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글을 쓰기에 앞서, 내가 덮자고 해놓고서 이렇게 새 게시물 파게 되어 미안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당.




CoC나 댄디같은 할 거 확실하고 백 번 쏴도 비슷한 곳에 맞는 룰이라면, 죽으면 잽싸게 캐릭터 다시 만들어서 다시 시작해도 문제가 안 될 거 같기도 함.


결정적인 실패 또한 나름대로 받아들이는 게 RPG의 묘미이기도 하고, 두 룰은 크든 적든 여차할 때 죽어나가는 확률과 맞서 싸우는 게 재미있는 점이기도 하고,


특히 알 만큼 아는 숙련자들끼리 모이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역전의 용사니까. 심지어 댄디는 조건에 따라서 죽음조차 어지간하면 END가 아니기도 함. 심지어 캠페인에 따라 그 조건이라는 게 퍽 너그러울 때도 있음. CoC는 애초에 픽픽 죽어나가는 걸 즐기는 마조 룰이기도 하고.




근데 모든 룰이 그런 건 아님.


좀 메이저하지 않은 룰을 예시로 들어서 미안하지만, 예를 들어 네크로니카 같은 룰은 캠페인이 진행될 수록 pc 사이에 상대를 다른 이로 대처할 수 없는 중요한 관계 같은 게 형성됨. 한 캐릭터가 탈락하면 파티 전체의 파탄으로 이어지기도 함.


더 메이저한 룰을 예시로 들면 겁스의 경우 캐릭터 메이킹 하는 데에 어지간해선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림. 작정하면 템플릿과 렌즈로 쉽게쉽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게 가능한 캠페인이 있고 불가능한 캠페인도 있음.


그 외로 때로는 PC의 주인공다움을 대단히 중시하는 룰도 있는데, PC가 죽어나가는 데에 익숙한 플레이어와 마스터라 해도 룰과 상황에 따라서 지금 잡고 있는 이 PC의 이야기가 하필 지금 끝나는 것을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울 때도 있음. 뭐 이건 꼭 룰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하긴 위에 말한 네크로니카 같은 경우는 애시당초 게임 마스터가 GM이 아닌 네크로멘서지...




여튼 정리를 하자면, 그냥 플레이 시작 전에 마스터가 숨김 굴림을 조작하는 게 맘에 들지 않으면 그냥 캠페인 시작 전에 그렇다고 말을 하면 되는 게 아닐까 싶음.


말을 해봐서 안 맞으면 서로 플레이 안 하면 되는 거지, 꼭 '나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면 어디까지나 마스터 네 탓이다.' 할 필요가 대체 어디 있음? 누가 이득을 보는데?


솔직히 20년쯤 이 바닥에서 구르던 늘그니 플레이어는 거의 자기하고 맞는, 늘 하던 사람들하고만 플레이 할테니까 새로운 사람들하고 플레이 할 필요가 별로 있지도 않잖아? 그러니까 배짱을 퉁기든 말든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겠지. 그런데 이제 막 입문해서 새로 플레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주사위 숨김 굴림 조작은 파괴해야 한다'라고 생각해서 결국 모처럼 하게 된 캠페인 깨지고 이 좁은 바닥에서 언제고 다시 볼 수도 있는 RPG인들과 피차 상종 못하게 된다면? 그러거나 말거나 남의 사정이니 신경 안 써도 되나? 특히 뉴비라면 마스터보다는 플레이어가 될 확률이 더 크겠지.


주사위 굴림을 마스터가 조작하는 캠페인 또한 있다는 사실을 긍정한다면, 적어도 마스터가 플레이어에게 캠페인 시작 전에 '전 다이스 조작할 겁니다.'라고 선언하고 플레이어들의 검수 받아야야 한다는 말은 하지 마라. 그게 뭔 김 빠지는 소리야? 마술쇼 하기 전에 트릭 다 까고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경력이 20년 넘게 RPG를 잘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만큼 성숙한 원로 플레이어라면 조금만 더 다른 입장에서도 생각해주면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