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식 닭꼬치. 꽃소금 약간 외에는 아무런 간도 하지 않는다.


닭꼬치! 닭꼬치 좋지. 소스에 푹 절여 숙성시킨 야들야들한 닭고기와, 배어나오는 닭기름과 숯 향기를 머금은 파. 같이 먹으면 쌉쌀하면서도 달콤한 파의 맛과 향이 부드러운 살코기의 맛과 어우러지고... 일본식 술집에 가면 꼭 있는 메뉴기도 하고, 길거리 음식 중에서도 최고가에 속하는, 분식과 식사의 중간 쯤 있는 녀석이지.


다들 알고 있겠지만, 원래 닭꼬치는 일본의 음식이야. 거기서도 길거리 음식으로 많이 먹지. 하지만 그건 길거리 음식에 맞도록 소스로 범벅하고 고기도 큼직하게 잘라서 파는 버전이야. 제대로 된 닭꼬치는 일본 정식의 일부로써 먹어. 여기서 일부라는 건 '정말' 일부라는 뜻이야. 왜냐하면 닭꼬치라는 요리 자체가 '그릇을 닦아 먹기 위한' 음식이니까.



이탈리아의 scarpetta. 그릇을 닦는 빵이 하나의 요리 장르로 발달했다.


소스를 닦아 먹는다는 개념이 우리나라에선 조금 생소한 것이 사실이야. 하지만 양식을 먹을 때, 빵으로 그릇을 닦아 소스를 먹어본 적 없어? 우리나라에 그런 문화가 적을 뿐, 세계적으로 그러한 문화가 있어. 인도의 난이라던지, 뭐 그런 것들 말야. 일본이 딱히 이상한 건 아니야.


여튼, 일본에서는 소스를 닦아먹는 문화가 굉장히 발달한 편이야. 소스 자체가 굉장히 발달한 나라니까. 발달할 수밖에 없지. 일본 본토에서 요리를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일본 본토의 요리는 굉장히 짜고 달아. 새콤한 것도 즐겨 먹지. 짜고 달고 실수록 음식이 잘 상하지 않으니까. 습기가 많은 섬나라 식습관의 특징이지. 짜고 달고 신 맛을 가장 쉽고 풍부하게 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소스인데 어찌 발달하지 않았겠어? (사족이지만, 영국 역시도 소스 자체는 굉장히 발달한 편이야. 어느 식당에 들어가던 6~7개의 종류가 넘는 소스가 테이블마다 놓여있지.)


그래서 일본 요리에서는 고급 요리일수록 소스에 공을 많이 들여. 가정집에서 해먹을 때에는 가다랭이 포를 좀 넣고 간장 육수를 내는 선에서 끝날 요리가, 고급 음식집에서는 그 간장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10가지가 넘는 과일을 넣고 달여 가며 하나의 요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소스를 만들지. 그리고 고급 요리일수록 다양한 소스를 풍부하게 제공해.


여기서 특징은 소스를 절대로 음식에 붓지 않고, 다른 종지에 내온다는 거야. 향이 강한 소스를 음식에 범벅해버리면 맛을 어떻게 느끼겠어? 이런 방식의 단점은 필연적으로 소스가 남는다는거야. 그리고 생각해봐. 식사를 마무리해가는 중에, 정말 맛좋은 소스가 그릇에 잔뜩 남아있다고 말야. 저 아까운 소스를 어떻게든 처리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았겠어? 단순하게 밥을 비벼먹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격식을 강조하는 일본의 중세 문화에서 그렇게 ‘야만적인’ 방법을 좋게 보는 사람이 많았을리 없지.


여러가지 대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오다 노부나가가 아사쿠라를 정벌한 이후 벌인 연회에서는 겉을 구운 쌀떡을 소스 처리용으로 내왔다고 해. 그리고 그 이후에는 다른 변형들도 역사에 기록되어 있지. 생선이나 야채, 그리고, 그나마 가장 흔한 육고기인 ‘닭고기’ 같은 것들을 찍어서 먹도록 말야. 마무리 음식이니 더 예쁘게, 더 그럴듯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젓가락을 꼬치로 간소화시키고, 야채를 끼우기도 하며 이 '소스닦이'는 발전해나갔어. 나중에는 아예 이 '소스닦이'에 전용 소스를 발라서 먹기도 하면서 독립된 요리로 거듭나게 되었고. 바로 이게 닭꼬치의 기원이야.


아쉽지만, 현대에는 닭꼬치가 일본 정식에 웬만하면 포함되지 않아. 2차대전 때 일본제국이 ‘사치를 줄이자’며 가장 탄압했던 식문화 중 하나가 이거였거든. 하지만 아직도 오래된 일본 정식집에서는 닭꼬치를 곁들여 먹는 음식으로 내어주고, 내주지 않아도 ‘토리야키’를 달라고 이야기 하면 즉시 가져다주지. 



내가 닭꼬치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알게 된 내용들이야. 재밌게들 읽었으면 좋겠네.



현대식 오야코동


사족. 참고로 소스를 닦아먹는 방법들에서 파생된 요리들이 ‘덮밥’들이야. 그 중 기록에 남아 있는 가장 최초의 형태는, 남은 닭꼬치에서 살코기를 빼낸 뒤 남은 소스로 양념하고, 계란과 간장을 섞어 볶아낸 뒤 밥과 함께 먹은 것이야. 후일 ‘오야코동’이라고 불리게 된 이 음식은 엄청난 인기를 끌며 하층민들에게도 퍼져나갔고, 지금도 서민들의 든든한 친구로써 건재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