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은은 이틀째 표트르의 다음 목적지를 예측하는 작업에 몰입해 있었다. 그러나, 별다른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의 성격적인 면, 즉 병적인 정신 상태에 기초한 분석을 실시했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미친 것 같은 그의 행동거지와 달리 그의 행적은 지극히 ...효율적이었다.


"실례합니다."


웨더스의 집무실로 들어서는 하은.


"아, 노하은 요원. 소득이라도 있나?"


그녀가 고개를 젓는다. 웨더스는 놀라지도, 실망하지도 않는다. 


"그렇군.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나?"


웨더스 소령은 막 AP 심포지움에게 보낼 보고서와 지원 요청서를 작성하는 중이었다. 혹시라도 표트르의 목적지를 제대로 예측할 수 있다면 다수의 타격팀과 함께 해당 장소를 쓸어버릴 계획이었다.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AP-25 아말감은 어떤 지원도 요청하지 않았기에 그 정도의 병력은 지원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그였다. 그 이후 몇달동안 쥐꼬리만한 지원만 이어지겠지만, 어떻게든 될것이다.


"표트르라는 자는 미쳤습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노하은. 그녀의 말에 웨더스가 잠시 생각한다.


"표트르 슈릭은 이터레이션 X의 계몽과학자 중 하나였네. 이른바 사운드 엔지니어라고 불리는 부서의 일원이었지. 소나라던지, 소리를 이용한... 세뇌 공작이라던지 하는 기술을 담당하는 부서였어. 지금은 명목만 이어가는 중이지만."


하은이 끄덕인다.


"솔직히 말하면 그가 미쳤는지는 모르네. 하지만 수면자들을 모아 식인 파티를 벌이는 자야. 제정신은 아니라고 보는게 옳겠지."


"그는 어쩌다가..."


하은이 말꼬리를 흐린다.


"디멘셔널 아노말리 직후부터 그렇게 되었네. 그는 당시 슬리퍼 에이전트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었어."


"슬리퍼 에이전트라면..."


"자네가 생각하는게 맞네. 수면자들이 청취하는 방송 사이에 최면효과가 있는 메시지를 섞어, 언제 어디서라도 특정 단어를 들으면 즉시 유니언의 수족으로 인격을 덮어씌울 수 있게하는, 무의식적인 레벨에서 세뇌하는 계획이었지. 윤리적인 이유로 반대도 많았지만. 어쨌든, 아노말리 당일 그가 근무하던 연구 시설 전체가 파괴되었네. 생존자는 그뿐이야."


"그렇군요."


하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기에 수면자들을 단지 소리로만 세뇌할 수 있는 것이리라. 동시에 하은은 자신이 일을 엉터리로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대상의 과거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일을 하다니. 낙제감이다. 그는 가볍게 목례하고 즉시 사무실을 나선다.




"아."


하은이 잠에서 깬다. 분석을 하다 말고 졸았던 모양이다. 그녀는 VI가 네트워크를 뒤져 가져온 표트르의 모든 영상 자료를 뒤지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가 근무했던 기지의 블랙박스 영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기에 그의 거의 모든 행적을 일일히 볼 수 있었다. 그의 모습은 간단하게 말해서 기계였다. 에이팍을 몇배는 넘어서는 기계적인 태도. 효율성 그 자체였다.


"..."


그럼에도, 그가 정말 인간적으로 변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바로 소리를 들을때였다.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프로토타입을 제작할때의 그는 정말 무뚝뚝해 보였지만 소리를 들을때만은 -그것이 세뇌 메시지든, 음악이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든-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분명 유니언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괴짜 과학자 타입이었을 것이다.


"VI, 최근 작전의 영상을 띄워."


모니터에 웨더스 소령의 수트에 녹화되었던 영상이 뜬다. 


"..."


확실히, DJ라고 하기에는 전혀 역동적이지 않은 움직임. 홀로그램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이상했다. 그 모습은 오히려 연구중인 과학자에 가까웠다. 분명 제정신이 아닌 말투였지만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적이기 그지없는 그의 모습에서 확실히 이상함을 느낀다. 하지만... 무엇이 이상한지, 정확하게 알아낼 수가 없었다.


"제길."


자신의 부족한 교육을 탓하고 싶지만 그럴수도 없다.


그 꺼림칙한 느낌을 제외하고 보자면 그의 성격적인 면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미쳤을지는 몰라도 그의 행동 양식은 이터레이션 X의 전형적인 '효율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장에서 관찰된 그의 정적인 모습도 그 때문일 것이다. '소리'만 중요한 그에게 있어서는 몸을 흔들어서 소리를 듣는 것을 방해하는 일은 멍청한, 아니, 비효율적인 일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작업은 쉬워진다.


