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물건은 The Black Hack.

저번에 聖그로OG가 살짝 이야기 했었고, 나도 이거 파생작인 The Cthulhu Hack을 소개한 적이 있는 물건임. 그래서 이게 뭐하는 물건이냐 하면 아주 최근에 데이비드 블랙이라는 양반이 만든 인디 룰(올해 초에 킥스타터 시작해서 4월에 완료되고 DrivethruRPG 등에서 판매를 시작함)로, OSR(Old School Revival)라고 "조낸 유명한 1970년대 원작 게임의 룰을 기반으로 새 RPG를 만드는" 실로 오리지널 고갤스러운 흐름을 타고 나온 룰임. 대체로 이쪽에 속하는 물건들은 OGL에 따라서 SRD의 형태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풀려나온 돈법사제 룰들, 특히 맨 처음에 나온 그거를 바탕으로 삼고 이것저것 덧붙여서 만들어지는데, 이것도 예외는 아니어서 "고전 명작"에다 심심하면 우려먹혀서 이제 뼈도 안 남았을 거 같은 D20 사골국물의 요소를 좀 스까다가 만든 거. 좀 폭 넓게 보자면 던-월도 이런 OSR 쪽에 한 발 걸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나는 그런지는 잘 모르겠음.


기본 메커니즘

기본 판정법

기본적으로 D20을 굴려서 사용하는 스탯보다 낮게 나오면 성공하는 방식이고, 거의 대부분의 플레이 상황에서 일단 플레이어들이 판정하도록 되어 있음. 이게 뭔 소리냐면 AWE 기반 룰 마냥 몬스터가 플레이어를 패는 걸 판정할 때도 몬스터가 맞추냐 못 맞추냐가 아니라, 플레이어 쪽에서 자기가 피하냐 못 피하냐를 굴려서 판정한다는 거임. 다만 몬스터가 패는 피해 등은 마스터 쪽에서 굴리게 됨.


크리티컬  / 펌블

크리티컬 / 펌블의 경우 공격시 1이 나오면 크리티컬 / 회피시 20이 나오면 펌블로 각각 2배의 피해가 들어가는 걸로 취급됨.

공격시 20이 나오거나 회피시 1이 나오는 건 딱히 신경 안 쓰는 듯.


판정 보정 방식

기본적으로 보정이 들어갈 때는 주사위를 2개 굴려서, 패널티를 먹는 경우는 2개 중 높은 값 / 보너스를 받는 경우는 낮은 값을 고르게 됨.


스탯과 세이브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그 능력치 6종 세트를 그대로 사용함. 쿨함/화끈함/강인함/이상함/인간관계 그런 거 말고 힘/민첩성 그런 거 "고전 명작"에서 쓰던 그런 거 말임. 또한 어떤 상황은 무슨 스탯을 사용해서 굴려야 할지도 간략하게 제시되어 있음. 


경험치 시스템

경험치 일일이 따지면서 플레이하던 기존 시스템은 몸에 해로우니까 버리고 대신 그냥 세션 / 퀘스트 / 중요 이벤트 등을 완료하면 레벨 1 올려주고 치우는 방식을 택함. 또한 이렇게 레벨이 오르면 얻는 성장 효과는 기본적으로 체력이 증가하고, 나머지 각 스탯들은 각각 D20을 굴려 원래 스탯보다 결과가 높으면 1올라가는 방식을 택함.


직업

거름(Warrior) / 흰거(Cleric) / 벗바(Conjurer) / 돚거(Thief)의 클래스가 있고, 각 캐릭터는 직업에 맞는 무기와 의복, 일정량의 돈을 갖고 시작함. 여담으로 번역명이 정상으로 보인다면 자신의 업적점수를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장비

갑옷류는 기본적으로 Armor Point만큼 피해를 깎아주고, 휴식을 취하면 Armor Point가 회복되는 방식임. 무기는 뭐 당연히 피해 쪽에 옵션을 주는 방식이고.... 다만 소모품의 경우는 찌질하게 하나 둘 세는 게 아니라, 좀 색다른 메커니즘을 통해서 처리함.   


