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매카트니는 그가 방금 도륙한 매캐한 연기를 내뿜는 기생충의 주검 위에 서 있었다. 그것은 열과 빛 없이도 타닥거리면서 재로 화하고 있었다.
그 기생충은 자기 힘에 대한 과신이 넘쳤다. 그 기생충은 언제까지고 자기가 인간 가축떼 사이를 발각당하지 않고 활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명백하게, 그것은 인간 중에서 자신을 공격하고 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 것이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매카트니가 그것의 매료된 후원자를 권좌에서 실각시킨 뒤 감방에 처넣고, 그것의 사업체를 해체하고, 그것을 파산시켜 빈털터리로 만들고, 그것의 구울과 하인들을 하나하나 제거하거나 폐인으로 만드는 동안에도 그 라좀브라는 자기를 향한 일련의 통렬한 공세가 카마릴라 경쟁자의 소행이라고 간주하고 있었다.
거머리의 생태에서 파멸적인 오만은 대게의 등껍질에 달라붙은 부착생물과 같은 것이었으나, 사바트 기생충들은 언제나 교만했다. 하지만 이 라좀브라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괴롭히는 적이 인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짐작도 해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연 독보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자신의 유아적인 제다이 마인드 트릭과 그림자 헨타이 촉수가 통하지 않는 인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 발로 자신의 하반신을 날려버릴 수 있는 플라즈마 권총을 가진 인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고, 그런 인간과 실제로 대면했을 때 속수무책으로 스러질 수밖에 방도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러한 '중성화'는 가장 만족스러운 오퍼레이션에 속했다. 복수심에 찬 인류의 진노를 완전히 망각하고 있는 괴물에게 진짜 피식자가 누구였는지를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뼛속 깊숙히 새겨주는 일 말이다. 오퍼레이티브 부서의 여느 에이전트가 그렇듯이 매카트니의 처형은 자비롭지도, 신속하지도, 고통이 없지도 않았다. 뉴 월드 오더만큼 심리전에 능통한 컨벤션은 없었고, 매카트니는 현실교란자들을 흡사 초식동물을 추적하는 맹수처럼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서서히 구석으로 몰아넣으며 점증되는 공포심을 불어넣는 방식을 선호했다. 그가 방금 처단한 흡혈 기생충 또한 왕처럼 영화를 누리다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마냥 울부짖고 자비를 애걸한 끝에 무자비하게 처분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기묘한 점은 이 기생충이 최근 몇 달간 되풀이해서 동일한 먹잇감을 추적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는 극히 드문 사례였는데, 라좀브라는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노숙자와 범죄자의 피도 거리낌없이 빨아먹었기 때문이었다. 애증으로 뒤얽힌 사촌 벤트루와 달리 라좀브라는 먹잇감의 선정에 그렇게까지 까다롭지 않았다. 라좀브라의 강박은 핏줄이 아닌 거울에 있었다. 그것들은 자기들의 얼굴상이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는 것에 심각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고, 열등감에 찬 분노에 미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시중을 드는 구울 하인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하거나 맨들맨들하게 연마된 금속으로 만들어진 가면을 박아 넣었다.
사냥감 하나에 대한 초지일관한 추적이 그 기생충을 자신의 시야에 걸려들게 만들었다. 수백 년에 이르는 장구한 세월 동안 한 블록씩 쌓아올린 기반이 지난 3개월만에 파도 앞의 모래성처럼 속절없이 무너지고 와해되는 와중에도 그것은 사냥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며 몰두하고 있었다. 이는 분명 고마운 일이었지만, 이쯤 되면 라좀브라 엘더를 그토록 매혹시킨 육축의 아이덴티디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나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는 내심 오늘 그 주인공과 조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폴 매카트니는 이미 클린업 디비전을 호출했다. 정확히 1분 23초 후에 클린업 디바이스를 완비한 클론 블랙 수트 팀이 도착할 것이었고, 증거를 인멸하고 현장을 원상복구시키는 동시에 만에 하나 목격자가 있다면 그 사람의 기억을 소거할 것이었다. 최근의 기술 발전 덕분에 패러독스 발생의 위험성은 완화되었고, 처리 속도는 그만큼 빨라졌다. 남극의 해빙 사태 - 그 재앙이 발생한 원인과 자세한 전말은 루시퍼 블랙 등급 최고 기밀로 분류되어 있었고, 4급 에이전트인 그에게는 열람 권한이 없었다 - 가 유니언에 단 한 가지 득이 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회 혼란을 틈탄 계몽된 과학의 효과적인 확산이었다.
