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트가 아닌 다른 룰에도, 또는 다른 창작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임.
캐릭터 만들려고 막상 폈는데 생각이 안나서 골아플 때가 있지. 이 방법을 떠올리면 그나마 좀 쉬워질 거임.
아닐 수도 있고.
'어떻게'와 '무엇을'이 있겠지.
0.뒤집는다?
그 전에, 이 뒤로 계속 '뒤집는다'는 단어를 쓸건데, 이게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 설명하겠다.
뒤집는다는건 니들이 아는 그거 맞아. 반전시키는거지.
간단히 말해서 외계인을 뒤집으면 인간, 쌀을 뒤집으면 빵, 차를 뒤집으면 커피. 이런 식이지. 맞나? 아니. 전혀 다름.
왜 아니냐?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분법적이지 않은데 이분법적으로 보기 때문' 임. 조금 풀어서 말하자면, 이 세상엔 인간 아니면 외계인. 생물이 그 둘 밖에 없지 않거든. 애초에 외계인이라는 표현 자체가 '인간'이라는 표현이랑 동일 선상에 있지 않음. 그건 '외계에 살고있는 지적 생물체'를 가리키는거니까. 외계에 사는 다양한 생물체들을 뭉뚱그려 표현하는 단어고, 당연히 분류를 보자면 '인간' 이라는 분류보다 훨씬 상위에 있음. 애초에 세상에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건 몇 없어. 인간은 그런 간단한 오류를 범하면서 자기가 오류를 범하고 있는 줄도 모름. 그래서 역설적으로 뒤집는게 좋은 방법인 것. 왜냐하면 새 캐릭터를 연상해내기 좋거든.
요는 '연상'이야. 이분법적으로 보는 이유도 그게 확실히 연상이 되기 때문임.
남성, 30세, 사무직, 사실은 사기꾼, 말 재간이 매우 좋음, 외향적임, 유쾌한 성격―
자 이 캐릭터를 기반으로 이것과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볼래? 어때, 힘들지?
당연한거임. 위의 예제가 있고, 이걸 기반으로 뭘 만들려고 해도 존나 막연하거든. 근데 이걸 '뒤집는'다면?
여성, 체육계, 준법시민, 말 솜씨가 서투름, 내향적임, 진지한 성격. 이라는게 나와.
위의 캐릭터랑 꽤 다르지. 단순히 반전시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달라진다는 것. 이렇게 새로운 특성들을 만들어서 조립하는거야.
요컨대… 기존의 캐릭터 - 분해 - 특성들을 반전시킴 - 재조립 - 새로운 캐릭터 라는 과정을 거치는 셈이지.
근데 왜 나이를 빼먹었을까? 그 이유는 '노인'과 '체육계'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물론 전형적인 캐릭터를 만들지 않는게 목표라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특성들을 모아 캐릭터를 만들어도 됨. 단지, 비전형적인 캐릭터는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만 알아두면 됨. 가령, 예를들어서, 정말 웃기게 생긴 사람이 웃기게 생긴 분장을 한채로 진지한 연기를 한다 한들 관객들의 마음에 와닿을까? 대부분 그렇지 않을거야. RPG 하는 사람도 그렇고, 글쓰는 사람도 그렇고 캐릭터 연기의 난이도도 생각해봐야겠지.
요는, 캐릭터를 쉬이 연상하기 위해서 기존의 캐릭터의 특성을 반전시킨다.
그런데 그런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결과물중 일부가 마음에 안들면 그냥 썩둑 잘라내도 된다. 라는게 기본 전제조건이라는 것.
어떤 애들은 몇 가지 문장(명대사?)들로부터 캐릭터를 연상해내기도 하고, 아님 뭐 인간이 아닌 다른 물건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서 만들기도 함. 사실 그것도 캐릭터를 조립해 만드는 나름의 방식임. 하지만 난 그런 방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본 적이 없어. 따라서, 이 아래로 쓸 내용은 캐릭터를 반전시키는 방식, 즉 뒤집기에 초점을 둘 것임.
