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칸노 미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벽 뒤에 숨었다.
그녀는 바이오메카닉 방법론에서도 조금 소수파에 속하는 분야를 연구하곤 했다. 자신의 동기들과 선후배가 인공 장기의 안정화, 히트마크 개조, 의수의 상용화 등에 몰두하고 있을 때 홀로 나노테크를 연구했던 것이다. 3년 전 그녀의 은사가 디멘셔널 아노말리에 휘말려 세상을 떠난 후, 자신의 팀에서 나노테크를 담당하는 연구원은 자신밖에 남지 않았다.
나노 머신은 상당히 민감한 장비중에 하나라 우주에서 개발하는 것이 철칙으로 되어 있었다. 우주에서 수백가지의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한 후, 중력과 불결한 대기권에서도 활동할 수 있을 정도의 구조 내성을 지닌 타입만 제식화 되어 생산된다. 안타깝게도 디멘셔널 아노말리의 영향으로 인해 지금 그녀는 지구상의 제 39 연구기지에 내려와 있었다.
현재 상용화된 나노 머신은 크게 세 가지 타입 밖에 없었다. 하나는 물체를 분자단위에서 깎아내어 분해하는 병기인 디셈블러. 나머지 하나는 어셈블러, 즉 물체를 분자 단위에서부터 수리하는 장비였다. 마지막은 지금은 실전된, 자신의 은사가 설계한 NT-1 (또는 HITMARK-VI) 액체금속형 히트마크였다. 사실 가격 때문에 이 장비들은 천시받는 편이었다. 이 병기들을 생산할 자원으로 몇십개의 에너지 병기, 사이버네틱스, 강화외골격 등을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대기 상황에 따라 신뢰성도 매우 떨어지는 편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물론 나노 머신 어셈블러는 수천개의 파편이 박힌 병사나, 총체적 장기부전으로 사망 직전에 있는 요원을 매우 빠르게 '수리'할 수 있었기에 가능성만은 무궁무진 했지만 그 실패율이 30%에 달했기에 매우 꺼려지는 편이었다. 마찬가지도 디셈블러의 경우도 분자레벨에서부터 갉아내기에, 그 어떤 에너지 병기도 뚫을 수 없는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느려 작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에 계륵 취급이었다. 액체금속형 히트마크는 어마어마한 성과였지만 결국 잦은 고장과 섬세한 기계 장비를 재현할 수 없었기에 -이론적으론 가능했지만, 결국 대기권 내에서는 불가능했다- 결국 효율이 좋지 않다고 생각되어 생산이 무기한 연기되었었다. 지금은 디멘셔널 아노말리로 생산시설을 비롯한 제반 연구 결과가 모두 파괴되어 다시 재현하기에는 수십, 아니, 수백년이 걸릴지도 몰랐다.
그랬기에 그녀의 연구는 항상 예산 부족이었고 결과물도 신통치 않았다.
"헉... 헉..."
미호 본인은 손을 제외하고는 거의 어떤 강화도 받지 않았다. 받을 필요가 없기도 했고. 4단계 차원 유동 경보가 발령된지 정확히 15분. 39 연구기지의 모든 방어시설은 돌파된지 오래였다. 자신의 동기들은 아마 어디선가 고깃덩어리가 되어 굴러다니고 있을 것이다. 간간히 들려오는 비명소리. 그녀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뒷걸음질쳐 다른 연구실로 숨어들어왔다.
"아..."
그곳은, 자신의 은사가 쓰던 방이었다. 그는 나노 테크에 있어서는 대단히 뛰어난 계몽 과학자로, 지금까지 상용화된 거의 모든 나노 테크 제품은 그의 손을 거쳐갔던 것이다.
"..."
여기서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실, 죽는다는게 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 그녀의 심정이었다.
현장에서 뛰는 요원들이 항상 현실 교란자들과 싸우는 것은 알고 있었다. 포획된 기계형 초자연체를 한달 동안이나 '해부' 한적도 있었다. 그것을 역설계 하려다가 징계 위원회에 불려갈뻔 한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현실 교란자의 손에 의해 죽음을 맞이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연구나 하다가 어느날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거나, 많은 이터레이션 X의 인원들처럼 점점 인공 장기로 스스로를 개선해나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해왔다.
