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저학력룰" "용암" "모기" "겁스" "쨍" 등의 잘 타는 장작을 골라야 반응이 좋다는 걸 확인했으니 이번에는 AWE 기반 룰에서 제시되는 기본적인 마스터링의 요점에 대해서 깊고 어둡게... 사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좀 썰을 풀어보겠음. 저번 글에서 말했듯이 "꼭 이래야 한다"는 건 아니고, 일단은 기본적인 가이드라인 정도로 봐 주면 됨. 쉽게 말해서 "던월은 원래 이렇게 하는 거"라는 거임.
기본 원칙
가장 기본적인 틀. 던월의 경우 이 원칙들에 대해서 "플레이를 통해 파악한다" / "캐릭터들의 삶을 모험으로 채운다" / "환상적인 세계를 표현한다"고 말한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상황이나 환경에 대해서 100%를 묘사하지 말고 일부는 플레이어들의 상상의 영역에 맡겨서 이야기의 흐름 선택지를 플레이어들의 손에 쥐어 줄 것", "플레이어들이 질리지 않게 계속 뭔가를 던져줄 것", "생동감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 정도로 보면 됨. 일단 "레일로드식 전개를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플레이어들의 행동에 반응해주면서 행동할만한 동기나 상황을 이것저것 던져줘야 한다" 정도로만 알고만 있어도 중간은 감.
플레이를 통해 파악한다
일단 AWE 기반 룰의 플레이는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고, 따라서 마스터가 정해놓은 대로 굳이 갈 필요는 없음. 마스터는 플레이어들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그로 인한 결과물을 보고 기록하고 피드백을 하면 됨.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피드백 과정에서 처리하면 되고.
<간단한 예시>
플레이어 캐릭터 "P"가 765 프로덕션이라는 곳을 방문해서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봤다고 치자.
마스터 "네, P를 알아차린 누군가는 노래를 멈추고 P를 바라봅니다. 어떻게 생겼죠?"
P "네, 단발 머리에 사무원 복장을 하고 노란 머리띠를 착용하고 있는 여성이네요."
마스터 "네, 그렇군요. 혹시 누구인지 알 것 같나요?"
P "네, 의뢰인인 타카기 준지로 사장인 것 같습니다."
마스터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이하 생략)
이 상황에서 마스터는 타카기 준지로 사장이 이름은 좀 안 어울리지만 "단발 머리에 사무원 복장을 하고 노란 머리띠를 착용하고 있는 여성"이라고 인정해 주거나, 혹은 기존에 캠페인 내에서 제시된 정보(예를 들어 타카기 사장의 사진) 등을 봤을 때 모순이 생긴다는 점을 지적하고 그녀는 사장이 아니라는 식으로 정정을 할 수도 있음. 다만 AWE 기반 룰에서 마스터가 플레이어의 선택을 부정하려면 "충분한 설득력"을 가질 필요가 있고, 대체로 마스터의 생각이나 일반적인 상식보다는 이미 캠페인 내에서 제시되어 "기정사실"화 된 정보를 바탕으로 부정하는 게 분쟁을 막는 데 좋음. 왜냐면 "일반적인 상식"이 이 캠페인 내에서 통용된다는 보장은 없고, 이미 제시된 정보는 캠페인 내에서는 "사실"이거든....
캐릭터들의 삶을 모험으로 채운다
쉽게 말해서 계속 뭔가 일이 벌어지게 조작하라는 이야기임. 다만 이게 지나치게 반복되면 플레이어가 질리기도 하고, 안 좋은 방식의 모험만 나와도 짜증이 올라가기만 할 뿐이므로 완급이나 강도를 적당히 조절할 필요가 있음. 이걸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건 솔직히 파티의 분위기나 마스터의 역량에 의존해서 결정되지 않나 싶은 부분.
<간단한 예시>
"한지우"라는 캐릭터가 있고, 마스터는 "로켓단"이라는 NPC들을 사용해 전투를 자주 건다고 치자.
마스터 "어디선가 "어떤 놈이 이런 짓을 하냐고 물으신다면 /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한지우 "(아 또 로켓단이냐) 피카츄를 꺼내서 전투 준비를 할께요. 캐릭터 액션으로 10만 볼트 쓰면 되겠죠?"
