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모 로그호라 장편플을 돌리고 있는 마스터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오해가 없이 미리 밝혀두자면, 난 로그호라 원작 자체는 꽤 좋아한다. 애초에 좋아하니까 장편플을 연다는 생각도 할 수 있는 거지. 대지인이 모험자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한 개병신들로 묘사되는 건 맘에 안들지만 그래도 종합적으로 볼 때 최근 라노벨 중에 몇 안되는 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또 현재 팀도 아무런 문제없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으며, 팀원들도 다들 착하고 말 잘 듣는다. 문제되는건 오직 룰 뿐이다.

  사실 탈갤럼들이 던월과 겁스를 두고 벌이는 전쟁을 옆에서 지켜본 나로서는 특정 룰을 똥룰이라고 까기가 무척 조심스럽다. 나한텐 똥룰이라도 다른 누구한테는 갓룰일 수 있으니까. 룰에 대한 감상은 주관의 영역이니만큼 누가 "난 로그호라 재밌던데?" 라고 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로그호라를 똥룰이라고 주저없이 정의내릴 수 있는 이유는, 그런 주관적인 감상과는 별개로 시스템 자체에 명백한 하자가 있기 때문이다. 공감.jpg 를 누군가는 재밌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화가 물소 설사급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맘에 들든 들지 않든, 팩트는 팩트니까.

  그럼 내가 이 룰을 왜 똥룰이라고 생각하는지 이유를 순차적으로 나열해본다.



  1. 이 룰이 똥인 가장 큰 이유. 헤이트 시스템. 

  난 솔직히 헤이트 시스템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게 평가 안한다. 로그호라는 설정상 MMORPG에 그 기반을 두고 있고 따라서 게임적인 어그로 시스템을 채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튼튼한 탱커가 어그로를 높여가며 전방에서 메인방패 역할을 하고 뒤에서 딜러/힐러진이 보호받으며 보조한다는 그림도 무척 괜찮다. 실제로 로그호라 처음 하는 사람들 데리고 플레이 하면 저렇게 이상적인 그림을 연출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게 오래 못 간다는 것이다. 왜냐면 전투 진행에 익숙해지고 플레이어들이 대기 룰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온갖 기기묘묘한 묘기들을 부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자세한 건 맵을 펴고 설명해야 해서 글로는 전달하기 어렵지만, 핵심만 요약하자면 "적절한 헤이트 컨트롤로 헤톱을 스위칭함으로써 상대를 장애인으로 만들 수 있다" 라고 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아군 탱커가 몬스터 4마리랑 같은 칸에 있는데 정작 헤톱은 3칸 떨어진 소서러가 먹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가능하다. 안 그래도 X발 졸라 단단한 탱커를 헤이트 보정뎀도 없이 명중에 -2까지 받고 패야하는거다. 이는 로그호라 특유의 병신같은 이동 시스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 방금 말한 상황같은 경우 몬스터 4마리는 특수한 이동기가 없는 한 탱커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저지능력"이라는 룰 때문에 상대가 같은 칸에 있다면 최대 1칸밖에 이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만약 그렇게 했을 경우 "무브->마이너->메이저" 라는 고정된 행동순서 탓에 그 턴엔 아무것도 못한다. 물론 1턴을 희생한다고 결정하면 저 지옥같은 탱커로부터 빠져나와 소서러에게로 향할 수 있다 (4방향으로 갈라져서 튀면 된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하면? PC들은 또 특기로 신기묘산을 부려 헤톱을 탱커에게로 옮겨놓는다. 그리고 몬스터는 그 과정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무력하게 뚜까맞는 금치산자로 전락한다. 제일 어이없는 건 이게 딱히 룰치킨짓이나 악용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는 거다. 그냥 좀 룰에 익숙하고 머리회전 어느정도 되는 플레이어들 데리고 플레이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물론 나는 PL들이 효율적인 패턴을 찾아나가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쫌생이 마스터는 아니다. 오히려 플레이어들이 효율적인 공략을 찾아내고 그럼 또 마스터가 여기에 대한 파훼법을 제시하는 두뇌싸움이야말로 데이터 기반 RPG 전투의 참맛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근데 문제는 로그호라는 저 "효율적인 공략"을 따랐을 때 게임이 심각하게 재미가 없어진다는 거다. 니가 전투에 들어갔는데 몬스터들이 저따위로 탭댄스를 추다가 픽픽 죽어나간다고 생각해봐라. 과연 그게 재밌을까? 내 플레이어들 중 하나는 이런 류의 플레이를 "노잼 보드게임 하는 것 같다" 라고 표현하던데, 내 생각과 정확히 같다. 위협이 되질 않으니 전투의 긴장감이 소멸하고 자연히 재미가 없어진다. "즉시이동기를 주면 되지않냐?" 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저건 상황을 극히 단순화시켜서 표현한거고 실제론 저거보다 더 복잡하다. 여하튼 턴 돌아왔을 때 내가 원하는 형태로 헤톱이 주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룰에 없는 즉시이동기를 줘서 살렸다고 해도 그건 GM이 임기응변을 잘한거지 룰이 똥이 아닌건 아니자나?


