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보다보면 뭐 앞으로 TRPG계에 발을 못 붙이게 한다는 둥

그 동안 밀어준 사람들을 병신취급한다는 둥

TRPG는 압도적인 남초 취미라는 둥

기존 고객층을 배신하고 메갈리아를 새 고객층으로 돈벌이하려 한다는 둥...




별 병신같은 소리가 다 나오는데, 이런 소리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첫째로 TRPG가 뭐 유별나게 대단한 취미인 줄 아는 거고

둘째로 TRPG하는 사람들이 다 자기같은 줄 아는 거다.


한국 TRPG가 몇년 전까지는 정말 정말 향유층이 적었긴 했다더라.

그 때문에 소위 "TRPG 바닥"이라는 게 있었고, 한두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었고 그랬겠지.


그러니까 그 좁아터진 인맥풀을 지들 나름대로는 "TRPG계" 라고 믿었을거고, 

우리가 한국 TRPG의 중심이다! 같은 생각을 해왔나본데,

어느 정도는 사실이겠지. 2012년 이전 기준으로는.


그래서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는 놈들, 특히 그 인맥풀 내에 지분이 많은 소위 '네임드'들은

되먹잖은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더 나아가서 TRPG 관련 이슈가 생기면 자기가 헛기침 좀 할 만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근데 사실은 전혀 아니거든. 그냥 양민이거든. 


일반적인 다른 취미들을 좀 보자.

등산, 낚시, 테니스... 너무 안 오덕스럽나? 그럼 오덕스러운걸로, 보드게임, 방탈출 같은거라도.


이런 취미생활을 즐기는데 

"너를 테니스계에서 매장시키겠다", "너는 보드게임계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 같이 게임할 사람 구하기 어려울거다"

이런게 진짜 가능할거라고 생각하냐? 


"한국 등산계의 중심 등산인", "방탈출 바닥의 네임드" 이딴게 의미가 있을 거 같냐? 실제로?

설령 그런게 있다고 해도 있든 말든 아무도 신경 안써. 어차피 모든 취미는 각자 알아서 즐기면 그만인건데.




옛날에는 같이 TRPG 할 사람 구하기가 어려웠다지.

그래서 기존 팀을 구해야 했고, 기존 바닥, 기존 향유층에 편입되려고 노력해야 했다지. 

그러다보니 그 '기존 향유층'이 무슨 자기들이 대단한 특권층이라도 되는 것처럼 콧대만 높아져서 갑질을 해대는데...


이젠 아니거든. 

지들은 아직도 자기들끼리 "크 역시 XX님의 마스터링은 지존이내여" 하면서 놀고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TRPG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걍 책 사서, 읽고, 자기 친구들이랑 자취방이나 카페에 모여서 하거든.


이젠 "TRPG 경력이 20년인 네임드 마스터 XXX님!" 같은건 아무 의미가 없어져 버린거라고.

그리고 그게 올바른 방향이고. 

생각해봐라. 세상 어느 취미생활에 그 취미를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우러름 받고 엣헴거리는 놈들이 있는지.


"내 주변에는 TRPG하는 여자들도 별로 없고, 페미니즘 긍정하는 TRPG 유저도 별로 없는데? 

그러니까 밤의 마녀들 펀딩 저거 다 허수임. TRPG 하지도 않으면서 그냥 사는거." 

이런 엄청나게 시대에 뒤쳐진 헛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이가 없다가도, 그래, 꼰대 눈엔 그렇게 보일수도 있겠다, 싶어.


맞아, 옛날엔 그랬겠지. 옛날엔 자기 주변, 기껏해야 몇다리만 건너면 TRPG 향유층을 다 훑어볼 수 있었겠지.

근데 판이 커졌거든. 아, 안타깝게도 꼰대들은 판이 커진 것도 모르더라. 자기 주변의 TRPG 유저 층은 그대로니까.

응, 이제 꼰대들한테 굽신거려가면서 TRPG 안해도 되니까 꼰대들 주변으로는 안 가지. 

꼰대들 눈에 안 띄는 곳에서 각자 자기 친구들이랑 알아서 잘 놀고 있어. 매우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그게 초여명이 지금까지 해 온거지. 

TRPG를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꼰대들에게 굽신거리지 않아도 되도록, 각자 자생해서 알아서 노는 RPG인들이 생기도록

"쉽고 재미있는 한글 룰북"을 좋은 품질로 뽑아 내는거. 

덕분에 TRPG 유저는 증가했고, 시장은 커졌지만


꼰대들은 불만이었겠지. 꼰대들도 늘 "TRPG 인구가 늘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해왔지만

사실 그건 "우리 기존 TRPG 올드비님들에게 굽신대는 뉴비들이 잔뜩 늘어났으면 좋겠따! 특히 여자 ㅎㅎ" 라는 거지

자기들한테는 존경은 커녕 관심도 안 주고 자기들끼리만 노는 TRPG 인구들이 늘어나는 걸 바란건 아니었을 거거든. 




아마 꼰대들도 이런걸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을거야. 그리고 일종의 박탈감을 느끼고 있을거라고 생각해.

옛날에는 TRPG 새로 하겠다는 사람들은 우리들 앞에서 굽신거렸는데! 심지어 면접까지 봐가며 뽑고 그랬는데!

근데 이제는 TRPG 한 지 1년도 안된 애들이 막 개기네? 아 말세다.


그러니 초여명이 대접 안해준다 이런 소릴 하겠지. 메갈을 타겟으로 책을 팔려고 한다 이런 소리가 나오지.

정신 좀 차리쇼; 세상 어느 장사가 코딱지만한 특정 그룹을 타겟으로 장사를 하고 싶어하나.

장사를 한다면 객층은 당연히 일반인으로 잡겠지. '보편 상식이 있는 정상적인 일반인'들에게 어필해야지.


그리고 그 '보편 상식이 있는 정상적 일반인'에게 어필하는 전략은 아주 잘 먹히고 있어서

펀딩도 서점판매도 매우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듯 해. TRPG를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고.


그러니 초여명의 행보가 비정상적이며 메갈에게만 어필하는 짓거리라고 생각되는 분은

본인이 현시점에서 '보편 상식이 있는 정상인'의 범주에 못 들어가는게 아닐까 고민 한번 해 보시길!




"초여명 저러다 망할거다! TRPG도 망할거다! 안 망하면 어떻게든 망하게 하겠다!" 하고 부들부들거리면서 인지부조화에 빠진 사람들이 너무 많길래 써봤어. 내 생각에는 앞으로 초여명은 안 망하고 잘 나가고, TRPG를 하는 사람은 더 늘어나고, 부들부들거리던 놈들은 그 사실을 외면한 채 어떻게든 정신승리를 이뤄낼 것 같아.

이번에도 보니까 '메갈년들은 말로만 떠들고 하나도 안 사서 밤마녀 망할거다 ㅋㅋ' 하던 놈들이 

결과 괜찮게 나오니깐 '메갈년들은 TRPG 하지도 않을거면서 장식용으로 산 거니까 의미없다 ㅋㅋ 그리고 곧 다 환불해서 적자날거임 ㅋㅋ' 이러고 있더라고. 좀 불쌍할 지경이야.


여기까지 말이 좀 거칠었는데, "나랑은 상관도 없는 얘긴데 말투가 불쾌해서 읽다보니 괜히 기분나빠졌다" 싶은 사람들한테는 미안.

그럼 수고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