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핵 pbp를 보고 낄낄거리다 든 생각.

원래 간단한 인카운터 서너 번 하고 맛보기로 끝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번역한 물건인데...

배경 지식의 차이가 좀 있었던 거 같다는 걸 인정해야 할 듯. 일단 OSR 쪽에 손을 대보려면 읽는 게 좋을 거 같다.


CR의 부재

D&D나 패파 등에서 나오는 CR(Challenge Rating) = 도전 지수는 곧 "대략 자원의 20~25% 정도를 사용해 이놈을 조질 수 있는 파티의 평균 레벨"정도 개념이라고 보면 됨. 원래는 "내 파워 빌딩 캐릭터가 조질 수 있는 목표의 전투력 측정 기준" 같은 게 아니라는 거지.... 그런데 OSR 계열에서는 대체로 이게 안 나와. 왜냐면 CR 자체가 3판에서 나온 개념이기 때문에 그 이전 버전을 갖고 주물럭거려서 만드는 OSR 계열에서는 작정하고 넣어주지 않는 이상 그런 거는 있을 수가 없어. 그나마 비슷한 개념이 몬스터 레벨과 경험치 같은 건데... 이거는 CR과는 달리 이거만 보고 그냥 툭 던져놓기엔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물건임. 따라서 랜덤 인카운터 같은 걸 만들 때 몬스터 CR보고 뚝딱 내는 거 같이 하기는 좀 애매해. 예를 들어서 Sword and Wizardry 같은 경우 던전 레벨(혹은 깊숙히 들어가는 정도)에 따라서 대충 어떤 몹을 꺼내야 할 지를 제시해주는 랜덤 인카운터 테이블을 제공하고, 그런 걸 참조하는 게 모두의 정신 건강에 좋은 편임. 다만 OSRIC 같은 데 나오는 인카운터 테이블은.... 


그리고 블랙 핵은 이 부분을 깊게 파면 더 골 때리는데, 왜냐면 여기서는 그냥 HD가 기준이기 때문에 같은 OSR 계열 게임인 Swords & Wizardry 같으면 CL 3짜리인 흡혈박쥐가 CL 1짜리인 애들하고 "HD가 같으니 동급"으로 간주됨. 참고로 S&W의 랜덤 인카운터 테이블에 따르면 CL 3짜리면 던전 1층, 그러니까 도입부 기준으로는 좀 쉬운 단독 인카운터를 구성할 역량이 되고 아예 두 마리 세트는 나오지도 않는 애들인 반면 CR 1짜리는 막 2d6마리가 모여야 인카운터 하나 형성하고 그런 수준의 차이임.... 이런 미친 괴리감을 생각하면 당연히 마스터는 "눈치껏 알아서" 인카운터를 구성해야 한다는 소리가 됨. 추가 요소에서 "이거 하는 법 아는 놈 대상"이라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실 이런 걸 적당히 알거나 눈치를 까고 있어야 편하다는 거고. 내 기준에서는 HD와 몬스터 능력을 보고 적당히 사려서 몬스터를 꺼내줘야 한다는 게 너무 당연하게 생각되서 대충 넘어갔다가 PBP가 파티 수준보다 위협적인 인카운터 한 방에 축전멸로 끝나는 걸 보니 말해야 할 거 같아짐.


그래서 내 기준으로는 블랙 핵 같은 경우 최소한 인카운터로 등장하는 몬스터 중 가장 센 놈의 HD가 파티 레벨 평균하고 별 차이가 없어야 하고, 추가 능력이 있는 애들은 그만큼 더 보정을 줘야 한다고 생각함. 예를 들어서 룰북의 플레이 예제만 봐도 벗바/돚거/전사 셋(파티 평균 1레벨?)한테 구울 1마리(HD 2) 던져줬는데 시작부터 돚거는 마비를 먹었음...


PBP의 조우도 잘 보면 시작부터 다수의 불딱정벌레에게 벗바가 유일한 주문을 질러서 8시간 휴식 전까지는 그냥 몸뚱이만 남은 데서 자원 소모율이 20%는 넘었을 거고.... 그 결과 이후 인카운터부터는 짐짝이 된 법사에 대한 별 고려 없이 인카운터 구성만 계속 강화되다보니 다음 인카운터에서는 전사의 탱킹이 선방해 줬지만 그 다음에는 그게 안 되면서 뭐... 그러면 결론은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마법을 먼저 써버리고 시작한 벗바가 젤 나쁜 놈이 되는 건가, 아니면 그대로 진행을 강행한 파티가 다 나쁜 놈들이 되는 건가?


Save or Die

영어로 써 놔서 어려울 수도 있겠는데, "쉽게 말해서 판정 실패시 죽거나 최소 무력화"되는 효과를 말함. 구판 D&D의 필수 요소 중 하나였고 당연히 그 정신적 후속작인 OSR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요소로, 쉽게 말해서 레알 잘못 막으면 한 방에 훅-간다는 건데.... 간단히 말해서 난이도를 개같이 올리는 대신 진행을 드라마틱하게 할 기회를 주는 요소임. 그런데 이런 게 시작부터 튀어나오거나 예고 없이 선빵을 날려오면 대개 인카운터 난이도를 흉흉하게 만든다.... 그래서 저딴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5판에서 "이제 두 번 못 막아야 훅 가여 ^^" 같은 식으로 전체적으로 안전장치를 좀 줬고. 근데 그딴 거 OSR 계열에는 없으니까 가급적이면 초반에는 꺼내지 않거나 비교적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게 이딴 하드코어 플레이에 적응되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 정신 건강에 좋음. 예를 들어서 멀리서 접근한다는 식으로 1턴 정도 선공할 기회를 준다던가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