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어떤 플레이어들은 PC 시트를 참 열심히 길게 써오는데, 정작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을 때가 있다. 서사성은 마스터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서사를 원한다면 당연히 플레이어도 자기 캐릭터의 서사성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서사성은 눈알 색, 여동생의 미모, 집안 재산, 뛰어난 커리어, 비극적인 과거 등의 설정들을 파편적으로 쌓아둔다고 그냥 확보되는 게 아니다. 가끔 서사성을 잘 짜라는 걸 마냥 사소한 설정들 쌓아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내가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를 특정하고, 거기 필요한 소재들을 잘 선정하고, 선정한 소재들을 효과적으로 나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내가 뭘 하고 싶다는 걸 팀원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다. 의미가 모호한 설정들을 난잡하게 이거저거 늘어놓으면 역으로 이놈이 뭘 하고 싶다는 건지 팀원들이 파악하기는 힘들어진다.
물론 매우 간단한 얘기지만 실제로 하기는 쉽지 않은 이야기다. 그리고 이게 잘 안될 경우 언젠가는 팀원들로부터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뭐에요?"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산파술 쓰셔야할 듯
늘 하기는 하는데 효율 엄청 안 좋아요.
난 그래서 스토리텔링 류 구인할 때 대놓고 처음부터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은건데요? 두 세 문장 정도로 말할 수 있으면 좋아요'라고 말함.
그리고 그걸 통과하는 사람은 무척 적고, 통과한 후에도 정적 그걸 제대로 구체화시키는 사람들은 더더욱 적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냥 디앤디류만 하게 됐지
그렇다고 반대로 뭘 목표로 할지 제시하고 캐릭터를 짜게하면...
이 캐릭터가 무슨 사건을 겪어서 무슨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난 이 캐릭터의 컨셉과 태도에 어떤식으로 임할것인지, 이런게 선행되면 좋을듯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다-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거냐-라고 쓰려던 걸 잘못 적었다
흔히 wod 까는 게 그런 내용 아님? 설정에서 별 쓰잘데 없는 거까지 요구한다고 막 그런거..막상 wod잘알인 님이 그러니 되게 신기하다. 모든 wod가 그렇지는 않나봄
말자지/그냥 컨셉과 태도만으로는 안됨. 디앤디류까지는 거기까지만 해도 훌륭한데, 그거 가지고 거의 바닥부터 이야기를 만들어야 되는 시스템이라면 그거만 가지곤 힘듬.
그렇게 이야기해도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워낙 많으니까. 가끔 대화 중에 플레이어가 인지부조화 빠지면 나도 덩달아 죽고 싶어짐. 자기가 의식적으로 하고 싶다고 한 캐릭터의 서사랑, 무의식적으로 지향하는 서사 사이의 괴리가 갈수록 벌어짐. 분명 캐릭터 짤 때에 했던 말이랑 플레이 중 하는 짓이 반대인 사람들도 많고.
ㄴ쨍이 그런류같은데 한번도 해본적은 없어서 모르겠네
그러니까 걍 검증된 선수들만 모아서 해. 뭐 아무 문제 없이 마냥 그럴 수 있었다면 여기다 이런 한탄을 올리진 않았겠지만.
wod? 딴 거 없고, 거의 설정집 몇 권 던져주고 이걸로 소설 써와라랑 거의 비슷한 레벨임.
서사가 간단한 건 좋아. 그래서 나는 D&D 할 때 "돈 많이 벌고 싶은 수전노" 같은 캐릭터 나오면 아주 좋아함. 그런데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고, 목표는 원대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곁다리 설정이 한 다스 정도 있는데, 플레이어가 정작 플레이 중에 자기 서사성을 하나도 안 살리고 있으면 나도 힘들어지지.
차라리 소설이면 쉽지. 이걸 실시간으로 여러명이랑 같이 말로 이야기를 짜내라?
WoD는 그냥 PC 제작 모델을 룰북에서 직관적으로 제시 안 해줘서 그렇지... 정작 제대로 된 캐릭터 만드는 데는 별로 설정 많이 안 필요함. 쓸 데 없는 설정 많이 들어가면 오히려 메타게이밍이나 하게 되서 개같아짐.
역시 쩅은 책이나 읽고 디시버 아조시 바짓가랑이 붙들고 썰 푸는거나 받아먹는게 좋겠군.
이왕 WoD 얘기 나온 김에 좀 말하면... 특히 뱀파이어 할 때 플레이어들이 좀 헷갈리는 경향이 있는데. 대개 뱀파이어는 배경이 한 도시로 제한되고, 직접적인 전투를 통해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적으며, 심지어는 적이라고 해도 대놓고 싸울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플레이어들은 대체 이 좁은 배경 안에서 내 캐릭터가 뭘 해야할지 난감해한다. 그래서 설정집을 보고 고민을 하다 주화입마에 빠지고, 결국 서사성은 없는데 온갖 너저분한 설정들을 짜맞춘 누더기 캐릭터를 들고 나타난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들은 많은 경우 잘 안 굴러간다. 그야 자체적으로 스토리를 끌고 갈 서사적 기반이 확고한 게 아니라, 그냥 멋있어 보이는 설정들로 쌓아올린 거라 이야기 전개 지속성이 딸리니까 그렇지.
이러면 그냥 흥미로운 설정들을 빠르게 소비해버린 다음 뭘 할지 모르게 된다. 그 설정들을 자기 캐릭터의 서사구조 안에서 '내 캐릭터의 이야기'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결국 그 설정들은 다 낭비된다. 가끔 어떻게든 그 설정들을 계속 써먹어보려고 죽은 자식 불알 만지듯이 붙잡고 늘어지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러면 이야기는 엄청 작위적이 된다. 몰입의 여지가 없는 설정이라는 게 이야기 전체에서 얼마나 활용될 수 있을까?
그러니 그런 설정에 목 메달지 말고 간결하고 명확한 서사성이나 갖추는 게 제일 좋다...
ㄴ분량이 중요한게 아니라 명확한게 중요하다는걸 알지만서도 어찌보면 참 어려운 주문인것같아요. pc의 주제를 기존 매체의 캐릭터에서 본따는것도 연습이 꽤 되는듯
맞는 말이긴 한데 간결하고 명확한 서사성을 갖추고 그걸 실제로 풀어나가는건 아무리 경험이 많은 사람도 혼자선 안되더라... 팀원들이 서로의 이야기에 보조하고 맞춰주면서 쌓아나가야 되는데 그런 팀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임. 정작 나도 플레이하다보면 다른 캐릭터 잊고 자기이야기에만 달라붙어서 핥고있고... 그냥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