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알피지 모르는 사람이 써본 티알피지 소설.



/1


드워프는 키가 작다.

드워프는 돈을 밝힌다.

드워프는 보석을 밝힌다.

드워프는 수염이 덥숙하다.

드워프는 무기를 잘 만든다.

드워프는 건축공학도 뛰어나다.

드워프는 용 앞에서 꼼짝못한다.

드워프는 석화 저주에 면역이다.

.

.

.

드워프는 엘프를 싫어한다.

드워프는 마법을 쓸 수 없다.

드워프는 장수하지도, 단명하지도 않는다.

드워프는 주인공이 아니다.



"옴마옴마."

드워프 꼬마는 거실에 앉아 있었다. 입고 있는 원피스처럼 여성스러운 옷은 점점 입기 힘들어질 터였다. 입으려면 지금이 마지막이다. 아름답게 크겠지만, 드워프라는 종족이 그런 까닭에.

"옴마옴마."

그녀는 계속해서 누군가를 불렀다.

"헬리아-?"

부엌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옴마옴마. 팔리 일리 와봐."

헬리아는 재차 보챘다. 이정도는 불러대야 엄마가 온다는걸 학습한 상태였다. 인풋이다.

"헬리아~ 엄마는 지금 바쁜데~"

말은 그렇게해도 학습한대로 엄마가 손을 닦으며 나타났다. 아웃풋이다.

"종이 먹었니? 잉크 먹었니? 실타래 먹었니? 혹시 돌 먹었니?"

"옴마도 차! 그런 지슨 이제 앙해! 헬리아 책 일고 이써써."

"책!"

헬리아의 어머니 오팔리아는 도도도 소리를 내며 부엌에서 뛰쳐나왔다.


자식이란 부모가 모르는 사이 성장하는 법이다. 부모가 한 눈을 팔고 있을 때만 불쑥 커버린다. 비 온 뒤의 죽순처럼 자라기엔 아직인가? 하고 등을 돌리는 순간을 노리고 성장한다.

이 부분은 어리면 어릴수록 더욱 그렇다.

따라서 오팔리아는 급하게 달려온다. 자식의 성정은 한 순간에 오고 간다. 눈 앞에서 볼 기회는 그다지 없다.

"헬리아 이게 바써!"

헬리아는 거실 바닥에 펼쳐진 책을 가리키며 말했다. 헬리아가 간신히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지는 열흘 남짓 정도. 그 사이에 문장을 읽을 정도라면 속도가 조금 빠르다. 들어봐! 전부 들으라고! 어쩜 우리 애가 글쎄...! 식의 평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엄마의 기분으로 내린 결론이 아니라 엄밀히 눈에 띄는 속도다.

"우리 헬리아가 뭘 읽고 있었을까~ 엄마는 무지무척 기대가~ 에에..."

오팔리아의 말문이 뚝 막혀버렸다.

"이건 대륙 드워프 교범집... 헬리아, 재미있니 이게?"

치솟는 멀미 기운을 참으며 오팔리아가 말했다.

[드워프는 키가 작다.]

그런 명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으로 말하자면 구하기가 하늘의 벌따기인 초판 메뉴얼 코덱스... 가 아니라, 이른바 대륙 드워프 교범집이라 불리는 공식 룰북... 도 아니고, 드워프라면 모름지기 지켜야하는 종족률Tribe rule이 나열된 법전(비슷한 것)이었다.


오팔리아가 멀미를 하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선조의 선조로부터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내려온 종족률Tribe rule이 담긴 책. 이 몇 장 안되는 책이 그녀의 유년기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암기 과목에 약했던 그녀로서는 대드교(대륙 드워프 교범집) 시험을 치는 족족 교탁 앞에서 치욕을 당해야했다.

모름지기 어릴 적 겪은 충격은 잘 지워지지 않는다. 이렇게 트라우마가 되어버리고 나면 불로불사의 흑역사가 된다.

"옴마옴마, 즈겨버리게따니... 느글...?"

헬리아가 오들오들 떨며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

"아, 헬리아. 미안미안."

