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애니프사들은 다들 잘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달동네에서의 '직사의 마안'에 언급되는 죽음이라는 건

사실 생물의 죽음이랑은 전혀 관계가 없는, 뭔가 형이상학적인 개념이다. 존재론적인 끝 같은 거야.


하지만 월희는 전형적인 일본 호러 소설에 기반을 둔 작품이었고(소도시의 유지인 가문의 피에 흐르고 있는 저주 테마)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나스 키노코가 굳이 고유명사를 만들지 않고 '死'라 표현한 건 당연해 보인다.

말인즉슨, 독자가 '死'라는 글자를 보고 연상하는 것, 시체나 피, 장례식, 비참한 죽음의 이미지가 의도되어 있다는 거지.

그런 이미지들이 호러적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토오노 시키에게는 땅조차 죽어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느낌을 주니까.



비슷한 예시로는 마새 시리즈의 '두억시니'가 있다.

사실 마새 시리즈에 나오는 두억시니는 전설 상의 두억시니와는 별 연관성도 없다. 어느 야담에 '파란 냄새 삼각형'이 나오겠냐고.

하지만 두억시니라는 표현에서 나오는 '어딘가 동화적인 공포의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적'인 느낌은 분명 이영도 타자가 의도한 바일 거란 말야.

그래서 '레콘'같은 고유명사를 피하고, 자신이 생각한 불가사의한 괴물의 이미지에 가장 가까운 단어를 찾았을 테고.





그런 의미에서, 최소한 초기 판타지 작품들에서 나오는 'Lich'라는 표현은,

물론 작중 내부에서는 '언데드 대마법사'라는 존재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겠지만,

문학 작품 외에서는 잘 쓰지 않을 '시체'라는 뜻의 고어가 주는, 으스스하고 케케묵은 분위기를 의도했을 거라고.

그러니까 의미가 바뀌었다고 '원 단어의 의미를 바꿔버림으로써 주는 느낌'을 배제하자는 건... 조금 애매하다고 본다.


물론 지금 들어서는 서구권 화자들도 'Lich'에서 그런 으스스함을 느끼기보다는,

그냥 언데드 대마법사를 떠올릴 거 같긴 한데...

그리고 '시체'라는 표현이 그런 으스스함을 잘 반영하고 있냐에 대한 문제도, 사실 사람마다 의견이 갈릴 거 같긴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