었다. 판오세아니아의 인구와 영토, 경제력은 중국, 아니, 유징도 만만히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국경을 마주 댄 두 패권 국가는 이후로 서로 대놓고 으르렁거리는 매우 더러운 관계를 오래도록 지속한다.



한편 미국은 던 프로젝트가 망하고 주식 시장이 붕괴하면서 패권 국가의 자리에서 내려왔고, 이후 국가의 사활을 걸고 추진한 태양계 패권 계획도 좆망하자 그냥 좆망 국가로 전락한다. 결국 당시 세계적으로 대세였던 나노 산업 뽕에 취해서 ‘이 나노 기술 한 방이면!’ 하고 국책 사업으로 밀어보지만, 이제 더 이상 미국의 연구소는 첨단 시설이 아니었고, 유징과 판오세아니아를 따라잡을 수도 없었다.



결국 미국이 한다는 게 산업스파이질이었는데, 이것도 제대로 못해서 캔버라에 침투한 CIA 요원이 실수로 나노 머신을 풀어버리는 바람에 수 백 명이 죽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당연히 수도 한 가운데 이런 테러 행위가 자행되는 걸 ‘어휴 그러셨구나’ 하고 넘길 판오세아니아가 아니었고, 과거의 초강대국과 미래의 초강대국 사이에 전쟁이 발발한다.



이 전쟁은 판-미 전쟁이 아니라 나노 테크 전쟁이라고 불리는 데 그 사정은 다음과 같다. 판오세아니아 태평양 함대는 하와이에서 미 태평양 함대를 단숨에 아작내고 미국 서해안을 봉쇄한다. 미 서해안에 교두보를 세운 판오세아니아 군은 대대적으로 미국 상륙작전을 개시했다. 



이로서 몇 백년만에 처음으로 적군이 본토를 침공하는 굴욕을 맛보게 된 미국은 발악적으로 자신들이 연구하고 있던 미완성 나노병기를 방출하는데, 이 나노병기는 뜬금없이 피아구분없이 아무나 공격하기 시작했다. 결국 막대한 피해를 입은 미군은 휴전을 선언하고, 침공군이었던 판오세아니아군이 인도적 평화유지군이 되어 미국에 주둔하는 쌍굴욕을 당한다. 이후 인피니티에서 미국은 작중 세계의 대표적인 빈국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동안 유징이라고 편하게 지낸건 아니었는데, 러시아 역시 자신들의 패권을 되찾고자 발악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경우 나노 기술에 집중한 미국과 반대로 초대형 전투 차량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지만, 도리어 파벌화되기 시작한 각 지방의 장성들이 각자 이 초대형 병기를 하나씩 쥐고서 군벌화하는 골떼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군벌들이 각자 핵탑재 메탈기어 하나씩 쥐고 있다고 생각해봐라.



이와중 전범 혐의로 피소된 미군 나노 머신 개발자 및 책임자들이 단체로 시베리아 군벌 휘하로 탈주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후 시베리아 군구는 기습적으로 자신들의 나노머신을 풀어 유징의 영토를 공격한다. 이로 인해 벌어진 2차 나노 테크 전쟁은 시간상으로는 1차 나노 테크 전쟁보다는 짧았지만, 미치광이 나노 머신들이 민간인 거주 구역을 덮치는 참사까지 발생하는 등 그 피해는 결코 적지 않았다.



이처럼 두 번의 나노 테크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 콩클라베가 진행되던 바티칸에 생화학 테러가 벌어지기까지 하는 등 지구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결국 세계 시민들 사이에 지구에만 안주하는 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 두는 매우 무모한 일이라는 의식이 퍼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저 별들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