자신이 하는 일이 이렇게 위험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꺄악!"
멀리서 비명이 들려온다. 쿵, 하는 소리가 벽 너머에서 들린다. 연구원들의 몸을 아예 전부 썰어버리고 다니는지, 매캐한 피 냄새 뿐만 아니라 대소변의 냄새도 섞여왔다.
"..."
미호는 아무말 없이, 은사의 방을 둘러보았다. 혹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줄 것이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역시.
없다.
"아..."
그러다가 무엇인가 발견했다. 그녀의 은사가 만든, 차세대 나노테크 디바이스였다. 미호가 그것을 집어든다. 그것은 은색의 주사위 모양의 작은 디바이스에 불과했다. 그러나 미호는 분명 몇년전 자신의 은사가 이것을 작동시키는 것을 똑똑히 보았던 기억이 있었다.
"아펠리온Aphelion, 메스로."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사위가 수은처럼 녹아내려 그녀의 손에 작은 웅덩이를 만든다. 그 웅덩이가 스멀스멀 얇은 막대기 모양으로 변하더니 형태를 굳혀간다. 그녀의 손에는 이내 주사위가 아닌 날카로운 메스가 들려있었다.
"...시계로."
그러자 다시 메스가 액체로 녹아내린다. 그것은 세 덩어리로 분리되어 각자 다른 형상들을 취해간다. 하나는 넓게 퍼져 시계의 외장을 만들어낸다. 그 위에서 떠다니는 다른 덩어리는 시계 바늘 같은 비교적 덜 섬세한 부품으로 변한다. 마지막으로 그 옆에서 떠다니는 덩어리는 수십개의 태엽, 레버, 나사, 스프링 등 섬세한 부품들로 변해간다. 태엽의 모양이 만들어지면, 그 가운데가 분리되어 나와 동축으로 변화하고, 태엽의 바깥쪽 부분이 떨어져나가며 레버와 스프링이 되어 차례로 연결된다.
기적에 가까운 그 과정은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손 위에는 어느덧 엄청나게 복잡한 구조를 가진 기계식 시계가 완성되어 있었다.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분침과 시침.
"역시, 작동하는구나."
만약에 이러한 장비가 대규모로 양산될 수 있다면 수없이 많은 제식 장비들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시간과 예산이 있다면 그녀가 살아 있는 동안 가능한 일일지도 몰랐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렇게 즉석에서 기능을 바꿀 수 있다면, 배양을 거쳐야하는 프로제니터의 인공 장기를 즉석에서 -기계식이지만- 만들어내서 부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대중들에게 충분히 전파될수만 있다면 얼마나 인간의 삶이 개선될 것인가!
그러나 그 꿈은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쾅!
무엇인가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끼이-익-
바닥을 날카로운 금속 의수가 긁어낸다.
"..!"
그것은 마치 인간의 뼈를 기계로 조잡하게 빚어낸 듯한 형상이었다. 은색 해골에는 보랏빛 안구가 빛나고 있었고, 근육 대신 점성의 액체를 흘리는 모터가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미호의 시선은 이내 그것의 왼팔로 옮겨간다.
"저건..."
오직 그 팔만이 완전한 인간의 형상이었다. 그것은 은빛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혀 인간의 팔과 다름이 없었다.
"커억!"
그것이 발에 걸려있던 무엇인가를 한쪽 벽에 내던진다. 미호의 동료 연구원이었다. 그녀를 자주 괴롭히던 악질이었으니, 동료는 아닐지도 몰랐다. 미호가 뭐라 말을 걸기도 전에 현실 교란자의 왼팔이 뻗어온다.
"촤악!"
깔끔하게 그의 상반신이 대각선으로 잘려나간다. 척추와 폐, 심장에서 미칠듯이 체액과 피가 뿜어져나와 미호의 얼굴을 적신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그녀는 아까의 그 왼팔을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이제 팔이 아니라 날카로운 촉수 같은 것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자신이 손에 쥐고 있는 메스와 동일한 것임을 알아차린다.