"VI, 백사장님이 주신 데이터, 전부 다 불러와."


8개나 되는 모니터가 지도, 회사명, 유통망, 그것에 기초한 그의 움직임에 대한 예측 등을 표시한다. 하은이 지금까지 작업한 예측 결과를 전부 지워버린다. 동시에 철저하게 기계적으로, 어디로 향해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는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실제로 사람들이 클러빙을 즐기는 지역이야말로 그의 다음 행선지라고 생각했지만, 세뇌라는 수단을 놓고 보자면 그것 역시 전혀 중요하지 않은 요소였다.





"하은양, 새벽 4시야."


한창 작업중이던 그녀가 깜짝 놀란다. 


"아, 거..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피아였다. 그녀의 한쪽 눈동자는 하은에게, 다른쪽 눈동자는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었다. 하은은 아직도 AP-25 아말감의 요원들과 친숙하지 않았다. 배속 이후로도 말을 나눠볼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에이팍보다는 나았지만.


"그... 잘 보이십니까?"


"어머, 무슨 소릴하는거야, 얜. 당연히 잘보이지."


그녀가 손사래치며 말한다.


"그래서, 이 미친놈 말이지. 잡을 수 있는거야? 진짜 몇년을 끄는 건지 모르겠어."


"운이 좋다면..."


말꼬리를 흐리는 하은. 


"그거, 버릇된다? 아가씨에게는 안 좋은 버릇이야."


뭐라고 대답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하은. 소피아가 귀엽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하은은 더욱 당황한다.


"아, 그, 감사합니다. 경험에서 나온건가요?"


당황해서 아무렇게나 나온 질문. 소피아가 씩 웃는다. 허리를 숙여, 하은과 눈을 맞추는 그녀. 프로제니터의 인원들은 그 전공에 어울리게 다들 완벽한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건강은 물론이고 외적인 면도 그랬다. 그녀의 몸매는 당연하게도 모델급. 어디하나 빠지는 곳이 없는 비율과 백옥 같은 피부, 누군가가 공들여 그린 것 같은 미모. 그런 그녀가 요염하게 속삭인다.


"하은양은, 내가 여자라고 생각하는거야?"


"...예?"


"풋, 장난이야. 그럼 난 자러갈테니."


수고해,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가 사라진다. 하은은 멍하니 그녀가 사라진 문을 바라보았다.





-!


구름 한점 없는 밤하늘을 날랜 형태의 검은색 항공기가 가르고 있었다. 음속은 이미 한참 넘어서고도 남을 속도로 미칠 듯이 내달리지만, 이상하게도 하늘은 조용하기만 했다.


"상부가 웬일이래요?"


그들이 타고 있는 것은 이터레이션 X의 무음 초음속 수송기, SR-S-72였다. 수면자 세계에 공개된 초음속 정찰기 SR-72와 동일한 외형을 지닌 이 비행기는 마하 6의 속도로 하늘을 달리면서도 소닉붐은 커녕 새가 나는 소리 정도의 소리밖에 방출하지 않는, 말 그대로 초과학의 정수와 같은 기계였다. 그것뿐만 아니라 내부에는 강하 포드를 탑재하여, 훈련만 받았다면 맨몸의 사람이라도 안전하게 지상에 강하시킬 수 있는 기적적인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2000년 전에 개발되어 이터레이션 X가 금이야 옥이야 아끼는 몇 안되는 이 기체를 임무에 동원할 수 있는 아말감은 몇 되지 않았다.


내부에서 소피아가 즐거운듯 묻는다. 옆에서는 웨더스와 하은이 급속 강하 포드를 점검하고 있었다.


"소피아, 이건 그냥 우리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악세사리에 불과해. 우리가 필요한건 지구를 반바퀴 돌 수송기가 아니라, 타격팀이라고."


하지만 웨더스는 상부도 나름의 추적을 통해 이 곳에 표트르가 위치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음을 어느 정도 감지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물건을 내어줬을리가 없다. 거기에 하은의 분석이 끝나고 상부로 보고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즉시 출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상태. 하은의 보고는 그저 참고자료에 불과했을 것이다.


"ETA, 3 Minutes"


"그럼 지상에서 봐요, 소령님!"