  자 여기까지 헤이트 룰을 실컷 깠는데, 사실 지금까지의 비판에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숨어있었다. 바로 "몬스터들은 어지간하면 헤톱을 공격한다" 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헤톱을 공격하고 정말 그게 여의치 않거나 효과가 없을 경우에만 헤언더를 찾는다는 걸 전제로 했다. 만약 헤톱 탱커를 신경쓰지 않고 처음부터 딜/힐에게 튀어갈 수 있다면 애초에 이런 얘기는 할 필요도 없다. 위에서 말한 저지능력 지옥 현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전투를 낼 때 일정 지능 이상의 에너미 (ex : PK 모험자) 는 아예 후위부터 노린다는 것을 전제하고, 이걸 PL들에게 설명까지 한 뒤 전투를 진행해봤다.

  그래서 결과는? ㅋㅋㅋㅋㅋㅋ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헤톱 위주의 전투가 쉬움 난이도였다면, 헤언더를 먼저 때리기 시작하는 순간 전투 난이도는 불지옥으로 변한다. 왜냐면 특화를 추구하는 일반적인 로그호라 빌딩은 후위의 방어력이 졸라게 구리기 마련인데, 헤언더 보너스 +2가 이걸 커버해줄 만큼 강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로그호라 돌려본 사람은 알겠지만 대체적으로 명중이 회피에 비해 기이할 정도로 높기 때문에 인과력을 태우지 않는 한 회피는 잘 안 나온다. 즉 +2를 받든 말든 큰 차이는 체감하기 어렵고, 그렇게 한대라도 맞으면 방어력과 체력이 낮은 후위 특성상 바로 눕게 된다. 만약 그렇게 해서 누운게 힐러라면? 그냥 그 전투는 끝났다고 봐도 된다. 아까까지 존나 쉬워서 지루했던 게임인데 갑자기 존나 어려워서 못해먹는 게임이 된 것이다. 탱/딜/힐의 분업체계를 전제하는 게임에서 D&D 같이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택틱을 도입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다.

