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그 물고기 썰의 파이터/클레릭같은 좆같은 아전인수식 PC함을 말하는게 아님.



이게 캠페인이 단순한 핵앤슬래쉬 내지는 권선징악에서 벗어나 인간과 인간의 충돌을 그리게 되면, 필연적으로 "무엇이 옳은가?" 라는 질문을 내포하게 됨.


예를 들어 폭압적인 영주를 참지 못하고 백성들이 들고일어난 플레이가 있다 치면, 그 유혈충돌의 과정에서 무고한 희생을 발생시킨다면 그것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같은 거지.


그리고 이런 플레이는 필연적으로 마스터가 생각하는 주제의식을 대변하는 인물이 나옴. 전문용어로는 코드 히어로(Code Hero) 라고 하는데


좀 쉬운 말로 표현하면 "플레이 내에서 멋지게/이상적이게 표현되는 캐릭터" 들을 이름. 그냥 졸라 짱세서 모두 쓸어버린다는 의미에서의 멋짐이 아니라, RP적으로 가장 보편적이고 수용할 만한 가치관을 갖고 있고 그것을 실천한다는 의미에서의 멋짐이지.


나 같은 경우에는 보통 PC들에게 그런 롤을 주지만, NPC가 그런 상징성을 갖고 등장하고 PC들은 그에 편승하게 시킬 수도 있지. (의도적인 악성향 플레이는 아예 이런 논지에서 어울리지 않으므로 배제)



근데 만약 이때 마스터에게 중립성이 부족하면 문제가 생김. 자신의 가치관에 심취한 나머지 반대 계파를 병신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나오는 것.


예를 들어 위의 농민반란 예시에서 "대의를 위해 작은 희생은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레지스탕스 리더" vs "유혈충돌은 최대한 자제해야한다고 믿는 온건파 사제" 가 나온다면


전자를 지지하는 사람은 온건파 운동이 반란의지의 붕괴를 초래하는 것을 보여주거나 아니면 심지어 사제들이 뒤로 내통하고 있었다는 설정을 넣고


후자를 지지하는 사람은 유혈투쟁은 단순한 감정적인 복수극으로 격하시켜 무기를 든 사람들을 피에 미친 살인귀로 묘사하겠지.


균형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민감한 문제를 다룰 때는 양측 모두 장단이 있다- 하는 식으로 묘사하겠지만, 그런 균형감각이 없다면 필연적으로 마스터의 정치성향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주제의식의 무게추가 기울 수밖에 없는 것임.


그리고 이는 다른 사상을 갖고 있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심각한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됨. 그리고 그런 불쾌감을 마음속으로만 삼킨다면 모르겠는데 인플레이에서 표출하면 그때부턴 정말 갈등의 폭발이지. 마스터는 세계를 관장하니만큼 PC 입장에선 정말로 나 vs 나머지 모두를 간접체험할 수 있음 ㅋㅋ 말 그대로 온 세상이 내 적인 느낌.



이런 문제가 터지면 분명 멋져야 할 캐릭터는 더 이상 멋지지 않게 되고, PL의 흥미도는 수직하락하며, 캠페인은 그저 일방적인 설교의 장으로 전락하지.


씹드억 예시를 좀 들자면, [마법과 고교의 열등생] 이나 [게이트 : 자위대~~] 등등의 작품을 보고 받는 불쾌함을 연상하면 됨. 분명 주인공은 존나 개또라이같은 미친 사상의 소유자인데 작품 속 세계와 주변인물들은 그것을 긍정하고 띄워줌. 심지어 사건 구성 역시 그러한 극단적인 사상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흘러감. 이는 모두 작가가 균형을 잃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


차라리 책이라면 던지거나 찢거나 태울수라도 있지, 캠페인은 그게 불가능하지. 좆같다고 탈주하는 건 그만큼 타 PL에게 민폐고... 결국 DM부터가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의식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음. 아니면 애초부터 자기 입맛에 맞는 PL들이랑만 플레이 하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