문득 그는 등 뒤의 인기척을 느꼈다. 에이전트는 그 어떤 범인에게 허락된 것보다 신속하게 대응했고 생각의 속도보다 빠르게 M-35 플라즈마 리볼버를 불청객에게 겨누었다. 기실 그는 몸을 돌리지조차 않았다. 총을 움켜준 오른손을 왼쪽 겨드랑이에 끼우고 검지손가락을 방아쇠에 올리는 간단한 동작으로 충분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시뮬레이션된 증강현실에서 수없이 연습하고 현장에서 활용한 제스처였다. 그의 미러셰이드는 이미 360도 전후좌우에 동시에 초점을 맞춰 탐색하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분석하며 정보와 이미지를 그의 시각으로 전송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NWO 에이전트처럼 매카트니는 어그먼트 시술을 받지 않은 순수한 생물학적 인간이었기에 두뇌 임플란트를 통해 즉시적으로 정보를 전달받을 수는 없었지만, 계몽된 과학으로 제조된 특수한 미러셰이드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센서가 주인의 위험 신호를 감지했고, 그 주위로 포터블 포스 실드와 리펄서 필드가 전개되었다. 폴 매카트니는 디바이스에 저장된 프라이멀 에너지가 소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불청객이 좀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 움직임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폴 메카트니는 이미 상황 판단을 완료했고, 대응 방침을 결정했다. 에이전트가 왼편으로 힘차게 몸을 날리는 동시에 그의 리볼버가 불을 뿜었다. 플라즈마 탄환 전량이 불청객이 서 있던 자리에 한 치 오차 없이 적확히 착탄했고, 탄환의 어린아이 손톱만한 크기와는 심대한 괴리가 있는 대폭발을 일으켰다. 한편 종전까지 에이전트가 있던 자리는 부식성의 검은 불길로 타오르고 있었다. VDAS는 적이 아직 제거되지 않았음을 경고하고 있었지만, 그는 데이타크라울의 도움 없이도 계몽된 초감각을 통해 자신이 표적의 제거에 실패했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표적이 자신에게 가했던 공격은 그의 실드를 무시하거나 무효화하고 그대로 통과할 수 있었을 공산이 크다는 것 또한 명확했다.
그것이 현실교란의 일종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으나 그것은 물리적인 공격이 아니었고 그렇다고 마법적이거나 영적인 습격인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매카트니는 자신이 어쩌면 지난 30년 동안의 필드 에이전트 경력을 통틀어 단 한번도 맞닥뜨린 적이 없는 생소한 현실교란자를 상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쨌거나, 방금까지 그가 서 있던 자리를 점유하고 있는 것은 불청객이었다. 그리고 그(그녀?)는 급작스러운 관성의 힘으로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고 있었다. 이는 상대가 공간 전이가 아닌 고속 이동을 사용했다는 방증이었다. 셀러리티를 구사하는 흡혈 기생충을 손쉽게 무력화하고 처치할 수 있는 최적의 상황적 조건 중 하나는 그것이 표적을 단숨에 제거하는 데 실패하고 자기의 속도를 주체하지 못한 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그렇다면 지금이 기회였다. 이번에는 '카론' 그라비톤 그레네이드와 함께 '선퓨리' 플라즈마 화염방사기를 -
그리고 다음 순간, 적의가 사라졌다. 머리를 울리는 기묘한 압박감 또한 해소되었다. 폴 매카트니는 이제 불청객의 모습을 분명하게 식별할 수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 검은 눈동자. 부자연스러운 검은 손톱. 그와 대조적으로 창백하고 핏기 없는 피부. 그러나 명백히 흡혈귀는 아닌. VDAS의 화면에는 확연히 평범한 인간이라고 표시되고 있는 -- 도대체 정체가 뭐지? 방금 전의 공격은 시험이었나? 아니면 도발? 그도 아니라면 변태적인 유희? 혹시 저것이 속한 족속의 관례나 의식 같은 것인가?
