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경우에는 늑대인간들에게 추적당하고 당한 끝에 막다른곳에 다다른 파티의 전사가 늑대인간들의 후각을 숨기기 위해 똥을 싸서 온몸에 처발처발하는 플레이를 겪은적이 있다. 


사실 늑대인간을 투입하고 파티를 궁지에 몰리게 한 이유는 이리하면 파티가 맞서 싸울 것이니, 그 싸움을 클라이막스로 만들어야 겠다. 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전사가 갑자기 똥을 싼다고 해서 어안벙벙해진 나는 그 결연한 의지에 차마 "안됩니다" 라고 말하지는 못하고 판정을 해서 전사만 똥칠을 하거나 파티 전원이 똥칠을 하거나 정하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내 머리로는 파티원들이, 뭐어, 여자들도 있고하니까, 똥칠을 하느니 그냥 늑대인간과 싸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얄팍한 생각이긴 했지만 전사만 성공했다고 하면 그냥 똥칠을 못한 다른 파티원을 공격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두 가지 모두 틀렸다. 다른 파티원들도 전사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마치 발록의 앞을 막아서는 간달프와도 같이 결연하게 "그래요. 우리 모두 전사님의 똥을 바릅시다!", "그래! 전사님이 설사를 하든 콩나물을 싸든! 까짓거 바릅시다!" 하는 것이 아닌가. 


내 머리는 아찔해져서 이제 그냥 성호를 긋고 부디 전사의 판정이라도 실패하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할뿐이었다. 그러나 전사의 배변활동은 상당히 원활하여 똥을 푸짐하게 쌌고 다른 파티원들은 똥무더기에 달려들어 온몸에 똥을 치덕치덕 바르기 시작했다. "아니, 전투할때 RP는 그리도 어색하고 수줍게 하더니 왜 똥칠하는 걸 이리 가열차게 묘사하는겁니까?"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마스터, 우리가 이렇게 똥을 바르고 문지르고 비비고 했는데 설마 늑대인간들이 눈치챈다고 하진 않겠지요?' 라는 눈빛으로 내 입을 바라보는 파티원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여 나는 하릴없이 "에, 음, 그...네...으흠. 여러분들이 *똥칠* 을 훌륭히 완수하신 결과 다행히도 늑대인간들이 여러분을 눈치 못채고 지나갑니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혹자는 나를 보고 유약한 마스터라고 욕할지도 모른다. 부득불 늑대인간과 파티의 싸움을 조성하려면 할 수 있었을 것 아닌가? 라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와 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십여 분동안 똥칠, 똥바르기, 똥팩, 똥목욕, 아예 그냥 전사님의 항문에 제 머리를 들이댑니다, 똥을 문지릅니다. 따위의 말을 대낮의 카페에서 듣고 주변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하면...누구나 나 처럼 하게 된다. 똥의 추종자들에게 오염되어 굴복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 똥칠도 엄연한 RP의 하나야. 그걸 무시하는건 마스터의 도리가 아니지!' 이런 정신승리를 하면서...



나는 경험이 적어서 그런가 저 정도 뿐인데 턀갤러들은 재미있고 어이없고 황당한 플레이 뭐 겪어본적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