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1원칙은 모든 세력이 '자기 입장에선' 옳다는 것이다. 한 세력이 지금 벌이고 있는 악행은 역사적인 이유던, 정치적인 이유던, 감정적인 이유던, 하다못해 가치관의 차이로 인한 것이던 어쨌던 올바른 행위다. 모든 등장 세력은 자신들이 '선 성향'임을 주장한다.


이걸 하면서 균형을 잘못 맞추면 '사실 얘도 좋은 놈이었어'라는 편리한 논리를 남발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DM은 항상 등장하는 모든 세력이 개새끼일거라고 생각하고, 모든 세력들을 비꼬고 증오해야 한다. 그렇기에, '착한놈들' 역시도 문제점들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이 문제점은 '일부 이단'의 문제 같은 것으로 만들면 안된다. 태생적인 문제로 해야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모든 부귀영화를 버리고 빈민가에서 살아가는 사제들'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 역시도 사제기에, 그들의 선택은 속세의 합리성과 거리가 있다. 그들은 절대 '착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신의 뜻이 그러하기에 사람들을 돕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신의 뜻이 바뀌거나, 자신들이 곡해해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타협 불가능한 최악의 적이 될 수도 있다. 이 정의로운 사제단이, '미혼모들은 부정하므로 모두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무고한 소녀들을 마구 살해하기 시작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렇지만, 동시에, '모두 똑같은 놈들이야!' 역시도 정말 피해야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반골들을 쿨하게 여기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모두 똑같이 나쁜놈들로 만들어버리면 플레이어들은 '쿨하고 거리낌 없는 유능한 악의 제국'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버린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말 참을 수 없는 찌질함을 악의 세력에게 부여해야 한다. 


내가 예시로 자주 드는 세력은 FONV의 '시저의 군단'이다. 로마풍 테마에, 전사와 명예를 중시하는 야만적 문화 등 어마어마하게 멋진 속성들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을 가축으로 다루는 풍조, 대규모 노예제, 식인, 만개해있는 반지성주의 등을 목격하고 나면 시저의 군단이 멋있긴 해도, 절대로 함께하고 싶지는 않은 녀석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식으로 세력을 짰을 때 얻는 가장 큰 이점은 '나쁜놈'들이 정말 나쁜놈들로 보인다는거다. 여기서 말하는건 '산 것은 죄다 말살하고 태우는 나쁜놈들'을 의미한다. 저런식으로 비교해볼 수 있는 적당히 나쁜놈들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진짜 나쁜놈들을 그들과 비교해보면 '자기 합리화도 안하는 놈들'이 쿨한게 아니라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혐오스러운 존재인지 느낄 수 있다. '미국은 나쁜놈들이다. 그래도 북한보단 낫다. 그렇지만, 그 북한도 ISIS보단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