마스터 "잠시만요. 계속해서... "우주를 뛰어다니는 우리 갤럭시단에게는 / 아름다운 미래, 밝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라고 합니다."
한지우 "갤럭시단?"
마스터 "네, 로켓단이 아니라 갤럭시단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이하 생략)
환상적인 세계를 표현한다
말 그대로 세계를 있음직하게, 역동적으로 묘사하라는 이야기임. 쉽게 말해서 생물들은 살아 움직이듯 행동하고, NPC들도 각자의 생각이나 이름이 주어져야 한다는 의미임. 있음직한 세계에서 "잡상인 1"같은 말도 안 되는 이름으로 나오는 사람은 없을 거 아니야?
<간단한 예시>
"스네이크"는 경비병을 피해 골판지 상자에 무사히 숨었는데, 이놈들이 가지 않고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잡담을 시작했다고 치자...
마스터 "대머리 경비병이 콧수염이 멋지게 나 있는 갈색 피부의 남성 경비병에게 말을 겁니다. '호세, 마누라가 집을 나갔다며?'"
마스터 "호세는 대머리 경비병을 노려보며 말합니다. '제임스, 너도 그 헛소문을 들었냐? 소□이는 가출한 게 아니라 입원한 거야'"
마스터 "제임스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합니다 '아, 그런 거였냐? 무례한 말을 한 걸 사과할 겸 끝나고 내가 술이나 한 잔 사지.'"
마스터 "제임스와 호세는 계속 대화를 나누면서 자리를 옮길 생각을 아예 안 하는 것 같습니다. 스네이크는 어떻게 하나요?"
(이하 생략)
첫 세션의 구체적인 목표
일단 첫 세션 항목에 언급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첫 세션에만 쓰라고 나온 게 아니고... 마스터가 이 캠페인의 이야기의 틀을 잡는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혹은 필요한 것들을 나열한 내용임. 다만 첫 세션에 처리하지 못했더라도, 천천히 해 나가면 되고, 어차피 세션을 거치면서 여기 나온 것들은 꾸준히 반복되게 되어 있음.
플레이어들이 액션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기
가장 기초적인 개념을 잡는 것으로, AWE 기반 룰을 해 본 사람이 좀 있다면 별로 필요 없는 부분이고, 던월처럼 아예 각 액션이 "아주 명확하게" 구분 가능한 룰도 있음. 그러면 뭘 구분해야 하냐... 예를 들자면 AWE의 기본 액션 중에는 Go Aggro와 Seize by Force가 있는데, 둘 다 폭력적으로 보이고 같은 스탯을 사용해 판정하지만 사실 둘은 다른 액션임. 물론 이런 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일단 마스터가 룰북부터 잘 읽고 와야 하는 게 당연한 거고. 왜냐하면 특정 액션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이해를 시킬 수 있기 때문임.
<간단한 예시>
"레나"가 연적관계(-3)인 "미온"에게 "케이이치군에게서 떨어져!"라면서 위협을 가한다고 치자.
레나 "그러면 저는 식칼을 들고 미온을 위협할 게요. Seize by Force를 하는 거지요?"
마스터 "아뇨, Seize by Force는 진짜 공격하는 행동이고요, 그냥 위협만 하는 건 Go Aggro로 하게 되니 그걸로 판정하세요"
레나 "네 그럼 굴려볼게요. 얼마가 나와야 성공이죠?"
(이하 생략)
세부 사항을 확립하고 묘사하기
사실 장기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라면 가장 중요한 항목이라고 생각됨. 여기서의 "확립"이라는 건 마스터-플레이어들 간의 대화를 통해서 진행중인 캠페인 내의 "사실"이 만들어지는 걸 말함. 쉽게 말해서 설정을 쌓아올리는 과정으로, 마스터는 당연히 이렇게 나오는 설정들을 잘 챙겨둬야 나중에 또 써먹을 기회가 나오게 됨. 또한 그렇게 설정이 나왔다면, 마스터는 그것을 묘사함으로서 활용해야 하는데 대신 이 과정에서 세세하게 묘사하지 않는 걸 추천함. 왜냐면 나중에 또 보충할 기회가 나올 게 분명하거든.
<간단한 예시>
마스터 "여기 사제가 '청빈한 성격'이라는 배경 설명은 무슨 의미인가요?"
