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크툴루를 포함해서.

플레이어는 그 어떤 공포도 느끼지 않는 상황에서 공포를 느끼는 피씨를 연기하는 것, 여기에서 어떤 재미를 찾아내야할지가 참 애매한 것 같아.

물론 알피지라는 것 자체가 뭐랄까, 연기 그 자체에서 재미를 찾아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다만 나는 그 연기를 하며 동시에 겪는 플레이어 관점에서의 체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내가 생각하는 플레이어 관점에서의 체험이 뭔가 하면, 피씨에 대한 공감이야. 피씨가 느끼는 감정을 플레이어가 같이 느끼는 것. 보통 열화된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겠고, 단순히 감정선을 함께하는 것 정도가 되겠지만 말이야.

공주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용사의 이야기로 예를 들어볼게. 용사는 모험을 진행하며 여러 고난을 만날거야. 무너진 다리, 괴물의 습격, 불타버린 마을, 가파른 절벽, 마왕... 모두 일종의 장애물이지.

용사는 이런 장애물들을 만나서, 곤혹스러워하고, 돌파하거나 좌절당하고, 희열을 느끼거나 좌절감을 맛보겠지. 플레이어 역시 플레이어 관점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낄거야. 게임적인 측면에서, 내 캐릭터가 퀘스트를 하나 깬거니까. 거칠게 말해서 최소한 수학 문제 하나를 푼 것 정도의 고민과 희열은 있을거란 말이지. 플레이어는 이 감정을 과장해서 피씨를 연기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을거야.

근데 공포에서는 이런 식의 공감이 일어나기가 힘들어.

도저히 해결할 수 없거나 해결하는 데 극도의 위험을 동반하는 장애물이,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채로 코 앞에 닥칠 때, 공포가 생겨난다고 나는 생각해.

이야기 속에서 피씨들이 공포를 느낄만한 상황을 만드는건 쉬운 일이지. 저 너머엔 시체가 널부러져있고 코앞엔 군침을 뚝뚝 흘리는 짐승의 아가리가 더운 숨을 내쉬고 있을 때, 공포에 질리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분명 피씨는 공포에 질릴거야.

그런데 플레이어는? 여기에서 공포 비슷한 감정이라도 느낄 수 있을까? 여기서 플레이어가 느끼는 감정은 뭐라고 해야할까, 도무지 풀 수 없는 수학문제를 만난 느낌? 잘못해서 레벨에 맞지 않는 몬스터를 잡으러 간 느낌? 결국은 게임에서 마주한 장애물 중 하나일 뿐이야. 여기서 느끼게되는 감정은, 어떻게 생각해봐도 공포랑은 거리가 있는 감정이지.

피씨에겐 그지없는 공포의 대상이, 플레이어에게는 그냥 평소보다 더 귀찮은 장애물 1에 불과한거야. 공감이, 감정이입이 안될 수밖에 없겠지. 과장해서 피씨를 연기하려고 해도 그 과장의 기초가 되는 조그마한 공포조차도 없는거야.




이러니 저러니해도 그냥 내 생각이긴 하지. 씨오씨고 뭐고 공포를 중심에 놓는 플레이가 여기저기서 돌아가는거 보면 내 생각이 틀린 것 같기는한데, 나는 도무지 재미를 못 붙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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