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에 씌우는 망은 원래 한 알 한 알 씌웠다. 왜 씌웠냐 하면, 품종을 개량하기 전의 양파는 코코넛 속껍질과 비슷한 질감의 겉면이 하나 더 있었기 때문.

사실 지금의 양파에도 있기는 하다. 이 거칠거칠한 그물망 모양의 겉면은 새싹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이 겉면이 성장이 끝날때마다 양파가 한겹씩 생기는 방식이다. 옛날 양파들은 성장이 무제한이었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양파를 캐던 그물망 모양의 겉면(아직 미성숙한 층)이 있을 수 밖에 없었던거지. 그런데 이렇게 양파를 키우면 덩치가 너무 커서 속이 뭉개지고, 맛도 밍숭맹숭하다.

1910년대에 일본에서는 양파를 10겹 정도만 성장하도록 개량했고, 1960년대 한국에선 6~8겹 정도만 성장하도록 개량시켰다. 11 번째 겹, 혹은 9번째 겹에서는 성장을 실패하고 밋밋하고 얇은 겹만 만들 수 있게 만든거지. 유럽에서도 일본에서 개량한 품종을 가져가서 먹고 있다. 외국 요리를 우리나라에서 만들 때 양파의 양을 줄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0겹짜리보단 8겹짜리가 더 맛이랑 향이 강하니까.

그런데 맨 처음 개량된 양파가 시장에 나오자 사람들은 기피했다고 한다. 손질하기도 비교적 쉽고, 맛도 더 좋았지만, 사람들이 익숙하게 보던 거칠거칠하고 큼직한 기존의 양파에 비해, 미끈거리고 알이 작은 양파는 약간 무서워보였다나. 악마의 알이라는 말도 안되는 디스까지 받았다고 해. 사실 실질적인 문제도 있었어. 껍질이 없는 양파는 저장성이 껍질이 있는 양파보다 굉장히 떨어졌거든. 이 문제로 골치를 썩히던 양파 농가들에서는 묘안을 내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양파망이야. 하지만 지금이랑은 달리 한 알 한 알 따로 포장했고, 녹색으로 포장했지.

지금이야 붉은 망에 수북히 담긴 양파를 사서 먹지만, 한 때는 이런 적도 있었어.


예전에 턀갤에서 양파 보관법으로 고생한 뒤 찾은 내용. 재밌게 읽었기를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