흰자 가득히 살의를 품은 삼백안을 풀고 어머니 모드로 돌아온 오팔리아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가 헬리아보다 두 세 살 많았을 때 기억이 나서 그래. 말나온 김에 오늘 찾아뵈야겠어. 아직 죽진 않았겠지...? 가 아니고 헬리아. 이 [대드교]가 어쨌길래? 혹시 내용이 어렵니?"

아니, 하고 헬리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두 번 보이까 다 외어써.(대놓고 기뻐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긍데 이상헤. 드오후는 이고 즌~브 지켜야 대는거야?"

"응. 지켜야한단다. 그렇지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드워프로 살아간다면 자연스럽게 지킬 수 있는 규칙들이야."

"이고또?"

그녀는 작은 손가락으로 한 문장을 쿡 짚었다.


[드워프는 돈을 밝힌다.]

"으음..."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었다.

오팔리아도 돈이 좋고, 금화라면 더더욱 좋다. 그렇지만, 금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물론 고귀한 척 하는 숲귀 놈들보다는 밝히는 편이지만, 인간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인간이라면  여러 번 만나봤다. 만날 수록 느끼는 것이 있었다. 그 쪽은, 돈을 밝힌다 만다하는 수준이 아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는.

딸아이의 올바른 드워프관을 위해서라도 대답해줘야만 한다.

"그럼! 밝힌단다. 공기 다음으로 가장 소중한게 돈이지~."

오팔리아는 과장된 말투와 함께, 양 손의 엄지와 검지로 동전을 만들어 눈에다 갖다댔다.

"옴마가... 돈귀신 얼빼미가... 대써...?"

아이로서는 엄마의 이런 면모가 충격적인 모양이었다. 오팔리아 올빼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모든 드워프는 돈귀신 올빼미라는듯이.

"으으... 그름 요고는...?"

그녀는 작은 손가락으로 또다른 문장을 쿡 짚었다.

[드워프는 용에게 꼼짝못한다.]

"으음..."

이어서 난감한 질문이었다.

이 아이, 신장이나 수염처럼 대답하기 쉬운 부분을 피해서 질문하고 있다...! 누구한테서 난 딸인지 지나치게 머리가 잘 돌아간다. 오팔리아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로 했다.

"그건 말이지, 헬리아. 그게... 다 이유가 있단다. 그... 러니까... 뭐였지? 뭐였더라...? 뭐였을까. 헬리아?"

오팔리아는 턱에다 손을 갖다대고 두뇌를 풀가동했다. 데굴데굴 머리를 굴리던 와중,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드워프는 수염이 덥수룩하다.]

"이거다!"

오팔리아가 책을 탁 치며 외쳤다.

"바로 이거란다. 헬리아. 왜, 드워프들은 수염을 목숨처럼 아끼잖니.(남자 기준이다.) 아까는 공기 다음으로 돈이 중요하다고 말했지만, 이럴 수가? 드워프에게는 공기보다 중요한게 있었으니...! 바로 수염이란다."

"오아..."

헬리아는 눈을 크게 뜬 채 침을 질질 흘렸다. 엄마로서의 권위와 장황한 옛날 이야기식 언변이 통한다는 증거였다.

"용은 두렵단다. 날개는 돌풍을 만들어내고, 이빨은 드워프를 냠냠 먹을 수 있을만큼 날카로와. 그렇기 떄문에 어지간한 모험가들도, 어지간하지 않은 모험가들도 용 앞에서 한 끼 식사일 뿐이지..."

"용 무서어!"

헬리아는 엄마를 껴안으며 오들오들 떨었다.

"그리고 불을 뿜어. 입에서."

"부... 부를...! 치사헤!"

"그래. 치사한게 바로 용이란다. 뿜어내는 불은 엄청나게 뜨겁기도 해서, 모든 것을 태워버리지."

꿀꺽...

헬리아는 어머니의 품에 안긴 채로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러.니.까 말이지. 드워프가 용한테 꼼짝 못하는거야."

"어어어어..."

튕겨나갈듯한 급전개에, 헬리아는 이해가 안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오팔리아에게서 스프링처럼 튕겨나갔다.

"수염은... 불에 약하니까...!"


과연.

이런 조약한 끼워맞추기에 나이에 맞지않게 영리한 헬리아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눈사태처럼 쏟아지는 의문을 앞에 두고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의기양양하게 말한 오팔리아였지만 한 줄기 땀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호아..."

