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퍼를 위한 제안들(Suggestions for Keepers)

Keeper's Companion Vol.1에 실려있던 키퍼를 위한 제안들(Suggestions for Keepers)의 내용.

사실 저번에 썼던 건데 이번에 다시 리메이크해서 써 봄.


플레이어들과 캐릭터들을 이해해라(Know Your Players and Their Investigators)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들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할 리는 거의 없고, 적어도 어디에선가는 본성을 어느 정도 드러내게 되어있음. 그리고 때로는 그런 플레이어의 본성을 자극하는 게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도 있고, 또한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 줌으로서 불만을 줄이고 좀 더 플레이를 부드럽게 만들 수도 있음. 한편 탐사자 캐릭터의 경우 키퍼도 알고 플레이어도 아는 정보가 있으니까 그걸 활용해서 전개에 용이하게 써먹을 수도 있음. 예를 들어서 과학자 캐릭터가 있다면 과학적 지식이 특별하게 필요한 떡밥을 던져줄 수도 있고, 반대로 파티에 없는 스킬이 필요한 떡밥을 던져놓고 그런 스킬을 가진 사람을 찾아가는 식으로 진행을 꼬아놓을 수도 있고....


크툴루 신화에 익숙해져라(Become Familiar with The Mythos)

크툴루 신화에 대해서 사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됨. 근데 키퍼는 알아야 해. 왜냐면 그래야 언제 어떻게 어떤 신화생물을 등장시키고, 그 외에도 진행 도중에 어떠한 방식으로 떡밥을 제공할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임. 정해진 시나리오라는 게 있긴 하지만, 그게 그대로 돌아간다는 보장같은 건 전혀 없고, 자작 시나리오를 낼 수도 있는 거니까. 또한 신화생물이 딱 등장했는데 처음 보는 듣도보도 못한 생물을 "야생의 미-고가 나타났다!"라고 설명하고 치울 수 있는 건 아님. 따라서 신화생물과 조우하는 경우 그 외양과 능력을 적당히 묘사하는 선에서 그쳐야 하고,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해서 "아 그때 봤던 게 바로 이 미-고라는 생물인 거 같다"고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추측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함. 혹은 흔치 않은 사례겠지만, "일단은" 비적대적인 신화생물이 자기 소개를 하던가.... 근데 그런 상황은 거의 없을테니 일단 키퍼는 자신이 다루는 초자연적 요소가 어떤 존재인가를 확실히 인식해 두어야 할 필요가 있음.


예를 들어서 소설에서는 "개한테 털리는" 미고는 사실 CoC 상에서는 냉기방사기나 전기총, 공생 갑피 등으로 무장하는 초하이테크 종족이고 심지어 최면술로 인간을 꼬여내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키퍼가 준비 잘 갖춰서 내보내면 탐사자 파티가 무사히 끝난단 보장이 없음. 근데 그냥 일방적으로 그렇게 탈탈 털면 좀 그렇잖냐...? 그러니까 적당히 손을 봐서 내놔야 한다 이거지. 반대로 같은 미고라도 탐사자들이 강해짐에 따라서 저런 식으로 템을 맞춰주고 점점 강화해서 써먹을 수 있고.      


모험을 준비해라(Be Prepared the Adventure)

이건 너무 당연한 거긴 한데....  시나리오를 부드럽게 돌리려면 먼저 이것저것 준비를 해야 함. 예를 들어서 먼저 읽어보고 처음에 얼마나 정보를 줄 것인가, 기본 시나리오를 얼마나 변주할 것인가 등 이것저것 생각하는 건 다른 룰셋에서도 당연한 거라고 생각됨. 양놈들은 대체로 기본 시나리오를 변주하는 쪽을 자작하는 것보다 더 선호하는 것 같더라.


분위기를 조성해라(Set the Mood)

CoC는 일단은 공포물이고, 동시에 "실존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물건임. 따라서 공포 분위기를 묘사할 필요가 있고, 실존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삼는다는 걸 보여주려면 실제 책을 찍은 사진 같은 핸드아웃 같은 소재를 좀 활용해 볼 수도 있음. 특히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좋은 수단 중 하나는 뭔가 특정한 현상을 소수에게만 찍어서 일으키는 것임. 그러면 "저 찍찍대는 소리 들려?" "아니 난 아무 것도 안 들리는데?" 같은 상황을 만들면서 파티의 행동에도 변화를 줄 수 있거든. 혹은 아무 이유 없이 내지는 탐사자들이 잘 모를만한 이유로 특정 플레이어 하나 찍어서 "님 뭐 체크해 보세요" 하고는 그 결과에 따라서 "갑자기 누군가 지켜보는 느낌이 듭니다...." 같은 묘사를 할 수도 있음.


