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턀갤에 몇 번 글 싼 대로, 1950년대를 배경으로 미국 정부 산하의 특수 요원들이 크툴루로 대표되는 고대신의 세력과 싸우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작 룰을 만들고 있음. 대강 1)AWE 기반 룰의 개요와 작동원리 설명 2)기본 액션 설명 3)확장 액션 설명 4)캐릭터 제작법 및 캐릭터북 5)마법과 괴과학 6)장비 7)1)의 부연 겸 총체적 플레이 방법 설명... 정도의 구성으로 이뤄져 있는 상태. 


캐릭터 제작법 관련 내용을 손보고 있는 중인데, 원래는 특성치가 체력, 민첩, 정신, 매력의 4종이었어. 각 특성치가 대개의 경우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지 리스트를 제공하고, 플레이어가 플레이 내에서 해당 상황에 맞게 움직이면 해당 특성치로 판정하게 하는 방식이었고(다들 알다시피 2D6을 굴려 6-면 실패하고 마스터가 강한 액션 발동, 7~9면 성공하되 댓가를 치름, 10+면 무난히 성공)+추가로 플레이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선언하느냐에 따라 다른 특성치가 쓰이는 중간 과정(던전 월드로 치면 위험 돌파)을 추가하는 식. 원래는 아포 월드보다 던전월드에 가까운 방식이었음ㅇㅇ


그런데 만들면서 생각해 보니 이 분류는 직관적이긴 한데 좀 개성이 없다 싶기도 하고... 특성치 분류는 캐릭터가 뭘 잘 하고 못하는지에 대한 개념 구분을 기준으로 하는 쪽이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 용맹(캐릭터의 투지, 과단성, 결단력 등을 드러냄), 냉정(캐릭터의 신중함, 침착함, 꼼꼼함, 순간 판단력, 포커페이스 유지력을 드러냄), 현명(캐릭터의 이해력, 기억력, 암기력, 학습능력 등 총체적인 지적 역량을 드러냄), 지위(소속 기관에서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는지 드러냄, 높을수록 장비나 정보 제공 등의 서포트를 받기 쉽고 다른 PC의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줌)으로 바꿔봤음. 직접 전투는 용맹으로 판정하고 마도서 연구는 현명으로 판정하고... 보통은 그렇되 그러한 개념 구분에 해당하면 다른 특성치로도 판정할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똑같은 교섭 장면이어도 대의명분을 내걸고 강하게 밀어붙이면 용맹으로 판정할 수 있고, 계속 말을 돌리는 상대의 진의를 파악해 조건을 제시하면 냉정으로 판정할 수 있고, 기관의 힘을 등에 업고 협조하지 않으면 재미없을 거라고 위협한다면 지위로 판정할 수 있고... 똑같은 전투 장면이어도 위험을 감수하고 돌격하면 용맹으로 판정할 수 있고 엄폐물을 끼고 돌며 치고 빠지면 냉정으로 판정할 수 있고... 라는 식).


그렇게 바꿔놓고 보니 확실히 이 캐릭터가 어떤 방면에 뛰어나고 어떤 방면에 약한지도 잘 표현되고 같은 상황에서 다른 특성치로 판정할 때도 전자보다 후자 쪽이 더 묘사가 자연스러운 것까지는 좋은데... 용맹 냉정 현명 지위 중 지위가 눈에 밟히더라고. 용맹 냉정 현명은 캐릭터의 개인적인 역량인데, 지위는 캐릭터의 소속 기관 내에서의 영향력(그리고 그를 통한 이득)을 나타내는 지표니까. 기관과 연락할 수 없는 고립된 곳에 가면 써먹을 기회가 확 줄어든다는 문제도 있고, 또 이 캐릭터가 얼마나 큰 업적을 세웠는지도 드러내는 특성치인만큼 캐릭터 성장 시(누메네라처럼, 일정 경험치를 얻을 때마다 특성치 하나를 올리거나 추가 액션을 찍거나 할 수 있고 옵션을 전부 고르면 다음 등급으로 올라가는 식으로 구상해둔 상태)의 옵션으로 놓기가 미묘하더라고. 실제 플레이 상에서 그럴 만한 건덕지가 있었어야 지위가 올라가지... 성장 옵션 중 지위를 빼 버리고 용맹 냉정 현명만 올릴 수 있게 하면 또 통일성이 없다는 느낌이 들고.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또 생각이 가지를 침. 어차피 정부 기관 소속 특수 요원 PC들로 신화생물들과 싸운다는 룰의 기본 방향 상 임무를 수행하고 살아남아 성장하면 그게 고스란히 공헌이 되는 셈인데, 업적은 특성치에서 따로 빼고는 그냥 캐릭터의 등급에 비례해서 저절로 올라가게 두는 쪽이 낫지 않을까? 하는ㅇㅇ 


뭐... 그래서 캐릭터와 장면을 묘사하는 효과를 좀 희생하고 평범하게 체력 민첩 정신 매력으로 구분할까 아니면 업적을 비롯한 ‘소속 기관의 힘에 기대 권력을 휘두르는’ 걸 표현하는 액션을 따로 만들고 후자로 할까 지금 고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