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 중엽의 키예프 루스 배경의 WoD로 구울/모탈 플레이를 중단기로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고 있다. 다만 이미 정기플을 돌리고 있으니까 TR은 무리고 PbP로 생각 중인데... 문제는 막상 러시아사 보다보니 12세기 러시아의 문화를 공부해서 정리해다 글 쓰기가 좀 귀찮기는 하다. 쉽지는 않은 느낌이지만 대충 생각하는 초반부 시놉시스는 이렇다.


 키예프, 그러니까 오늘날의 우크라이나는 10세기까지만 해도 기독교화된 땅이 아니었다. 그 시대에만 해도 키예프 사람들은 스바로그, 페룬, 쿠팔라 등의 슬라브 토속신앙의 신들을 섬겼다. 키예프는 10세기 말에 키예프 공국의 통치자였던 블라디미르 1세가 비잔티움으로부터 동방정교를 받아들이고 개종하여 기독교 국가가 됐다. 이 지역의 기독교화는 11세기를 거치며 완성이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블라디미르 1세는 토속신앙의 옛 신들을 우상화한 목조신상들을 모조리 뽑아서 강가로 끌고 간 뒤 도끼로 토막을 냈다고 하고, 몇몇 하급 귀족들을 본보기로 삼아 강제로 강물에 넣고 세례를 받게 시켰다고도 하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키예프는 당시에 발트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지역으로, 북방과 비잔티움 제국을 연결하는 매개지 역할을 했다. 덕분에 10~12세기에 키예프는 눈부실 정도로 빠르게 발전한다. 고작 한 세기만에 상공업이 발달했다. 화폐의 유통이 본격적으로 시도됐다. 도시의 수는 배로 늘어났다. 12세기 키예프의 인구는 4만에 육박할 정도였는데, 이는 당대 런던이나 파리 등 서유럽의 대도시들에 버금갈 정도의 규모였다. 이처럼 키예프는 그 땅에서 점점 중요한 도시로 발돋움해나가고 있었다. 기독교는 이러한 키예프의 성장과 교역에 큰 도움을 주었다.


 게임의 배경으로 상정하는 것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기독교가 완전히 뿌리를 내린 키예프 루스다. 큰 마을들마다 목조 성당이 세워지고, 이 땅의 그 유명한 동굴 수도공동체들이 설립됐으며, 사람들은 귀족이고 농노고 할 것 없이 기독교인이 됐다. 옛 신들을 섬기는 신상들과, 옛 신들을 찬양하는 노래, 옛 신들에게 지내는 제사는 거의 잊힌지 오래다. 하지만 어떤 오래된 자들 중에서는 아직도 옛날의 방식을 기억하고, 또 포기하지 못하는 자들도 있다.


 그에 따라 키예프 루스의 뱀파이어들도 두 파벌로 나뉘었다. 고대의 뱀파이어들은 아직까지도 옛 시절의 전통을 고수한다. 그들에게 있어 옛 신들과 전통은 대체할 수 있는 삶의 방식 따위가 아니다. 비록 이들은 시대에 뒤쳐지며 인간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상실했고, 그 수도 적지만, 하나 하나가 막강한 힘과 진한 피를 지닌 괴물들이다. 반면에 조금 더 어린 뱀파이어들 중에는 태어나면서부터 세례를 받았고, 아이러니하게도 뱀파이어가 된 후에도 기독교 신앙을 지키고 있는 자들이 많다. 이들은 그들 자신이 저주받은 존재일 지언정 옛 전통들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따를 생각도 없다. 기독교도 뱀파이어들은 나이와 힘에서 약점이 있지만 머리수가 많고, 무엇보다도 인간 사회에 농밀하게 침투해있다.


 기본적으로 캠페인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키예프 루스에서 기독교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옛 전통들을 되살리고자 하는 뱀파이어들과, 기독교적 사회체제를 지키고 유지하고자 하는 기독교도 뱀파이어들 사이의 대립이다. 그러나 양자는 직접 대립하고 있지는 않다. 그 이유는 기독교도 뱀파이어들의 분열된 속성 때문이다. 기독교도 뱀파이어들은 수도 많고 인간 사회에 대한 영향력도 강하지만, 모두 나이가 어리고 본신의 힘이 약한 탓에 통합되어있지 못하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단합된 힘을 지닐 수만 있다면 이교도 뱀파이어 장로조차 쉽게 대항하지 못할 것이다. 이를 알고 있는 이교도 뱀파이어 장로들은 기독교도 뱀파이어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단합하는 일이 없도록, 가급적 기독교도 뱀파이어들을 직접적으로 자극할 만한 행동은 피하고 있다.


 이처럼 점점 중요한 도시로 성장해나가는 키예프를 두고, 기독교도와 이교도 양측의 뱀파이어들은 소모적인 분쟁은 피하면서도 서로의 영향력을 잠식해나갈 음모를 꾸미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계획을 직접 진행시켜나가는 것은 대부분 구울과 인간 끄나풀들이다. 플레이어들은 바로 이러한 끄나풀들의 역할을 맡고, 키예프를 중심으로 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벌어지는 뱀파이어들의 분쟁 중 최전선에 서게 된다.


 캐릭터들은 뱀파이어 주인의 지시에 따라, 혹은 자율적으로, 그것도 아니면 뱀파이어의 존재조차 모른 채 이용 당하여 온갖 더러운 일들을 처리한다. 그것은 때로는 간단한 정보수집이나 심부름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누군가를 유혹하거나, 암살하거나, 매수하는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구울 노예에 대한 뱀파이어 주인의 요구는 끝을 모르는 법이다.


 하지만 운이 좋다면, 정말로 운이 좋고 주님(혹은 신들)께서 축복해주신다면, 어쩌면 뱀파이어 주인은 당신의 봉사에 상응하는 애정을 상으로 내릴지도 모른다. 어쩌면 포옹으로말이다...


 어제 밤부터 오늘 정오 때까지 구상한 건 대충 이 정도. 다만 좀 걸리는 건 역시 중세 러시아의 느낌을 나나 플레이어나 어느 정도 숙지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건데... 일단은 나도 좀 공부를 하고 신뢰할 만한 인원을 구해서 테스트를 해본 다음 결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