헬리아는 양쪽 무릎을 팡팡 쳤다. 아까의 나와는 다르다. 이제는 완전히 이해했다, 는 표정으로.

똑똑하다고는 해도 아이의 두뇌.

끈질기게 약점을 노리는 사고 전개는 힘들다. 드워프에게 수염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불을 뿜는 용의 존재는 위험하다고 말하지 않을 것도 없었다. 이 경우는 흔히, 장대한 거짓말일수록 잘 먹힌다는 통설이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지혜 앞에, 아이가 굴복한 모양새를 보며 만족하는 오팔리아. 육아는 이처럼 힘든 법이다. 매일매일이 부모의 위엄을 보존하기 위한 진검승부다. 그렇지만 너무 자신만만해진 나머지, 오팔리아는 해서는 안될 말까지 하고 말았다. 물론 진검승부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용의 숨결. 그렇지만 재앙과도 같은 그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보물이 하나 있단다."

"먼데? 그게 먼데? 우리 집도 하나 사노차 그거!"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오팔리아는 완고히 고개를 저었다.


"어... 어째서...!"

헬리아는 그런 엄마의 반응에 절규했다. 헬리아는 드워프 간식이 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우리 집에도 있기 때문이지, 헬리아."

"...!"

헬리아는 충격으로 휘청거렸다. 올망졸망한 눈빛이 어머니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후후...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용의 숨결을 막아낼 수 있는 보물이란, 바로바로오-, 드워프가 만든 방패였습니다...!"

"에."

헬리아는 뒤로 돌아 벽난로 위에 아무렇게나 걸려있는 방패를 쳐다보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그 방패로 말하자면 내마모성과 내결손성, 내열성까지 모두 갖춘 지존 궁극의 방어무기. 지금은 아득히 고전이 되어버린, 창과 방패의 이야기. 그 이야기 속에서 허술한 홍보로 인해 자가당착에 빠져버린 상인에게는 없었던 바로 그 방패! 드워프제 방패가 있었다면 상인은 당연히 방패의 승리에 손을 들었을 것이다. 이 [드워프 보통 방패]에!

삐비비빅-.

삐비비빅.

한편, 헬리아의 뇌 속에서는 이전에 없었던 대량의 전기 신호가 가파르게 오가고 있었다. 헬리아가 처음으로 겪는 [두뇌 풀가동]이었다.

말했다시피, 아이의 두뇌는 일차원적이다.

풀가동이던 한계 돌파를 하던, 머리 속에서 귀납법이나 소거법을 펼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논리의 순차가 올바르다면, 예를 들어... 삼단, 그걸 넘은 사단 논법 정도라면 지극히 빠르게 설계할 수 있다.

a)용은 b)불길을 뿜는다.

b)불길은 c)수염을 태운다.

c)수염은 d)드워프의 목숨이다.

= a)용은 d)드워프를 태워버린다.

4단 논법이다.


A)용은 B)드워프를 태워버린다.

B)드워프는 C)드워프 방패를 만든다.

C)드워프 방패는 D)불을 막는다.

=A)드워프는 D)용을 막아낸다.

다시, 4단 논법이다.


오팔리아도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표정이다. 방심은-, 진검승부에서 방심을 한 대가는 크다.

황급히 입을 막아봤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 지나간 일은 역사가 된다. 말 그대로다. 지난 역사, 드워프가 용에게 꼼짝 못하던 시대가 있었다.

입에서 불을 뿜으며 금은보화로 둥지를 채우는 습성이 있는 용에게, 불에 타기 쉬운 수염이 있고 보물을 꿍쳐두는 드워프는 호구잡기 딱 좋은 종족이었다. 아니, 마치 용을 위해 태어난 종족인 마냥 드워프는 용족에게 혹사당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드워프는 발견하게 된다. 강철에 니켈과 크롬을 15퍼센트 이상 섞는다면...! 기적과도 같은 내열성을 보유하게 된다는 사실을...! 이 발견, 이세계에서는 [인코넬]이라고도 불리는 우주항공 소재와 동일하다는 사실을 드워프가 알 턱이 없지만, 그들은 서로서로 내열 방패의 레시피를 전수했다. 용이 쿨쿨 잠이나 자던 때에도, 스트레스를 해소를 위해 인근 마을에 불을 지르러 갈 때도 착실하게 레시피를 주고받았다.