사제 "그러니까 막 화려한 장식이나 귀중품이라든가 그런 걸 거부해요. 도시로 들어가면 토할 거 같고 그렇다는 거죠"
마스터 "아 예 알겠습니다('사제는 비싸고 화려한 것에 알레르기가 있는 거 같은 캐릭터'라고 메모)"
이러면 곧 이 캠페인 내에서 사제는 별 조건이 없다면 일단 비싸고 화려한 것에 거부감을 나타낸다는 게 기본 설정이 된다는 거임. 물론 이런 설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예외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음. 예를 들어서, 저런 사제도 "신이 내려주신 화려한 예복" 같은 건 별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도 있겠고 혹은 현실의 자본주의에 타락해서 자본주의의 돼지가 될 수도 있겠지? 그건 또 하다 보면 나올 이야기겠고.
플레이어들이 주는 것을 활용한다 / 질문을 한다 / 재미있는 사실들을 찾는다
본질적으로 비슷비슷한 내용들이니 묶어서 정리. 쉽게 말해서, 캐릭터 생성 등의 과정이나 세션 도중에 나오는 정보를 모아서 활용하라는 거다. 자기가 봤을 때 부족하다고 싶으면 질문해서 양을 늘리고, 또한 갑자기 튀어나오는 설정의 경우도 "그딴 게 어디있어요"라고 대놓고 부정하기보다는 재미있겠다 싶으면 역시 챙겨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우려먹으면 됨. 그러니까 잘 보면 사실상 위의 세부 사항 관련 항목의 하위 호환 개념이라고 보면 됨.
<간단한 예시>
플레이어 하나가 자신의 캐릭터인 "미쿠냥"을 막 묘사하려고 애를 쓴다고 치자.
미쿠냥 "미쿠냥은 고양이 귀가 달린 머리띠와 꼬리를 꼭 착용하고 다니고, 냥냥체를 써요."
마스터 "그래요? 그럼 고양이 귀는 알겠는데, 꼬리는 어떻게 착용하는 겁니까?"
미쿠냥 "그... 그게... 그래요! 미쿠냥은 진짜 고양이 귀하고 꼬리가 있고 머리띠는 단지 훼이크인 겁니다."
마스터 "그렇군요. 알겠습니다(미쿠냥은 진짜 고양이 귀와 꼬리가 있다는 사실을 메모)."
(시간이 조금 지난 뒤....)
마스터 "네... 여러분은 고양이 귀와 꼬리가 달린 소녀가 의식을 잃고 갇힌 거대한 유리관이 있는 방을 보게 됐습니다. 어떻게 하나요?"
(이하 생략)
보다시피 플레이어가 제공한 "미쿠냥"의 묘사를 활용했고, 질문(꼬리는 어떻게 착용하냐)도 던졌고, 플레이어의 발언 중에 재미있어 보이는 요소(진짜 고양이 귀와 꼬리라는 사실)도 챙겼다가 활용하고 있음. 이제 저 유리관 안의 소녀가 어떻게 활용되냐는 건 플레이어들의 몫일 테고.
여백을 남기기
쉽게 말해서 뭔가를 묘사할 때면, 그에 대해서 어느 정도 남겨서 플레이어들의 상상력을 요구하라는 의미임. AWE 기반 룰의 세계관은 마스터와 플레이어들이 합심해서 만들어 나가는 물건인데, 대체로 그 세계관은 이런 여백을 채워나가면서 완성되어 가는 물건이므로 뭐가 나오든 100% 묘사같은 건 하지 말고 어느 정도 항상 여백은 남겨두는 게 좋음.
<간단한 예시>
플레이어 캐릭터인 "켄시로"가 명의 "아미바"를 만났다고 치자. 뭔가 이상해진 거 같지만, AWE 기반 룰이니 어쩔 수 없는 거야.
마스터 "아미바는 다른 북두신권 사용자들인 토키와 라오우에 대해서 주의하라고 말했습니다. 켄시로는 어떻게 할까요?"
켄시로 "그러면 아미바에게 다른 북두신권 사용자들이 뭘 하고 있는지 물어볼게요."
마스터 "아미바는 권왕이라 불리는 영주의 정체가 바로 토키고, 라오우는 애마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답변합니다"
(이하 생략)
이러면 일단 라오우의 운명은 여백 처리가 됐고,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서 나중에 사라진 라오우가 진 최종보스로 등장한다거나 혹은 아미바가 사실 변장한 라오우였다거나 혹은 라오우는 이미 토키에게 당했다거나... 뭐 그런 식으로 전개할 여지가 생긴다는 거임.