사용량 주사위(Usage Die) 

기본적으로 소모품의 경우는 "사용량 주사위"가 책정되어 있고, 이걸 쓰다 보면 정해진 면체의 사용량 주사위를 굴리게 됨. 그래서 결과가 좋게 나오면 아직 소모품이 넉넉하지만,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소모품이 확실히 줄어드는 걸로 간주해서 다음부터 소모품 주사위를 좀 더 면체가 작은 물건으로 바꾸게 됨. 예를 들어서 8면체로 시작했다면 다음엔 6면체, 그 다음엔 4면체가 되고 그 다음에는 아예 바닥나는 거야.


몬스터

상당히 간단한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져서, 몬스터의 레벨에 해당하는 HD가 있고, 여기에 따라서 몬스터의 체력 / 공격력이 정해짐. 거기다 한두개쯤 몬스터가 쓸 수 있는 특수 액션이 제공되는 방식을 택함. 예를 들어서 몬스터 "인간폭탄"이라면 자폭하는 액션을 쓸 수 있다거나 뭐 그런 식.


장점

실제 저렴함

이거 룰이 얼마나 받을 거 같냐? Drivethrurpg에서 원판인 The Black Hack이 2달러임. 2달러면 너도 당당한 마스터다! 사실 OGC(Open Game Content, OGL에 따라서 공개되는 항목들)가 정리되어 있긴 한데 그거만 갖고는 좀 모자랄 거니까 그냥 사.....


적은 분량

설마 마스터를 할 거라면서 19페이지도 못 읽는다고는 안 하겠지? ^^ 핸드폰 사용 설명서도 이거보단 분량이 많을 거라고 생각함. 또한 그만큼 간단 명료해서 대부분의 메카닉적 요소들을 길어야 두세줄로 처리하기 때문에 기억하기도, 정리하기도 쉬움.


높은 개방성

일단 위에서도 말했지만 "고전 명작"과 "D20표 사골"에서 우려낸 걸 가지고 만든 룰이니까 당연히 이거도 OGL을 따라가고, 따라서 뜯어서 내용물을 막 마개조하거나 공개된 항목들을 정리할 수 있음. 그렇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 나온 물건인데도 다양한 파생작이 나왔고, 지금도 나오고 있는 상황임. 심지어 https://the-black-hack.jehaisleprintemps.net/에는 OGC가 6개 국어로 번역되어 있어서 영어를 못하고 일어만 되는 덕후도 읽어볼 수 있음. 물론 둘 다 안 된다면 구글 번역기가 있어..... 


단점

단순하다 못해 투박함

솔직하게 말해서 이거만 갖고 모자라다는 느낌이 드는 상황이 없진 않을텐데, OSR 쪽 물건들은 원래 어느 정도 그런 걸 전제로 하는 물건이야. 어쩔 수 없어. 그렇지만 원작자도 그걸 아는지 Additional Things라고 추가적인 요소에 대한 자료를 제공한다거나 그러고, 다양한 파생작이나 서플먼트 등이 나오고 있으니 그런 것들을 참고하면 괜찮을 듯.


듣보잡

솔직히 올해 새로 나온 인디 룰인데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 따라서 이미 팀이 확보되었다거나 그런 상황이 아니면 이걸로 쌩초보가 입문하기는 좀 힘들 듯. "19페이지 분량에 2달러짜리 룰로 RPG를 한다"고 뉴비를 모으면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일단 의심부터 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 "로그호라는 몇백 페이지나 되고 2만원이 넘던데 이건 왜 이래여?"같은 의문이 나올 수도 있겠지. 


여담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던-월이 병1신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영어로 된 거창한 룰은 영어 어렵다고 부들부들하는 애들에게 이거나 파 보라고 던져주는 거 맞음. 사실 내가 일본 쪽 물건은 전혀 손을 대지 않아서 문외한이고, 개인적으로는 이게 가격과 분량, 기본적인 설계 구조상 진정한 "저학력 / 저소득 룰"의 자리를 차지해야 마땅한 물건이 아닌가 싶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