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요원 노하은은 처음으로 현장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방탄복으로 무장한 무장타격대가 무장을 점검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모두 흑복에, 대테러 부대에서 쓸법한 기관단총과 섬광탄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다들 평범한 장비로 무장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지만, 전문가의 눈에는 조금 다르게 보일 것이다.
"찰칵."
소대장 급의 인물이 삽탄을 마친다. 그들이 사용하는 장비는 테크노크라틱 유니언의 고용인들에게 주어지는 준 하이테크 장비중 하나였다. 신디케이트 산하의 군수회사에서 생산된 이 장비들은 이터레이션 X의 초과학 디바이스 만큼 강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상황에서 확실한 화력과 보호를 제공해주었다. 예를 들어 그들이 입고 있는 방탄복은 방탄, 방검, 그리고 폭발로 인한 내장 파열을 막아주는 극도로 유용한 장비였다. 특정 습도에서만 쓸 수 있다는 제한이 있었지만 심지어 무게까지 가벼운 이 방탄복은 수면자 세계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특별함의 상징이었다.
"작전, 개시."
T-5 아말감의 관리자인 보이드 엔지니어, 웨더스 소령이 암호화 통신망으로 작전 개시를 지시한다. 동시에 무장타격대가 빠르게 폐공장의 계단을 돌아내려간다. 어떤 불빛도 없는 어둡기만한 공장이었지만 그들의 7세대 스타라이트 스코프는 대낮처럼 환하게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반면 하은은 그런것도 필요없었다.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자 그녀의 눈에 이식된 광증폭 신경망 바이오모드가 자동적으로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 희미한 빛을 증폭시킨다. 모든 것이 조금 붉은색으로 보이는 단점은 있지만, 장비가 파괴될 염려가 없다는 점에서 더 안전하다.
"지익-"
그녀의 귀에 초고음의 잡음이 들려온다. 수면자나, 비범한 시민들Extraordinary Citizen의 귀에는 단순한 화이트 노이즈로 들리겠지만, 그녀의 귀에 꽂힌 이어폰은 자동으로 그것을 해석하여 그녀의 뇌에 직접 흘려보낸다.
"여기입니다."
하은이 복도 한가운데에서 타격대를 정지시킨다. T-5 아말감의 유능한 이터레이션 X 출신 사이퍼Cipher인 에이팍이 이제야 막 진동 파형 분석기를 통해 건물의 청사진을 완성했던 것이다. 하은의 뇌속으로 직접 삼차원의 청사진이 그려진다. 그녀가 보기에도 수많은 인원들이 들어가 있을만한 장소는 몇 없었다. 그 중 제일 큰 곳은 바로 그들의 옆에 있었다.
"하지만 요원님. 아무런 소리나 진동도 느껴지지 않습니다만.."
타격대장이 의문을 제기한다. 하은은 타당한 의문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가 복도의 한쪽 벽에 손을 댄다. 그녀의 예상에 따르면 분명 이 건너편에 다수의 인원들이 광란의 식인파티라도 벌이고 있어야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소리도, 진동도 없다.
"아뇨. 테렌스. 드릴."
하은이 지시하자 바로 누군가 나서 벽에 초소형의 드릴을 가져다댄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드릴은 서서히 벽을 뚫어간다.
"...!"
드릴이 벽을 관통하는 순간, 그 구멍을 통해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소령님. 노하은입니다."
"뭐라도 있나?"
"예. 목표는 진동 억제장을 사용하고 있는것으로 추측됩니다. 에이팍, 혹시 이 방만 텅 비어있는것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과연, 그렇네. 다른 방에는 파형 분석을 하면 잡동사니들이 널려있는데 그 방만 깔끔해. 억제장의 영향으로 인해 파형 분석이 그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 같군."
"좋은 분석이다. 브리칭 준비."
아마 다른 방향에서 웨더스 소령과 닥터 소피아가 돌입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브리칭."
그녀의 지시에 타격대장이 스프레이를 꺼낸다. 형광색의 스프레이가 벽에 둥글게 뿌려진다. 샤악, 하는 소리와 함께 콘크리트 벽이 먼지가 되어 녹아내린다. 어느정도 뿌리자 벽이 점점 얆아져, 말 그대로 손으로 부술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물론 웨더스 소령은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돌입."
그녀의 말과 함께 타격대장이 머리카락 두께로 얇아진 벽을 차고 들어간다. 하은의 초감각이 방안을 순식간에 분석한다. 천장에 달린 철장에 수면자들이 공포에 질린채로 갇혀 있었다. 대략 스무명 정도는 될까. 다행스럽게도 높은 곳에 있어서 화력투사에 지장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 밑에는 갈려나갈 수면자들의 피를 받아먹기 위해 거머리들이 수십은 밀집해있었다. 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은 거머리들을 모집해온거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중앙 연단의 DJ가 눈에 들어온다. 저놈이 그들의 목표, 사운드 엔지니어 표트르 슈릭이다.
"사격 허가합니다!"
그것과 동시에 타격대의 총이 불을 뿜는다.
펑!
기관총탄이 아니라, 샷건에나 쓰일만한 드래곤 브레스 탄이 공중에서 작렬한다. 이런 종류의 소이탄은 반동이 약해 수동으로 장전하는 펌프액션 샷건에만 쓸 수 있지만 유니언의 기술력으로는 극복한지 오래다. 순식간에 몇십발의 소이탄이 첫 줄의 뱀파이어들을 불태워버린다.