다시 말하지만 인코넬은 열기에 무적이다. 대기권 진입 시 우주선 외부의 온도는 1000도를 가볍게 뛰어넘지만, 승무원이 숯덩이가 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성능은 시험해 볼 것도 없다.

이윽고, 대륙 전역에 [드워프 보통 방패]의 레시피가 전수된 날, 대륙의 모든 드워프는 자유를 되찾았다... 감동적인 이야기다. 다 지나간 이야기다.

오팔리아에게는 단순히 비극이지만.

"옴마! 먼가 이상헤!"

"...으으으."

결국 한동안 딸과 실랑이를 벌인 오팔리아였다. 종국에는 진검승부도 뭣도 아니고 예리한 지적을 말돌리기로 덮으면 그 위로 예리한 지적이 다시 날아오는 진흙탕 싸움이었다.


"후우... 후우..."

가파르게 숨을 내쉬며 아래턱을 닦아내는 오팔리아. 격전을 치른듯 보여도 실은 7살 딸아이를 상대로 말싸움을 했을 뿐인데... 두뇌 체력이 지나치게 약했다. 앞 날이 걱정이었다. 다만 이 경우는 증오해 마지않던(진짜로.) 대드교를, 사랑스러운 딸 아이로부터 수호하고 옹호하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아라써... 고로모는..."

슬슬.

딸아이의 지치지도 않는 지적탐구심에 지친 오팔리아. 있는대로 끌어모아본들 질문 딱 하나 정도 받아칠 체력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헬리아의 손가락은 슬금슬금 종이 위를 더듬어갔다.

"요고는...!"

부디 이 질문이 마지막이길 바라며, 딸아이가 가리킨 문장은 실눈으로 훔쳐보는데, 오팔리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이건!

이건 대답할 수 있다!

이 정도라면 문제 없다...!

아니, 헬리아.

이 문장만큼은 너는 피해야했다!

그런 사악한 어머니 웃음을 지으며, 오팔리아는 대답했다.


"헬리아-. 딱 한 번만 말할테니 자~알 들으렴."

"으... 으응."

기고만장.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기세등등 어머니에게 위축된 헬리아였다.

"그 전에, 많고 많은 질문 중에 이걸 고른 이유가 있니?"

"브정문이아서... 다흔건 조건믄이나 브틍 믕사믄인데, 이고랑 이 믄장만 브정문..."

오팔리아는 혀를 찼다. 부정문? 조건문? 보통 명사문? 그런건 모른다. 외우는 것 따위 질색이다.

물론 아이의 성장은 부모의 기쁨...! 그러나 아이의 서툰 환각을 가지치기 해주는 것 또한 부모의 역할이다. 아프지 않게 멋대로 꺾어주마. 오팔리아는 생각했다.


[드워프는 주인공이 될 수 없다.]

그 손가락에 짚힌 문장은 다름 아닌, 대드교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문장!

"헬리아, [주인공]이란 뭘까?"

"이야기 채개서 대사가 제일루 마는 애!"

헬리아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 말도 맞아...."

오팔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헬리아. 떠올려보렴. 때로는 등장인물 대신 별님 달님이 모든 대사를 가로채는 경우도 있으니 항상 맞는 말은 아니야."

"마, 마자...! 갠히 뵬하고 달이 이야기를 혼자 진행해써... 아으...? 왜...? 그르믄 주인겅이 더대체 머야? 옴마?"

"그건."

오팔리아는 잠시 뜸을 들였다.


"그건 말이지, 헬리아. 모험의 끝에, 사건의 최후에, 이야기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웃는 애가 [주인공]이야!"

"읏는... 애가....!"

"그렇단다. 떠올려보렴, 헬리아. 최후에 웃는 애들은 어떤 애들이었니?"

"응... 토끼, 여우, 정달새... 그리고 잉간..."

헬리아는 손가락으로 등장 인물을 하나씩 세어보았다. 헬리아가 생각하기에도 그 아이들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틀림없었다.

"그럼, 최후에 웃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이었니?"

"으응... 곰, 사자, 아거, 뱀... 그리고..."

......!