아니면 아예 탐사자들이 보지 않을 때 뭔가 괴상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탐사자들이(플레이어들은 몰라도) 동요하는 상황을 만들어 볼 수도 있음. 뭔가 중요한 게 없어졌다거나 그런 식으로 말이지...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라는 말도 있잖냐?


신뢰가 가고 기억에 남을 NPC를 만들어라(Make Believable and Memorable Keeper Characters)
사실 CoC에서 대부분의 비전투 상황은 뭔가 "다른 사람"에 대해서 조사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과 같이 행동하게 되는 상황임. 당연히 그런 캐릭터들의 구현이 잘 되지 않으면 당연히 뭔가 핀트가 어긋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럴 때 키퍼가 내놓는 캐릭터들을 잘 구현할 필요가 있다는 것임... 딱히 캐릭터를 만들 여력이 안 되면 이미 시나리오에서 제공되고 있는 캐릭터라도 잘 다뤄야 하는 거고. 그리고 필요하다면 그런 캐릭터를 탐사자들보다 먼저 희생양으로 갈아넣는 거지! 물론 오래오래 살려둘 수도 있긴 한데, 대체로 시나리오에서 시작부터 제공되는 조력자나 인맥의 구심점이 되어주는 인물은 대부분 죽는다고 보면 됨. 특히 나이 많은 스승 포지션의 인물이면 더 그렇고. 그러니까 그런 인물을 어떻게 잘 갈아넣느냐가 관건이 되는데... 이렇게 NPC 갈아넣기 부문의 본좌는 사실 CoC나 기타 공포물보다는 빨간 셔츠의 전설을 낳은 스타 트렉이 아닐까 싶다.


가혹하지만 정당하게(Be Tough but Fair)

CoC의 갑은 키퍼임. 따라서 키퍼는 일단 상황에 따라서는 플레이어 캐릭터를 죽일 수 있지만, 반대로 진행을 위해서는 너무 자주 죽이지는 말아야 할 필요가 있음. 또한 플레이어들의 행동에 따라서 적절한 보상을 할 필요도 있고. 이게 안 되면 "아무도 죽지 않는 CoC"가 나오거나 반대로 온갖 막장 전개가 이루어지는 윳툴루스러운 CoC가 튀어나오게 되는 법이고, 그러다보면 과연 CoC 룰셋을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 나오게 됨.


대개 누군가 죽을만한 위기 상황이 닥쳐오면 외적으로 한 번 정도 경고를 하거나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게 좋고, 반대로 진짜로 누군가를 죽여버릴 생각이라면 대놓고 "극적인 상황"을 조성한다는 등의 뻥을 치고 주사위를 공개적으로 굴려서 "운에 맡기거나" 혹은 진짜로 죽여버리면 된다. 공개적으로 굴리는 경우 다 살면 뭐 속으로 "저게 안 죽네'하고 치울 수밖에 없지만 당하는 놈 입장에서도 죽어도 할 말이 없음. 또한 "미친 짓이야 난 여기에서 나가겠어" 같은 선언을 하는 탐사자는 어쩔 것인가? 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을 텐데, 일단 공포영화에서 혼자 살겠다고 튀는 놈이 어떻게 되는지 아냐고 외적으로 물어보고, 모른다면 좀 있다가 잘 가르쳐주도록 해. 너도 모른다면 이 참에 좀 봐두면 좋을 거다.


완급을 조절해라(Set the Proper Face) 

일단 공포물이라고는 해도 대부분 시작부터 끝까지 주구장창 사람만 죽이다 끝나는 건 아님. 처음에는 평화롭게 시작하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불길하게 바뀌고, 그러면서 하나하나 죽어나가는 게 일반적인 전개잖아? 따라서 처음에는 좀 일상적인 요소로 시작한 다음에 점차 상황을 악화시켜 보는 게 좋고, 또한 영화에서 그냥 듣보잡은 살인마가 퍽하고 치면 억하고 죽거나 아예 죽은 장면도 안 나오고 시체로 발견되지만 좀 중요한 인물 같은 경우 죽는 과정을 길게 잡아주는 것처럼 묘사의 양이라든가 질도 상황의 중요성에 따라서 달라지면 좋음.