1.어떻게(방식)
1)상위 개념을 뒤집기
캐릭터 그 자체를 정밀한 소묘에 비유하자면, '상위 개념'이란 스케치같은 느낌임.
'냉철함'이라 하면 대충 어떤 느낌인진 알지만, 그게 '어떤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는' 것뿐인지 아님 '죄인이 자신의 어린 자식이래도 본보기삼아 저잣거리에 내다 교수형 시킬 수 있는' 그런 냉철함인진 모름.
그래도 일단 이 방식의 장점은 있음.
-첫째. 면모가 워낙 상위 개념이다보니 세부를 반대로 만드는 것보단 좀 덜 티남(덜 뻔함)
생물-(동물,식물,균류,바이러스 중 동물)-포유류-영장류-인간 이라는 분류가 있다면, 면모는 한 '포유류'쯤의 분류라고 할 수 있다는 뜻. 물론 딱 한두가지 의미만 가지는 면모도 있을 것. 또 그게 아니어도 그 면모를 반대로 뒤집으면 너무 몇 가지만 뜻하게 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음. 이럴때는 그 면모를 조금 더 넓은 분류로 분류화시킨 뒤, 그걸 뒤집어보셈. 또는, 일단 뒤집은 뒤에 분류화시킬 수도 있음.
-둘째. 조금 더 상위 개념을 반대로 하면 다양한 캐릭터가 나올 수도 있음.
위에서도 말했듯이, 세상은 모 아니면 도, 이거 아니면 저거 라는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경우보단,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음. 어차피 완전히 대척점에 선 캐릭터를 만들기란 매우 까다로움. 예를들어, 인간의 반대가 뭔데? 동물의 반대니까 식물이냐? 그건 너무 티나거니와 재미도 없고 별 의미도 없음. 적당히 반전된 캐릭터를 만들땐 만들더라도, 약간의 변주만 주는 것도 가능하므로 매우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음.
2)하위 개념(세부 특성)을 뒤집기
-캐릭터 면모는 캐릭터를 짧은 문장들로 함축적으로 나타낸 것. 그런 반면 이쪽은 좀더 세부적인 특성임.
전술한 '상위개념'보다 조금 더 세부적인 캐릭터 특성을 일단 쫙 쓴 뒤에 그 키워드들을 하나하나 반대로 뒤집자. 아래에 후술할 '무엇을' 에서도 설명할거지만 꼭 반대로만 할 필욘 없고 중간중간 자기가 좋아하는, 또는 어울릴거같은 요소를 섞어도 된다.
이렇게 했는데도 감이 안온다면 다시 여기저기서 특성을 끌어와볼 것.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딱 이거다 하는 게 생김.
3)그 중간
-상위개념이든, 하위개념이든, 적당히 그 중간을 타도 된다. 애초에 대부분의 경우 '상위'와 '하위'의 구분도 모호하므로 대부분 이 방식대로 갈 것.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예로 들자면―
진저, 장신, 전체적으로 날렵한 몸매, 마조히스트, 사실은 베틸게우스 행성 출신의 외계인 이라는 설정의 캐릭터가 있어. 이걸 반대로 하면…
-단신, 펑퍼짐한 몸매, 새디스트. 여기서 아저씨라는 키워드가 하나 생김(난 왠지 그런 인상을 받았음), 인간, 그리고 쟤는 진저니까 이쪽은 상대적으로 눈에 안띄는 검은색이나 갈색 머리가 좋아보임. 여기까지 하면 약간 뭔지 살짝 알기 힘든 캐릭터가 됨. 살짝 변주를 해서 소심하거나 하는 이유로 어쨌든 잘 눈에 안띄는데, 묘하게 사람 괴롭히는건 좋아하는 변태적인 새디스트라는 느낌으로. 이렇게하면 대충 캐릭터성이 보이지. 아마 강자 앞에선 찍소리도 못하겠지만 약자는 은근슬쩍 괴롭힐거임. 그게 꼭 사람이 아니라도 뭐 다른 동물이라든지 그런 애들도 포함해서. 여기서 약자를 괴롭혀서 미안하다고 하고 그만할지, 아님 조까 난 더 할래 할건지 의문이 생기는데 이 이후부턴 맘대로 하면 됨.
