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PG 마스터를 해보고 싶은 사람을 대상으로 끄적여 보는 글. 사실 과거부터 수없이 나왔을 조언들을 나름대로 어레인지한 거니 어디선가들 들어봤을 거라고 봄.


1. 참가자들의 취향을 확인해라
쉽게 말해서 참여자들+자신이 '어떤 세계관'을 돌리고 싶냐는 건지 파악해 봐야 함. RPG란 결국 특정한 세계관에서 특정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게 안 맞으면 할 필요가 없음. 또한 이러한 '취향'은 최대한 세세할수록 좋다고 봄. 같은 중세풍 판타지래도 다크 에이지스 뱀파이어와 크툴루 다크 에이지스 마냥 세부적으로는 따로 노는 게임이 허다하거든...

2. 겁스로 대표되는 범용성 높은 룰은 일단 피해라
그렇다고 그런 룰들이 똥이라는 소리는 전혀 아님. 문제는 뭐냐.... 판타지 게임 타이틀을 찾는데 점원이 '이거 판타지 게임하기 좋아요' 하면서 PS4같은 '게임기 자체'를 넙죽 사라고 권하면 기분이 어떨 거 같음? 범용성 높은 룰이란 그런 것임. 따라서 그에 딸려오는 옵션... 이 경우에는 '세계관 세팅'에 대해서도 충분한 조언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봄. 그런 걸 충분히 듣고난 뒤라면 도전해도 될 것 같고... 안 되려나?

3. 메커니즘을 이해해라
모든 TRPG는 각각 고유의 메커니즘이 있고, 당연히 그에 따른 호불호도 존재할 수 밖에 없음. 잘 모르겠다면 롤과 도타 2와 고급 레스토랑을 생각해보면 될 듯. 문제는 프로그램에 따라서 알아서 결과가 처리되는 PC나 콘솔 게임들과는 달리 TRPG에서는 이게 인력으로 처리된다는 거... 따라서 마스터는 자기가 돌리는 게임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플레이를 이끌며 플레이어의 행동에 반응하고 질문에 대답해줘야 하기 때문에 일단 그에 대해서 이해하고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거임.

4-1. 시나리오 창작의 꿈은 잠시 접어둬라
처음 입문해서 시작하는 플레이는 사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게 되거나 혹은 그렇게 날뛰는 다른 이들을 통제하기 바빠.... 따라서 부담을 줄이려면 아포칼립스 월드 엔진 같은 거 쓰는 샌드박스류가 아닌 이상 가급적 공개본, 특히 기본 룰의 축약판이 제공되는 퀵스타트(Quickstart)에 포함되는 시나리오를 따르는 게 좋음. 퀵스타트는 실제 룰의 축약판인만큼 할 수 있는 게 제한되지만 그만큼 쓸데없이 생각할 게 줄어들기 때문에 초보에게는 훨씬 편하거든.

4-2. 추가 사항 - 샌드박스형 TRPG를 돌리는 경우
애석하게도, 이쪽은 대부분 이것저것 그때그때 벌어지는 일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멋대로 흘러가는 그런 물건이 대다수고 원래 그러라고 나온 룰임. 다만 이런 물건들은 기본적으로 마스터에게 요구하는 역할이 대체로 '무대를 깔아주고' 무대 위에서의 플레이어들의 행동을 보고 그에 맞춰서 '피드백해주는 것'을 잊지 않으면 됨. 바꿔말해서 이 권한은 손에서 놓지 않고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가 되는 거고.

5. 피드백은 공정해보이도록 노력해라
모든 행동은 결과를 낳게 되어있고, TRPG 플레이 도중의 행동도 예외는 아님. 따라서 마스터는 플레이어들이 행동과 판정의 결과에 대해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책임을 지게 해야 함. 막 개판으로 만들면 개판의 결과로 대가를 치르게 해야하고, 반대로 뭔가 보상을 얻을만한 일을 했다면 보상을 줘야한다는 간단한 논리인데, 문제는 이런 보상 / 처벌의 적절한 강도를 혼자 정하기 참 애매하다는 거... 이래서 이미 나온 시나리오를 따라가는 걸 추천하는 거임.

더 생각나면 나중에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