손가락으로 등장인물을 세어보던 헬리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작은 손이 떨렸다.

"맞아. 할 수 없어."

"할 수..."

"드워프는, 최후에 웃지 못해."

"오또케... 오째서..."

"엄마도 잘 모르겠어. 어쩌면... 헬리아,이건 그냥 엄마 생각이야. 두고두고 기억할 필요는 없어."

어쩌면. 드워프는 곰 역할인지도 모르지.

심각한 비약이지만 오팔리아는 어디까지나 차분하다.


"드오후는... 곰..."

굴 속에 살고, 덩치 크고, 약간 미련하고, 결정적으로 이야기 속에서 수많은 이유로 중도하자....

어린 헬리아에게, 되물을 지혜는 남아있지 않았다. 드워프를 곰에 빗대었을 때 석연찮을 정도로 와닿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곰과 다른 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럼, 이... 이고떠...?"

[드워프는 마법을 쓸 수 없다.]

오팔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워프들은... 마법을 쓸 수 없어."

"오째소...!"

헬리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듯한 표정이다.

"쓸 수 없기 때문이지."

"에르흐드른... 쓰자나!"

"숲귀들은 잊어. 숲귀들은 여름에서 습기차고 겨울에는 고드름 자라는 나무 안에서 잘도 살아가는 반 미개인. 그렇게 동식물과 비슷한 자연 생활을 하다보니, 마법 한 두개 정도는 얻어걸리게 된단다. 그러니까 사용하게 그냥 내버려 두렴."

"마보븐... 머찌단 마이야!"

"공학은 더 멋져!"

오팔리아는 양쪽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 포즈만으로도 전혀 멋지지 않다는 증명이 되거늘.


"마봅으은...! 공하기 아니라 마봅...! 옴마아아아..."

이세계 어딘가에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닌텐도 대신 공학계산기를 선물받은 아이도 있을 터. 헬리아는 앉아있는 바닥을 탕탕 치며 나쁜 기분을 표했다. 칭얼거렸다.

오팔리아는 대답 대신 그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옴마옴마-! 마봅-! 드오후는...!"

"헬리아."

"오째소...! 나는 그론고 이상헤-! 이상하자나! 누구야! 이거 쓴 드오후! 잘모떼써! 트료써!"

"헬리아..!"

미안해.

완고한 말투. 의문이 다시 파이팅포즈를 취하지 못하게 떄려눕히는 상냥함.

"하...으으으...."

그것에 의해 쩌적-, 하고.

헬리아 안의 무언가가 깨졌다.

영특한들 7살. 아이들은 긍정적인 상황에서만 긍정적일 수 있다. 대체로 감정의 지구력이 무척 떨어진다.

실제로 마음이 꺾였는지 헬리아는 양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거실 바닥을 쳐다보고 있어 표정은 볼 수 없다. 한편 마음을 꺾은 장본인, 오팔리아는 자기 딸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다.


자기도.... 어릴 때 엄마한테 저런 질문을 한 적이 있던가?

있겠지.

7살은 아니라도, 매일같이 대드교 시험을 치던 그 시절. 그녀도 똑같은 질문을 엄마에게 했을 것이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감각은 제대로 남아있다.

마음 한 켠에 온전히 연소되지 못하고 남아있는 찌꺼기가 그녀에게도 있다.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받아들인 부조리함이 그녀 속에도 잔재해 있다.

그러나 나이를 먹은 오팔리아는 그런 부분마저도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하다.

곰이라고해서, 늘상 나쁜 것이 아니다.

토끼라고한들, 늘 좋기만 한것도 아니다.

자신의 딸아이도 그것을 이해하는 날이 올 것이다.


"......."

그것보다도.

어차피 올 그냥보다는 신경쓰이는 것이 있었으니. 헬리아가 마법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이 오팔리아의 마음이 걸렸다. 단지 부정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고른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아니, 이 앞은 팔불출의 영역이다.

쓸데없는 걱정은 접어두자.

오팔리아는 암기 과목에 약할지언정 무척이나 지혜로운 어머니이자 드워프 여성. 근거없는 상상에 호들갑을 떨 드워프가 아니었다.

그러니.

형질소수자.

그런 불편한 단어는 머리 속에서 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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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