그러면 포드 프리펙트를 반대로 만든 무언가가 탄생함. 여기서부터 더 세부는 입맛대로 추가하면 됨.
2.무엇을
1)기존의 캐릭터와 완전히 반대되는 캐릭터로 만들어보기
-완전히 대척점에 선 캐릭터를 만들어보는거임. 그 예는 전술했으므로 생략.
2)핵심 몇가지만 교체(AU 캐릭터 만들듯)
-AU 덕질 많이 해봤으면 잘 알겠지. 예를 들자면, 어떤 캐릭터가 분기에서 ㅁㅁ말고 ㅇㅇ를 택했다면? 의 나비효과 버전을 생각할 수 있겠지. 자캐딸치기도 매우 좋고, 상상하기도 쉽지. 이미 만들어뒀던 캐릭터가 이미 거쳐온 캠페인의 과정중 어딘가에서 '만약 뫄뫄했다면?' 이라는 질문을 던져보는거임. 당연히 꼭 RPG에만 적용되는 건 아님. 소설이나 만화, 드라마, 영화속 인물을 해도 됨.
마지막으로 한 개만 더 예를들어볼까. 나는 저번에 했던 세션의 캐릭터에게서 '작가 지망생'이란 특성을, 다른 캐릭터에게서 '외향적임'이란 특성을 가져와 각각 '작가'와 '내향적임'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음' 이라는 특성을 만들었음. 그리고 그렇게 된 원인을 생각하니 '어릴적에 사랑을 못받았다' 라는 특성이 떠올랐지. 여기까지 보니까 히키코모리의 전형같이 보이는데, 뭔가 잘난게 하나도 없어보이니 '글도 못쓴다'는 설정을 덧붙혔고, 이 캐릭터가 좀 아저씨스러우면 재밌을 것 같아서 '아저씨같다', 그러니까 아무데서나 엉덩이를 벅벅 긁는다든지, 더우면 옷도 훌렁훌렁 벗고 하는, 그런 특성을 만들어냄.
마치면서, 한 가지 팁을 더 주자면, '상위개념'과 '하위개념'을 오가는 것도 나름대로 좋은 방법. 예를들어서, 캐릭터의 특성들을 일단 줄줄 쓰고나서(하위개념) 그걸 종합해서 면모로 만든 뒤에(상위개념) 거기서 다시 캐릭터의 다른 특성(하위개념)을 도출해내는거지. 이 방법은 리얼타임으로 하면 어차피 비슷비슷한 놈이 나올 가능성이 높고, 약간 시간차를 두고 하는걸 추천함. 같은 캐릭터 면모를 보더라도 지금의 나와 1년뒤의 나는 다른걸 생각해내겠지.
또 한 가지 말하고 싶은건, 위에서 줄기차게 언급한 '분류'라는 건 매우 자의적이라는것. 꼭 생물 분류같이 과학적인 눈으로 바라볼 필요도 없음. 예를들어서 '파란색' 에서 '냉정함' 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고, 또는 '깔끔함' 일 수도 있고, '세련됨' 일 수도 있음. 물론 그 반대도 가능하고 말이지.
위에도 썼던 내용이지만, 어떤 애들은 짧은 문장에서, 또는 인간이 아닌 물건에서 캐릭터를 연상해내곤 함. 다른 더 좋은 방식이 있다면 그걸 써도 됨(나한테도 좀 알려줘). 이건 생초보를 위한 팁같은걸로 받아들였으면 해.
기존의 캐릭터 작법 책들이랑 비슷비슷한 얘기를 한거같은 느낌이 드는데 어쨌든 참고됐길 바람.
정성글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