강하 포드는 2개 뿐이고 에이팍은 비전투 요원, 소피아는 강하 훈련을 받은 적이 없기에 자동으로 제외. 덕분에 이번에도 처음으로 돌입하는 것은 웨더스와 하은, 두 사람이었다. 소피아의 인사와 함께 항공기의 뒷편에 있는 감압실이 철컥, 소리를 내며 닫힌다. 그 안에서 두 사람은 마주본 채 포드의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웨더스의 경우는 하드수트를 같이 탑재하기에 하은의 포드에 비해 더 난잡한 모양새였다.


"미안하군."


조용히 비행하는 수송기 안에서 웨더스가 말한다.


"어떤게 말씀이십니까?"


"옛날에는 이렇지 않았어. 최소한 다섯번 정도는 옵저버로 굴리고, 그 다음은 현장 보조 요원으로 뛰게 한 이후에 직접 투입했지."


"그랬군요."


하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녀도 지금의 상황이 별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상부가 이 정도의 지원을 해준것은 둘째치고, 자신의 초보적인 분석을 받아들였다고? 유니언이 지속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음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 같은 초급 요원의 분석을 신뢰할 정도란 말인가? 첫 작전보다 더 커진 스케일에 아직도 그녀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이제는 적응이 되었는지 얼굴에는 그 생각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여러모로 현장에 대한 환상이 바로잡히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작전이랄 것도 없군. 목표는 사살이다. 놈에게는 얻어낼 정보도 없어. 만약 놈이 거기 없다면, 잠복한다. 알겠나?"


"예."


과거 몇년동안 다방면으로 분석해본 결과 표트르는 다른 네판디 조직과의 연계가 전혀 관찰되지 않는 특이한 케이스였다. 어떻게 보면 독자적으로 발원한데다가, 머라우더인지 네판디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당당하게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그의 특성상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뱀파이어들을 거느리고 있는 그는 또 다른 의미에서 꽤나 대단한자가 아닐 수 없었다.


"지상에서 보세."


웨더스의 말과 함께, 포드가 닫힌다. 감압실이 작동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포드가 지상을 향해 내려꽂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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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n과 The Machine에 대해.


메이지 더 어센션에는 당연하게도 정령Sprit이 존재한다. 이들은 보통 현실 세계Material World가 아닌, 다른 '차원' (보통 움브라 라고 부르는)에 존재한다. 현실 세계와 이런 이차원을 구분하는 벽을 건틀렛Gauntlet이라고 부른다. 이차원에 거주하는 존재중 하나는 정령인데, 보통 정령은 메이지 플레이 보다는 변신족 플레이에 더 많이 나온다. 


그러나 백그라운드 중 토템Totem을 가진 메이지는 정령중에서도 한 부류인 수호 정령Totem Spirit과 긴밀한 유대를 맺게된다. 도트 수에 따라 그저 조언만 해주는 정도에 그치기도 하지만, 도트 수가 많으면 실제로 메이지를 도와주기 위해 현현Manifest하기도 한다. 이 부류의 메이지 중 제일 생각하기 쉬운 것은 애니미즘을 믿는 드림스피커 샤먼.


당연하게도 정령의 존재를 믿지 않는 테크노크랏은 이 장점을 찍을수가 없는데, 딱 두개의 예외가 있다. 하나는 The Man, 또 다른 하나는 The Machine이다. The Man은 권위, 안정, 규칙, 질서를 수호하는 정령이다. (또는 질서의 의인화라고 보면 되겠다.) 문화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The Man은 현대에는 맨 인 블랙, 또는 짧은 머리에 검은 안경을 쓴 어렴풋한 남성의 형상을 취하고 있다. The Man, 그리고 그와 유대를 맺은 메이지는 보통 사회의 질서를 박살내려는 세력을 막고자 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패러독스 정령 중 저속한 파괴 마법을 벌하는 심판Judgement가 그의 다른 모습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테크노크랏은 이들과 -ism 적인 방식으로 교류하지는 않으나 분명히 그의 보호를 받는 테크노크랏들이 존재한다. 거기에 국제적인 질서가 더욱 긴밀해지고 강화되면서 The Man의 영향 범위는 점점 커지고 있다



The Machine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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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려서 더 머신은 생략. 누가 예전에 더 맨 설명좀 더 해달래서.. 더 머신은 걍 기계 정령임 이터레이션 X에게는 기계화의 이상 비슷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서 테크노크랏이 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수호정령임. 


옛날에는 겜 안하고 글만써서 빨리 썼는데 요즘은 겜하느라 분량도 안나오고 히히


얼른 에바 팬픽부터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