상대에게 살해나 제압의 의도가 없다는 것이 확실시되었으므로, 매카트니는 일단 대화를 통한 상황의 파악과 분석을 시도해 보기로 결심했다. 어쨌든 무슨 상황인지를 알아야 그 대책도 강구해 낼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너는 누구지? 원하는 게 뭐냐? 네가 칼리오스트로 '백작' -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한쪽 입술을 비뚜름하게 말아올렸다. 명백한 경멸을 담은 조소였다 - 이 그리도 찾아헤메던 육축이었나?" 매카트니는 단도직입적으로 요지를 물었다. 그는 외교적 교섭을 할 기분이 아니었다.
"나는 당신이 마음에 들어요." 소녀의 모습을 한 무언가가 말했다. "당신이라면 나를 도울 수 있을 것 같네요." 소녀의 모양을 한 괴물이 알아들을 수 없는 헛소리를 지껄였다. 그러나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매카트니는 저 소녀가 이성과 합리의 제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부조리한 현실교란자와 일상적으로 교류했다 - 피와 살점이 온 사방에 튀기는 유혈낭자한 몸의 대화를 교류하고 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좀더 구체적으로 물어보도록 하지. 너는 그 흡혈 기생충보다 훨씬 강하다. 그리고 아마 나이도 더 많겠지. 그뿐 아니라 너는 그 기생충을 매개로 나를 유인할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나를 이용해서 네 손을 더럽히지 않고 장애물을 제거하려고 했거나.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가설을 도출하자면, 너는 그 흡혈귀의 정신을 조종해서 너에 대한 추적에 몰두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그 페도필리아 기생충이 사냥 삼매경에 빠져 있는 동안 나에게 발각되게 했고, 동시에 그것의 허점을 노출시키게끔 조장했다. 최종적으로 백작의 세력 기반이 일소되고 그것이 퇴치되면서, 나와의 회동을 가진다. 맞나?"
"역시 똑똑하고 눈치가 빠르네요. 정말이지, 당신들은 내가 알고 있던 인간들과는 너무 달라요. 마치 늑대와 양떼처럼..."
"늑대는 너희들이겠지. 우리는 늑대를 사냥하는 엽사들이다." 에이전트가 가차없이 일축했다. 추악한 현실교란자에게 농락당했다는 사실이 그를 활화산같이 분노하게 만들었다. 매카트니가 그의 작열하는 격노를 외부로 표출하지 않고 억누르고 있는 까닭은, 이미 저 괴물을 상대로는 승산이 낮다는 분석을 마쳤기 때문이었다. 유니온의 여느 에이전트처럼, 매카트니는 용기와 만용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를 갖추고 있었다. 적어도, 현재 보유한 에셋만으로는 완승을 보장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47초만 더 시간을 끈다면...
아니면 설마, 저 현실교란자가 자기 주위의 시간을 느리게 흐르도록 조작 하고 있나? 하지만 그런 능력을 행사하는 현실교란자에게는 언제나 통계적 불가항력이 --
"뭐, 그런 메타포를 원하신다면 좋으실 대로. 그리고 앞서의 질의에 답하자면, 저는 당신 인간들이 지옥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왔답니다."
괴물의 터무니없이 광오한 선언이 매카트니의 상념을 칼처럼 끊어냈다.
"그리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당신 동료가 이리로 도착할 거에요. 혹시 프로제니터의 촉망받는 프라이머리 인베스티게이터 올레그의 이름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릴레이 소설이야 소영아 ^^
주인공 파티를 응당 만나게 해줘야겠지.
히익 릴레이 감사 히익
가 아니라 헨타이 촉수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