그것과 동시에 옆 벽에서 3m는 될듯한 웨더스 소령의 하드 수트가 벽을 뚫고 돌진해온다. 주무장을 단 팔이 순식간에 화염으로 뱀파이어들을 통구이로 만들어 버리고, 틈을 노리고 다가온 놈들은 보조 팔이 머리를 잡아 그대로 박살내버린다. 수트의 어깨부분이 열리더니 드론이 발사된다. 드론들은 공중에 매달린 수면자들의 천장을 포스 필드를 펼쳐 보호하기 시작했다. 임시 방편이지만 지금은 충분할 것이다. 플라즈마 캐스터가 초고열의 탄환으로 DJ가 서있는 연단을 녹여버린다.
"쐐액!"
귀를 찢는듯한 고음과 함께 하은의 옆에 서있던 대원이 말 그대로 깔끔하게 반으로 잘려나간다. 하은의 얼굴을 따뜻한 생피가 적신다.
"왔나, 웨더스!"
광인의 목소리가 방을 쩌렁쩌렁 울린다. DJ는 어느새 뒤틀린 모양새의 하드수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것이 팔을 휘두르자 귀청을 울리는 굉음이 방 전체를 가른다. 손 끝에서부터 쾌속의 진동이 공기를 뚫고 지나간다. 말 그대로 공기와 진동으로 된 칼날이 또 다른 대원을 반토막으로 만들어버린다. 퍼져나가 위력을 잃지 않고, 칼날처럼 '압축'되어 전진하는 공기의 진동. 이런 현상은 수면자의 눈에는 당연히 불가능하게 보이리라. 그러나 소리와 진동의 대가, 사운드 엔지니어 출신의 네판디인 표트르에게는 이 정도의 기술은 얼마든지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범위 안이었다.
또 다른 칼날이 그들 사이를 지나간다. 공기의 진동이 보일리 없지만, 공기중에 가득한 먼지가 흔들리는 것을 분명히 관찰 할 수 있었다. 웨더스 소령의 하드 수트가 그에게 육박한다.
"으하하하!"
그자가 연단에서 뛰어내리며 마구 칼날을 쏘아낸다. 하드수트의 화염 방사기와 플라즈마 캐스터가 잘려나가며 폭발을 일으킨다. 동시에 하드수트가 불덩이로 화한다.
"소령님!"
하은의 비명과 같은 소리. 그러나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불타는 하드수트의 한가운데가 전개되며 인간크기의 또 다른 수트가 뛰쳐나온다. 그것의 양 팔이 전개되며 초진동 나이프가 손등에서 튀어나온다. 표트르가 또 다시 칼날을 쏘아보내지만, 나이프의 진동에 '튕겨' 나간다.
"우웅-"
기분 나쁜 진동과 함께 나이프가 표트르의 하드수트를 정통으로 꿰뚫는다.
"...컥."
순간의 침묵. 그러나 하드수트의 헬멧 안쪽에서 그가 토해낸 피가 흘러나온다.
"크..히히... 죽..어..."
그의 헬멧 안에서 발악하는 듯한 속삭임이 들려온다.
"자폭한다!"
소령이 외친다.
"...?"
아무런 폭발도 없다.
"무슨...?"
그의 앞에 서있는 표트르의 하드수트는 물렁물렁한 젤 같은 것에 갇혀 있었다.
"어머나~ 우리 소령님, 그러니까 내가 기다려달랬죠?"
언제나 지나치게 명랑한 닥터 소피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악취미로 유명한 그녀의 왼팔, 아니, 왼쪽 촉수의 끝에 들린 괴상망측한 무기가 연신 흰색의 액체를 하드수트 위에 끼얹는다. 프로제니터와 이터레이션 X가 합동으로 개발한 BKK젤이다. 일단 끼얹으면 그 안의 제일 큰 열원을 추적하여 말 그대로 먹어치워버리는, 반 생물체, 반 나노머신 병기였다. 과연 표트르의 하드수트가 동력을 잃는 것이 눈에 보였다.
"자아, 표트르씨. 죽으면 안된다구요?"
그렇게 말하며 소피아가 젤 속으로 손을 뻗어 나이프가 뚫은 곳 안에 무엇인가를 쑤셔넣는다. 가사 상태를 유도하는 약품 덩어리가 그대로 표트르의 몸을 잠식하여, 그의 영혼을 불태워버릴 길굴 절차까지 그를 안전하게 살아있게 할 것이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쉬는 소령의 뒤에서 부서진 하드 수트가 자체 소화시스템을 작동시켜 불을 꺼트리고 있었다.
"뭐, 작년에는 조금 아껴썼으니 금년에는 낭비해도 되겠지."
그렇게 시원하게 말하는 소령의 눈에 불평하는 백사장의 얼굴이 보이는 듯 했다.
ㅡㅡㅡ
응 BKK야
소피아 멋쪄
아 너무 멋지다 콘
이건 파놉티콘에 필적하는 초 고퀼이다
ㄴ 이분 이제보니 하이테크가 잔뜩 등장하는걸 좋아하는 사람이었군!
트레디션은 적으로라도 등장 안 하겠지?
ㄴ 트래디션 개새끼 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