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원래 이어폰은 사람에게 쓰는 용도가 아니야. 이런 착각을 하는게 사실 당연한 면도 있긴 해. 헤드셋의 경량형으로들 생각하니 말야. 실제로 세일즈도 그렇게 이루어졌고.

그럼 원래 용도가 뭐냐고? 원래는 공사용이야. 이름도 이어폰이 아니라 '앰플리파이어 케이블'이고. 우리나라에선 보통 '사우다' 라고 불러. 일본 사람들이 sound+er 라고 불렀었거든.







여튼, 이어폰의 구조를 보자. 알겠지만 전부 끝이 좁거나 대칭형이고, 고무를 덧대놓았지. 이건 구멍에 끼우기 위한 용도기 때문에 그래.



공사장에 가보면 알겠지만, 곧 허물 벽이나 손을 봐야 할 부분에는 이렇게 구멍을 뚫어. 이 구멍이 이어폰 구멍이야. 여기에 이어폰을 쑤셔넣고 특정 주파수의 소리를 재생하면, 각 이어폰에서 나오는 다른 주파수의 소리들이 벽안에서 공명하고, 벽은 약화돼. 특히 철근콘크리트 벽은 철근과 콘크리트가 내부에서 분리되지. 이 때 망치 같은 것으로 때리면 철근 콘크리트 벽도 사람이 손쉽게 부술 수 있어.

그럼 어쩌다가 '사우다' 가 이어폰이 되었냐고? 글쎄, 어쩌면 자연스러운 순리였을지도 몰라. 왜냐하면 앰플리파이어 케이블로 음악을 듣는건 이 물건이 처음 발명되었을때 부터 있던 일이거든. 기록에 따르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짓던 당시에도 인부들이 쉬는 시간마다 관리자의 허가 아래서 음악을 듣는 경우들이 있었다고 해.

하지만 진짜 유명해진 계기는 따로 있어. 바로 일본의 아사마 산장 사건이야. 1972년에 벌어진 이 사건에서, 기동대원들이 먹던 컵라면이 생중계를 타면서 유명해졌다는 일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하지. 하지만 '이어폰' 의 탄생도 이 때를 기점으로 하거든.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소방관들이야. 소방관들은 외벽을 부수고 침투해야 할 때를 대비해서 앰플리파이어 케이블(일본이니 사우다 라고 하자)을 가지고 왔어. 하지만 작전 대기 시간은 무한정 길어졌고, 소방관들은 라디오를 듣기 위해 사우다를 썼지.

우리나라에서는 당시 일본 신문을 잘 접하지 않아서,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이 제대로 남은 컵라면 일화만 퍼져있지만, 일본에선 꽤 유명한 일화야. 그래서 일본 기업들은 이 물건의 시장성에 대해 주목했지.



그리고 나온게 1970년대 중후반의 소니 워크맨이야. 이 때부터 시작된 '이어폰' 열풍은 이렇게 시작됐어.





동시에 앰플리파이어 케이블(사우다)의 형태가 이렇게 완전히 바뀌어버렸으니, 누가 이어폰이 사우다에서 나왔다고 생각했겠어. 사용할 땐 고무를 끼워 사용하지만 그래도 이어폰과는 생김새가 많이 다르지.


그냥 생각나서 적어봤어. 재밌게 봤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