그렇지만 너무 모양이 단순하다. 사람의 손가락 굵기 이하의 디테일을 재현할 수 없는 것이 분명했다. 표본을 연구해보아야 알겠지만, 어느정도 확신이 있었다. 만약 섬세한 기계 장비나 에너지 무기등을 재현할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기지를 파괴했을 것이다. 그러나 육탄전을 벌일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아 이것은 NT-1 히트마크와 비슷한, 그렇지만 조금 더 개량된 버젼임이 분명했다.
그것이 보라색 눈빛으로 미호를 쏘아본다. 다시 왼팔을 인간의 팔로 변화시킨 그것이, 미호에게 손을 내민다.
"...이거?"
보라색 눈빛이 흔들린다.
분해 코드를 말할까. 겨우 한단어다. 녀석이 자신을 죽이기 전에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왜일까.
미호는 그대로 디바이스를 넘겨주었다. 시계 모양의 그것이 현실 교란자의 손바닥에 놓인다. 다음 순간, 그것이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손바닥과 하나가 된 그것이, 작은 파동을 일으킨다. 그 파동은 팔을 타고 올라와 서서히 기계를 덮어간다. 마치 인간의 피부가 자라나며 뼈와 근육을 덮는듯한 기괴한 광경. 서보 모터들이 녹아내리며 힘줄의 모양으로 변해가고, 골격은 인간의 골격을 닮은 모양으로 성형되어가고, 금속으로 된 혈관이 뻗어간다.
어느새 그녀의 앞에는 나노 머신으로 만들어진 인간이 서있었다. 세포 레벨까지 인간의 것과 동일한 구조의 설계로 되어 있지만 동시에 모든 면에서 뛰어난, 생체가 아닌 오직 기계로만 만들어진 인간의 재현. 미호는 그 광경을 보며 감탄한다. 이제 곧 저것에게 죽겠지만, 그녀는 이 현실 교란자에게서 자신이 그리던 미래의 편린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이다.
"됐어, 그럼."
수년동안 예산에 쪼들리고 동료들에게 구박받던 시절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런 것은 만들어낼 수 없으리라. 지금의 그녀에게는 테크노크라틱 유니언의 이상보다, 그녀 본인의 이상이 더욱 중요했다. 그것을 볼 수 있었다면 된 것이다.
눈을 감았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아무일도 없었다.
"왜...?"
그녀가 다시 눈을 뜬다. 현실 교란자가, 무표정으로 그녀 앞에 무릎을 꿇은채 손을 살짝 내밀고 있었다. 그녀가 그 손을 잡는다.
"-아."
엹은 탄식.
그녀 역시 손 끝에서부터 매끄러운 금속으로 변해간다. 놀라울 정도의 변형이다. 감각을 잃는 일도 없고, 사이버네틱 이식과정에서 느껴지는 자신이 '아니게' 되는 느낌도 전혀 없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옷마저 비슷한 금속으로 변해간다.
나노머신들이 그녀의 몸을 갉아 먹으며 동시에 그녀의 몸 그 자체가 된다.
침범 당하는 황홀경. 다른 것으로 변해가는 쾌락.
그것이 그녀를, 견딜 수 없는 흥분으로 몰아넣었다.
"이게 뭐지?"
제 39 연구 기지의 참상을 조사하러온 VE의 지상연락반이 한 방으로 들어선다. 그리고는 그 방의 벽에 새겨진 글을 읽어낸다. 그는 지체없이 대책반에 연락한다.
"지상 연락반입니다. 2급 현실 침범 시도가 예측 됩니다. 예, 저희가 노리던-"
벽에 새겨진 글이 그를 무겁게 짓누르는 듯, 그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간다.
"너희는 우리를 무의 위험Threat Null이라 부른다.
우리는 위험이 아니다. 우리는 너희의 이상의 재현이다.
우리는 사도Apostle다."
마지막에 히오스광고를 기대했는데...실망이야 - dc App
ㄴ ;
침식 TF 대꼴
저 TF 진짜진짜 좋아해요
이거 이어지는건가
시발 이걸 야설로 읽는 놈도 있네 ㅅㅂ
막판엔 너굴대장이 나와서 구해주는 거 아니었어?
야설 아니야?
흥분이래며
잼있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