  그리고 이건 게임 내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왜냐면 "헤톱을 치는 것보다 헤언더를 치는 것이 99.9%의 상황에서 유리한데, 대체 왜 에너미는 헤톱을 공격하는가?" 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슬라임 같은 저지능 에너미라면 "멍청해서" 라는 답을 내릴 수 있겠지만, 로그호라의 에너미 중에서는 고블린처럼 기초적인 사회를 이루는 녀석들이나 아예 PK 모험자처럼 인간인 녀석들도 존재한다. 이런 녀석들마저 탭댄스를 추게 하면 당장 전투가 재미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세계 자체가 너무나도 바보스러워진다. 당연하지만 그런 전투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헤언더를 치게 하면 별 것 아니었던 자코들이 갑자기 슈퍼솔저급 위협으로 변모한다. 이게 전부 헤언더를 치는 것에 대한 페널티가 적어도 너무 적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해결책은 두 가지 있다. GM이 (플레이 내적인 개연성을 희생하고) 적절하게 두 모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든가, 아니면 관련 하우스룰을 도입하든가. 근데 위의 즉사이동기 파트에서도 말했지만, 이렇게 해서 재밌어졌다면 그건 GM이 유도리있게 잘 한거지 룰이 똥이 아닌게 아니다. 좋은 룰이라면 룰에 따라 플레이를 돌렸을 때 최소한 평타 이상의 재미는 보장해야 한다. 로그호라의 경우, 뭣도 모를 때 돌리면 꽤 재밌다. 그건 인정한다. 그런데 파고들고 룰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질수록 게임이 재미없어지는 신박한 현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는 당연하지만 시스템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로그호라를 오래 플레이하려면 반드시 GM이 이 결함을 어떤 식으로든 보완해야 한다. 아니면 걍 때려치우고 접든가. 개인적으로는 후자를 추천하는 바이다.



  2. 이 룰이 똥인 두 번째 이유. 지나치게 분화된 행동종류와 그로 인해 고정화되는 공격패턴.

  로그호라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잠시 설명하자면, 로그호라는 다음과 같이 한 라운드가 진행된다. 1. "셋업"태그를 지닌 행동을 모두가 시행, 2. 각자 행동력 순서에 맞춰 "무브", "마이너", "메이저" 액션을 순서대로 진행. (중간중간 댄디 신속행동 같은 개념의 "인스턴트" 행동을 넣을수도 있음) 3. 모두 행동을 마치면 "클린업" 태그를 지닌 행동을 한 뒤 다음 라운드로 넘어감.

  그리고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행동종류는 총 6개. 벌써 숨넘어갈 정도로 많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다른 상대의 턴으로 넘어갈때 발동할 수 있는 "이니셔티브" 행동, 피해 굴림 직전에 굴리는 "데미지 굴림 직전" "데미지 굴림 직후" 행동, 상대가 특기를 사용했을 때 발동하는 행동 등등... 무슨 유희왕 카드 효과도 아니고 "내가/상대가/상황이 XX했을 때" 발동하는 형식의 특기들이 진짜 너무 많다. 여기에 패시브도 있으니 합치면 한 15종류는 될거라고 생각한다. 

  이게 왜 문제되냐고 되물을 수 있는데, 처음 할 때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아니, 문제가 없기는 커녕 오히려 재밌다. 서로 다른 종류의 행동들을 조합해서 파괴적인 5콤보 체인을 구성한 다음 그걸 상대 에너미에게 때려넣었을 때의 쾌감은 정말 장난 아니다. 스펠맥시마이즈 라이트닝챔버 같은걸로 폭딜을 쳐넣으면 왜 사람들이 딜뽕에 취하는지를 절실히 이해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화려하게 묘사하는 것도 로그호라 특유의 묘미다.

  근데 이게 오래 못 간다. 행동종류를 잘게 토막낸 로그호라의 방식은 체인을 구성하기엔 유리할지 몰라도 공격패턴의 다양화라는 면에서는 심각한 약점을 지닌다. 예를 들어 로그호라 캐릭터가 CR 5를 찍었을 때 갖게 되는 특기가 총 15개인데, 이 중에서 공격에 축이 되는 핵심 행동인 "메이저"가 얼마나 있는지 살펴보면 보통 2~3개밖에 안 된다. 내가 볼 때 대체로 2개 선을 유지하며, 소서러처럼 기본적으로 메이저를 가지고 나오는 애들이 가끔 3개를 드는 정도. 진짜 심한 경우 메이저 딱 하나만 들고다니는 새끼도 봤다. 내 PL 중 하나가 그러한데, 걔는 그래서 매 전투마다 똑같은 행동밖에 안 한다. 일단 본인이 괜찮다니 냅두고는 있지만 내가 보기엔 별로 재미가 없어보인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로그호라는 전투에서 PC들이 무엇을 할지 손에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야 당연히 매번 똑같은 액션만을 취하기 때문에 눈에 익을래야 익지 않을 수가 없다. 변수가 있다면 오직 하나, "씬/시나리오 1회 특기를 사용하는가 사용하지 않는가" 정도. 내가 보기에 이게 로그호라 전투 고민의 90%를 차지한다. 음식으로 치면 이미 라면을 먹는 건 결정되어 있고 나한테 주어진 선택권은 계란과 파를 넣는가 넣지 않는가 정도인 것과 비슷하다. 위에서 말한 딜뽕 폭렬마법도 처음 한두번이나 재밌지, 계속 똑같은 패턴만 반복하면 질릴 수밖에 없다.

