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중 하나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이지연은 저녁을 먹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 그녀의 서포터인 김동진 역시 밥을 먹고 있었지만 어딘가 긴장한 표정이었다.


"무섭지도 않냐?"


동진이 툭 던지지만 지연은 반응이 없다. 역시 이모님의 고등어 구이는 동네의 알아주는 명물이었으니까. 최근 NWO 놈들이 환경오염을 가장해서 고등어 구이를 몰아내려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을 하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끊임없이 디지털 웹과 수면자 사이의 여론을 휘저으며 NWO의 어처구니 없는 작전을 물먹이는 중이었다. 동진이 조그마한 창 밖을 내다본다.


검은 때가 낀 계량기,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전선과 배관, 큰 거리에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네온사인의 쏟아지는 불빛. 기계로 된 생물이 있다면, 그 내장은 아마 이 더러운 거리처럼 생겼을 것이다. 이모네 고등어는 변변찮은 간판조차 없었다. 그냥 조그마한 거리에 덜렁 내놓은 "이모네집 고등어"라고 쓰인 비닐 간판이 전부였다.


그녀는 오직 오른손만으로 밥을 먹고 있었다. 왼손은 그녀의 허리춤에 달린 초소형 키보드를 연신 두드리며 끊임없이 정보의 바다를 휘젓는다. 동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된장찌개를 먹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역시 자신의 안경 위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눈으로 읽어낸다.



-파직.



그녀의 키보드로부터 적녹의 파동이 의미하게 퍼져나와 이모네 고등어 가게를 뒤덮었다. 가게에는 그들과 이모님밖에 없었다. 안에서 연신 고등어를 손질하는 이모님. 그녀가 이 거리에서 장사를 한지 벌써 25년째였다. 가게 안에 감도는 고등어 냄새와 사이비 과학자가 만든 것 같은 그들의 장비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드르륵."


"실례하겠습니다."


정말 몇일만에 보는 단골이 아닌 손님.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세 남성.


"거기 계신 두분, 이지연 씨, 김동진 씨, 맞습니까?"


그들은 NWO의 현장 요원, 악명 높은 블랙 수트였다.


"..."


지연은 한손으로 능숙하게 고등어를 뒤집어 살을 발라내기 시작한다. 가운데에 서있는 남성이 강압적인 톤으로 말을 이어간다.


"연행하겠습니다. 따라주시죠."


찰랑, 하는 소리와 함께 지연의 손에서 젓가락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동시에 두 사람의 모습이 입체 영상처럼 적색과 푸른색의 형상으로 나뉘어 번쩍거리다가 화이트 노이즈가 되어 사라진다. 마치 고장난 티비에 비춰지는 모습을 현실에서 그대로 보는 것 같다.


"제기랄, 웹 프로젝션Web Projection이다!"


한 남성이 외친다. 그것과 동시에 그들의 손에서 핸드건이 불을 뿜으며 두 사람이 앉아있던 식탁을 박살낸다. 그러나 박살난 식탁 조각들은 공중에서 떨어지지 않고 중력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처럼 공중을 빙글빙글 돌기만 할 뿐이었다. 다음 순간 그 공간이 뒤틀리며 멀쩡한 식탁,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앉아있는 지연과 동진, 그리고 멀쩡한 고등어 구이로 되돌아 간다. 지연의 손가락이 키보드위를 달리자 세 남자의 선글라스에 삽입된 VDAS 인터페이스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미친듯한 분량의 정보를 그들의 두뇌에 강제로 쑤셔넣기 시작한다. 


"크... 크악!"


아무렇게나 핸드건을 난사하는 그들이지만, 단 하나도 그들에게 닿지 않았다. 핑, 하고 탄환이 지연의 젓가락을 튕겨버린다. 그러나 그녀가 "CRTL + Z"라고 부르는 현실 해킹Reality Hacking에 의해 바로 다시 그녀의 손가락으로 돌아온다.


"에이씨, 진짜. 밥먹는데 말야."


그녀가 엔터키를 누르자 세 사람의 선글라스가 폭발한다. 그들은 기절한채 식당 입구에 널부러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선다. 


"이모님, 잘 먹었습니다."


"또 와."


무뚝뚝하게 고등어집 이모님City-Heart가 대꾸한다. 그녀는 입안에 남아있는 고등어의 맛을 다시며 세명의 블랙 수트를 밟고 식당 밖으로 나선다. 볼품없고 어수선한데다가 더럽기까지한 작은 골목. 그녀가 그 위를 달리는 전선들을 올려다본다. 거미줄처럼 엮인 그 전선 사이로 도시의 생명이 흐른다. 그녀가 아이 미러를 꺼내든다. 거울의 반짝거리는 표면에 초록색의 일본어와 중국어의 중간쯤 되는 글자들이 천천히 반짝거리고 있었다. 


"갈 거?"


동진이 묻자 지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두 사람이 대학가에서 팔 법한 싸구려 코트를 걸친다. 동진이 벽에 붙어있는 더러운 전선을 손으로 잡는다. 지연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그가 눈을 감고 자신의 태블릿에 무언가를 빠르게 타이핑한다.


"파직!"


정전기가 튀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사라진다. 메이지의 육체를 전자로 변화시켜 도시 내 전기가 연결된 곳이라면 어떤 곳이라도 한순간에 이동하게 해주는, 버추얼 어뎁트의 특기중 하나다. 두 사람이 사라진 좁은 거리가 오래된 컬러 티비처럼 적, 녹, 청의 색으로 갈라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이모네 고등어는 두 사람이 돌아오길 기다리는듯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City-Heart는 도시의 정령이며 그 도시의 특성에 따라 도시의 사람들을 돕는 자경활동, 지하경제 활성화, 초자연체 균형 유지 등을 댓가로 메이지(주로 어반 샤먼)에게 보호와 지식,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도시 내의 장소로 가는 방법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