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어떤 플레이어들은 PC 시트를 참 열심히 길게 써오는데, 정작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을 때가 있다. 서사성은 마스터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서사를 원한다면 당연히 플레이어도 자기 캐릭터의 서사성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서사성은 눈알 색, 여동생의 미모, 집안 재산, 뛰어난 커리어, 비극적인 과거 등의 설정들을 파편적으로 쌓아둔다고 그냥 확보되는 게 아니다. 가끔 서사성을 잘 짜라는 걸 마냥 사소한 설정들 쌓아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내가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를 특정하고, 거기 필요한 소재들을 잘 선정하고, 선정한 소재들을 효과적으로 나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내가 뭘 하고 싶다는 걸 팀원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다. 의미가 모호한 설정들을 난잡하게 이거저거 늘어놓으면 역으로 이놈이 뭘 하고 싶다는 건지 팀원들이 파악하기는 힘들어진다.


 물론 매우 간단한 얘기지만 실제로 하기는 쉽지 않은 이야기다. 그리고 이게 잘 안될 경우 언젠가는 팀원들로부터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뭐에요?"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