  내가 즐겨하는 룰인 댄디와 비교하면, 소위 풀어택 기계라는 파이터도 이 정도로 단조롭지는 않다. 최소한 댄디 파이터는 "기공 감수하고 이동하는가 마는가" "협공각을 잡기 위해 전투보를 어떻게 밟아야 하는가" "파택을 얼마만큼 넣을까" "풀어택에 트립/디스암을 넣을까 말까" 등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반면 로그호라의 경우는 저 정도의 전술적인 고민도 안 하게 된다. 롤에서 한타할 때 QWER 다 안 쓰는 병신이 없는 것처럼, 로그호라도 종류가 겹치지 않는 모든 행동은 그냥 패시브처럼 매번 켜서 싸운다. 원래는 헤이트 시스템이 무분별한 액션발동의 반대급부로서 제공되어야 할 것이었던 것 같지만 위에서 말했다시피 헤이트 시스템은 개병신이라... 근본 시스템이 무너지면 그 주변의 것들까지 줄줄이 무너지는 것을 여기서도 관찰할 수 있다.



  3. 이 룰이 똥인 세번째 이유. 밸런스.

  물론 수십년째 RPG만 붙들어왔다는 위코나 파이조도 밸런스를 줄줄이 말아먹는 판국에 로그호라를 이걸 갖고 비난하는 건 좀 가혹하다고 여겨질 수 있겠다. 하지만 밸런싱이 원래 잡기 어려운 거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로그호라 이 븅신룰은 정도가 너무 심하다. 댄디 계열이 특정 직업/특기/주문에 대해서 사기 소리가 나온다면 로그호라는 그냥 기본적인 구성 전체가 생각이 있는지 의심되는 수준이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인데 일단 대표적인 걸 뽑자면 다음과 같다.


  (1) "몹" 태그. 몹 태그라는 건 쉽게 말해 자코를 의미하는데, 로그호라는 아예 태생적인 자코들에게 몹 태그라는 걸 주고 몹 태그를 가진 애들을 즉사시키는 특기를 직업별로 여럿 넣어놓았다. 이런 디자인 자체는 좋다. 다수의 몬스터가 한방에 쓸려나가는 것에서 PC들의 강력함을 어필할 수 있으니까. 근데 문제는 이 몹 태그를 가진 녀석들의 공격력이 존나게 쎄다는 거다. 가끔은 같은 종류의 몹 태그가 없는 몬스터보다 쎄다. 미친 죽창딜러 새끼들이다.

  그래서 몹은 낼 때마다 DM에게 엄청난 딜레마를 유발한다. 몹의 수가 적으면 PC들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한다. 광역공격 한방에 쓸려나가는 물살들이니까. 많이 낸 뒤 초반 공격에 한두 마리 정도 살아남아 변수로 작용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데, 문제는 주사위가 가끔 심술을 부려서 몹을 많이 죽이지 못해 남은 수가 기준치를 초월하게 되면 갑자기 존나 헬조우가 되어버린다. 말했다시피 몹들은 방어력은 동렙 몬스터의 1/3 정도인 주제에 공격력은 엇비슷하며 가끔은 높을 때도 있다. 즉 이새끼들이 일단 살아남아 턴이 돌아오는 순간 적이 2배가 된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되는 것이다. 난 진짜 자코들 공격력을 왜 이따위로 높게 책정해놨는지 모르겠다. 와우 볼진도 지옥불 잡병한테 뒤져나가던데 이거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죽창이 전세계적 트렌드가 된 건가?