각 캐릭터가 빛날 기회를 주기
쉽게 말해서 AWE 기반 룰들은 딱히 차례가 평등하게 보장되지 않는 비민주적 룰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반응이 늦고 목소리가 작은 플레이어들이 소외될 수 있는데 그 부분을 신경써야 한다는 거임. 대놓고 그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유리한 / 필요한 상황을 제시하거나, 선택권을 그 플레이어의 캐릭터에게 직접 줘 버리는 방식으로 처리하면 되고, 대신에 이야기의 비중 배분이 역차별이 되지 않으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플레이어의 말을 듣고 호응해 주면서 덜 적극적인 플레이어의 반응을 유도해야 더 낫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함.
<간단한 예시>
마스터가 폭파 전문가 캐릭터인 "정크랫"이 비교적 발언도 적고 목소리도 작아서(마스터 생각에는) 차례가 별로 안 돌아온다고 생각해서 특별하게 얘한테 발언 기회를 좀 주려고 생각한다고 치자...
마스터 "네. 아무래도 여러분이 찾고 있는 물건은 이 잠겨진 두꺼운 철문 뒤에 있는 모양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라인하르트 "제가 갖고있는 로켓 해머로 이 철문을 후려칠게요. 위험 돌파가 되나요?"
마스터 "네, 그렇습니다. 굴려보세요... 문을 후려쳐봤지만, 살짝 패이는 선에서 그쳤습니다. 잠긴 문을 확실히 파괴할 방법은 없을까요?"
(이하 생략)
NPC들을 등장시키기
무대에는 조연이 있어야 하는 법임. 다만 AWE 기반 룰에서의 이런 조연들은 그냥 잡상인 1, 경비병 1같은 게 아니라 각자 이름이 있고, 각자의 생각도 있는 독립적인 캐릭터로서 구현되는 거라는 점을 유의해야 함. 물론 그렇다고 해서 꼭 살려둘 필요는 없음. 영화에서도 조연들은 다 살아남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이 세계관의 주연은 플레이어 캐릭터들 뿐이고 말이지. 아 물론 주인공들이 죽으면서 끝나는 영화도 있다는 걸 인지시켜주는 것도 좋음.
<간단한 예시>
총잡이 "네... 굴려볼게요. 성공했으니 후드를 쓴 남자를 총으로 쏴서 맞춘거죠?"
마스터 "네, 불쌍한 '케니'는 총잡이의 총에 맞아서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마스터 "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맙소사! 저놈들이 케니를 죽였어!' '이 개자식들!' 하며 떠드는군요. 이제 어떻게 할까요?"
이번에는 일단 AWE 기반 룰의 마스터링 원칙... 사실상 가이드라인에 대해 설명해 보았는데... 저번 글보다 호응은 더 적을 것 같다.
P.S : 이 글은 포켓몬스터 / 아이마스 / 신데마스 / 오버워치 / 사우스파크 / 쓰르라미 울 적에 / MSG / 북두신권 / 소영이 / DMC 등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호세때문에 개추준다
이건 다른 룰 마스터링 할 때도 유용할 것 같다
예문에서는 이름을 가리고 추신에는 이름을 그대로 쓰다니...
턀갤이 꿀같은 글들로 채워지는군요. 제 글 보관함에도 넣겠습니다. 굿굿임 - dc App
그래서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잖냐
글 내용도 재밌는데 예시가 더 재밌냐 청빈한 사제는 다들 참 인상깊었나보군
나는 그거 자체는 시작부터 밑작업이 잘 됐다면 되게 좋은 배경 설정이라고 보거든
그리고 내가 봤을 때 좋은 예시는 이해를 돕는 좋은 수단이고.
약빨았냐 ㅋㅋㅋㅋㅋ. 추천.
원래 AWE는 약빨고 마스터링하는 거야
'플레이어 캐릭터 "P"가 765 프로덕션이라는 곳을 방문해서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봤다고 치자.' 이것처럼 나오는 NPC가 누구인지도 플레이어한테 정하게 해줘야 하는거임?
그건 너님 마음. NPC를 일단 직접 대충 묘사할 수도 있고, 이렇게 아예 떠넘길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