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로는, pc가 그 전투에서 칼을 뽑아들기로 결심한 이유에 pl이 공감하기 쉽다는 것.

crpg도 다양한 이유를 주고 선택 가능한 게임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게임일수록 시나리오에도 신경 쓴 편이라 결국 제작사 시나리오를 따라가는 데 맞춰지는 편이잖아

특히나 그 게임이 멀티플레이가 지원된다면 그런 동기와 관련된 부분은 단순화될 수밖에 없지

하지만 trpg는 같이 만든 배경에서 내가 만든 pc가 결단을 내리니까 공감도 쉽고

결단을 내리는 과정을 얼마든지 늘리면서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으니 깊게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디아블로3 하면서 절대로 졸툰 쿨레를 때려죽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번째로는, 협력해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아무리 쩌는 와우 정규공격대원이래봤자 낼 수 있는 결과는 하나뿐이지. 네임드 다운.

와우에서 우리 메인탱커가 일부러 찔려서 몸으로 서리한을 묶어놓고, 딜러가 눈물을 흘리면서 그 틈에 아서스의 목을 치자?

혹은 연기력으로 아서스에게 굴복하는 척 속이고 얼음왕관 성채에서 끌어내서 통수치자? 이런 거 못하잖아

조합을 어떻게 짜든, 아무리 쩔컨을 하든 끝은 전멸 후 티리온 폴드링이 '으아아아아 멈출 수 없는 힘이!' 하면서 각성할뿐이지

crpg 멀티플레이에서는 정해진 공략을 수행해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이끌어 낼 수록 잘하는거니까

협의해서 마음에 드는 결과를 가져가는 건 아직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밖에 못 한다고

그래서 난 전투하는 도중에 pl끼리 의논하느냐 시간을 잡아먹어도 그냥 지켜보는 쪽임. 다른 놀이는 그런 거 못하니까



세번째로는, 실패에 여유가 생긴다는 것.

와우에서 수사가 아서스 몰아치기에 보호막 못 둘러주면 그건 그냥 병신새끼지

하지만 trpg에서는 수사가 짝사랑하던 전사가 크게 다쳤기 때문에 마음이 심란해져서 기도문을 틀렸다고 할 수도 있어. 마음에 드는 실패가 될 수 있지

그 실패로 인해 전투에 패배하더라도, 그 패배를 pl들이 만족하는 방향으로 끌어나갈 수 있고

crpg에서 실패는 대부분 세이브&리로드야. 실패마다 분기점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건 대개 싱글게임이고, 그 분기점이 마음에 든다는 보장도 없고

실패를 그냥 실패로 받아들이면서 진행할 수 있다는 것 또한 trpg같이 사람과 사람 간의 놀이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