  (b) 인과력 회복 특기. 인과력이라는 시스템 자체는 주사위 난조로 인해 게임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다. 사용하면 주사위 굴림에 +1d6을 추가해주든가 이미 굴린 걸 다시 굴리게 해주든가 하는데, 빗나가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상황에 써주면 다갓의 심술을 막을 수 있다.

  근데 문제는 이걸 너무 많이 준다. 진짜 좆같이 많이 준다. 보통 한 게임 내에서 인과력을 3점 정도 받게 되는데, 여기까진 괜찮지만 인과력 관련 특기를 다는 순간 갑자기 인과력 양이 하늘을 찌르게 된다. 이는 특기 하나가 보통 인과력 2~3개 정도의 값어치를 하기 때문이다. 즉 하나만 달아도 대부분의 시나리오 내내 인과력을 물쓰듯 펑펑 쓰고 다닐 수 있다. 당연히 챌린지의 의미가 없어지고 게임이 좆노잼이 된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패스파인더의 영웅점이 굉장히 귀중하게 대우받는 걸 보면 더욱 디자이너의 생각없음이 부각된다.


  (c) 씬/시나리오 1회 특기. 즉 사용횟수가 정해져있는 특기들인데, 일반 특기들에 비해 성능이 심각하게 OP인 경우가 많아 이 역시 밸런스를 해친다. 사실 시나리오 1회 특기의 경우 장편이냐 단편이냐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는 부분이지만, 로그호라가 (지금까지 상기한 모든 이유들로 인해) 장편에 걸맞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냥 언제나 OP라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보기에 이 게임에서 패시브 스킬을 찍는 건 바보짓이다. 씬특/시특들이 존나게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강력함 때문에 가끔 "마스터는 시특을 쓰는걸 감안하고 조우를 짰는데 PL들이 절약을 시전하는 바람에 그리 어렵지 않은 전투임에도 불구하고 알아서 말리는" 병신같은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d) 근접무기와 원거리무기의 성능이 동일. 이건 뭐 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겠지? 사거리가 3Sq인 활과 0Sq인 양손검의 데미지가 똑같다. 진짜 이거 디자인한 새끼는 대가리에 뇌가 들어있긴 한 건지 의심스럽다.


  (e) 모든 PC/몬스터의 이동력이 2다. 심지어 늑대나 비룡처럼 인간보다 명백히 빨라야 할 녀석들도 이동력이 2다. 물론 즉시이동 같은 특기로 보완해주긴 하지만... 이럴거면 대체 이동력 개념은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4. 이 룰이 똥인 네번째 이유. 비전투 지원의 후잡함.

  애초에 로그호라이즌 자체가 전투 시스템의 구현에 전력을 다한 룰이기에 비전투가 후잡한 건 사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기능치마저 내 마음대로 배분 못하게 한 건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로그호라 비전투 기능은 2D6에 능력치 보정 붙여서 굴리는 게 다니, 보다 자세한 굴림을 원하는 사람은 하우스룰을 도입하거나 아니면 차라리 비전투 때는 아예 다른 룰을 쓰는게 나을 수도 있다. 내 경우엔 페이트를 도입하려다가 귀찮아서 말았다. 대신 플레이어들에게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상세한 묘사를 하게 시킨 뒤에야 굴림을 허용해줬는데, 이래야 비로소 비전투 진행의 구색이 맞춰진다. 로그호라를 돌리고 싶은 사람은 꼭 참조하길.



  5. 이 룰이 똥인 마지막 이유. 뒤떨어지는 팬북으로서의 역할.

  어쩌면, 정말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한 비판은 로그호라의 위치를 고려하면 너무 과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브랜드웹툰에 작품성을 바라면 안되고 메이드카페 음식에 미슐랭 3스타급의 요리를 바라면 안되는 것처럼, 애초에 "로그 호라이즌"이라는 라이트노벨의 2차창작으로서 출발한 룰북에 너무 과도한 완성도를 기대하면 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애초에 코어 RPG 계층이 아닌 로그 호라이즌 원작의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의 느낌이 강한 출판이니만큼 그 성격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근데 로그호라는 그걸 감안하고 팬서비스로서의 측면만 봐도 똥이다. 여기서부턴 로그호라 원작 팬들만 아는 이야기가 되겠다만, 내가 로그호라라는 소설을 좋아한 이유는 게임적인 매력 때문이 아니었다. 게임과 현실이 결합된 과도기적인 세계에 난데없이 표류하게 된 일반인들이 어떻게 그곳에 적응해나가는지, 어떻게 질서를 세우고 어떻게 위기에 대처해나가는지가 너무 흥미진진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특히 2권에서 크레센트 버거 -> 원탁회의 창설 -> 하멜른 응징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폭풍같은 흐름은 읽으면서 정말 어마어마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게임과 현실의 틈새를 절묘하게 찌르는 해결책과, 어차피 언젠가 밝혀질 "맛의 비밀" 이라는 소재를 120% 활용해 역사를 바꾼 시로에의 책략가적인 모습. 아마 다들 로그호라이즌의 이러한 부분에 매력을 느끼고 팬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실제로 출판된 로그호라 RPG 책은 어떻지? 내가 보기에 로그호라 RPG에 나온 내용들은 그냥 댄디 4판 정도로 대체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오히려 댄디 4판은 전투 하나만큼은 기깔나게 뽑아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니, 전투도 병신인 로그호라보다 명백히 상위호환일 것이다. 로그호라이즌만의 특색이라 할 수 있을 게임과 현실의 결합은 전혀, 무엇 하나 구현되지 않았다. 존 구입 같은 거야 어려울 수 있다 쳐도, 최소한 구전 시스템과 사망 페널티 정도는 구현해놔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 룰북은 로그호라이즌 원작의 개성이 전혀 룰북에 반영되어있지 않다. 헤이트 시스템은 로그호라의 개성이라기보단 MMORPG의 개성이라고 불러야 한다. 그리고 그마저도 제끼고 나면 그냥 평범한 댄디 아류 판타지 모험물로 전락하고 만다.



  결론을 내리자면, 로그호라는 상기 열거한 다섯가지 이유로 인해 똥룰이라 칭하기에 부끄럼이 없다.

  다만 이게 꼭 로그호라가 언제나 재미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위에서 간간히 언급했지만, 처음 돌렸을 땐 나름 신선한 전투 시스템에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콤보 넣는 재미도 각별하다. 하지만 절대 저걸로 장기적으로 뭘 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비유하자면 학교 앞에서 파는 싸구려 떡볶이와 같다. 간간히 입이 심심할 때 먹어주는 정도여야지, 일주일에 한 번씩 강제로 입에 대량투하해야한다고 생각해보면 구역질부터 올라올 것이다.

  최근 티알클에서 로그호라 열풍이 불고 있던데, 내가 보기엔 오래지 않아 식을 것 같다. 이유는 세 가지. 하나는 위에서 말했다시피 로그호라가 똥룰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상시플 체제 자체가 오래간 전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며 (상시플이 겉으로 보기엔 쉬워보여도 지속적인 유지에는 굉장히 많은 노오력과 의식을 요구한다), 마지막 하나는 ㅈㅇㅅ가 활동중이기 때문이다. 탈갤럼들이라면 마지막 이유에 가장 눈길이 가겠지만 어차피 ㅈㅇㅅ가 없어도 언젠가 쇠퇴하게 될 운명인 체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ㅈㅇㅅ를 내쫓는다면 기대수명이 지금보단 훨씬 더 길어지긴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