이런 건 하다보면 느는 건데, 잘 모르겠으면 신화생물이 언제 "대놓고" 튀어나오게 되어있는지라든가 잘 참조해 보면 도움이 된다. 물론 장기 캠페인이면 시나리오 몇 번 거치면서 다들 볼 거 다 봤을 테니까 멀쩡한 도시 한가운데에서 괴물이 몰려나온다거나 그따위로 개연성 씹어먹는 전개만 자제한다면 이런 거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세부 묘사의 중요성(Details, Details, Details)

원작자부터가 서술충이었기 때문에 CoC에서도 세부 묘사의 중요성이 강조됨. 특히 이 동네는 플레이어 캐릭터 대부분이 신화생물을 처음 보는데다 이름이 뭔지 같은 건 알 수도 없으므로, 그런 신화생물에 대해서 설명할 때는 외양과 행동 위주로 설명해야 함. 또한 "기괴한 현상"도 괴담 같은 걸 생각해 보면 알 수 있겠지만, 키퍼가 제대로 기괴한 부분을 서술해 주지 않으면 이게 왜 기괴한지 알 수 없는 거임. 여기에 추가로 추리를 위한 "단서"를 제시하는 것도 키퍼의 세부 묘사 능력에 맡겨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강조될 수밖에 없음. 괜히 CoC 서플먼트 등에 이런 거 표현하는 데 쓰라고 괴상한 의미의 형용사같은 거 모아놓은 항목이 따로 있는 게 아님. 근데 중요한 점은 이건 키퍼가 세부 묘사를 잘 하라는 거지, 플레이어들에게도 굳이 세부 묘사를 강요하라는 건 아니란 점을 명심해야 함.  


가끔씩은 적은 것도 좋다(Sometimes Less is More)

크툴루 신화에 나오는 "너무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집어넣거나, 혹은 대표적이거나, 만만해 보이는 것을 "너무 자주" 꺼내는 것은 딱히 좋은 게 아님. 예를 들어서 신화생물도 자주 보면 "또 저거냐..." 같은 반응이 나올 법 하고, 같은 종류의 개체가 많이 나와도 사실상 그냥 "와 조낸 많네" 수준으로 바뀌어 버릴 수 있음. 그런 면에서 비교될만한 작품은 에일리언즈, 그러니까 에일리언 2임. 에일리언 1이 훌륭한 공포영화의 전형이었다면, 에일리언도 많이 나오고 총도 많이 쏘던 2는 훌륭한 "액션 영화"가 되었지. 근데 CoC는 공포 내지는 추리가 기본 요소여야 하는 게임이니까 에일리언 2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그렇게 진행하면 좀 곤란할 거임. 그렇게 킬딸치거나 던전 크롤링같은 거 하고 싶으면 다른 룰 많잖아? 


그러니까 가급적 초반에는 신화생물을 덜 드러내고 분위기를 괴상하게 몰아갈 방법 + 뭔가 독창적인 신화생물 같은 걸 생각하고 연습해보면 좋음. 일단 초반에 등장하더라도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처리하고. 예를 들어서 밤에 찍은 사진에 날벌레가 보이는데 잘 보니까 날벌레치고는 너무 큰 거 같다거나 이런 식으로 "수상한 떡밥" 정도만 던지는 선에서 그치면서 점점 호기심을 유도하고, 그러면서 괴상한 일을 일으켜서 불안하게 만들라는 거지. 물론 블러드 브라더스 서플먼트의 시나리오들 같이 대놓고 머리 비우고 즐기는 걸 노리는 물건이라면 그냥 막 나와서 막 갈려나가게 하는 쪽이 오히려 정상적인 거다...


낚시는 즐거워(The Joy of Red Herrings)

CoC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미스터리와 그에 대한 "추리"임. 따라서 키퍼는 원하면 낚시성 전개를 보여서 플레이어들을 낚고 속으로 "월척이다!"할 수 있음. 예를 들어서 정보 제공자 자체를 "사실 사교도들과 한패"로 세팅해서 거짓 정보를 쥐어주게 할 수 있고, 혹은 어제까진 잘 있던 물건이 없어져서 찾아봤더니 사실 밤에 누가 쓰고 제자리에 안 뒀다거나... 하는 식으로 플레이어들이 그냥 고분고분히 키퍼가 내미는 떡밥을 받아먹지만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음. 시나리오 도중에 "쓸데없이" 언급되는 물건들은 다 이런 거 하거나 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후 캠페인을 전개해 보라고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면 됨.


특히 이걸 키퍼가 활용하기 좋은 걸로는 기존 시나리오를 미리 비틀어놓거나 혹은 즉흥적으로 비틀어서 시나리오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한 뒤에 달려드는 탐사자들을 골탕먹이는 거임. 예를 들어서 "유령의 집"에서 시작하자마자 코빗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양아치 놈들이 나오면 거기서 코빗 찾는다고 뒤져본 결과 엄청난 쓰레기더미만 구경하게 된다거나... 이래놓고 코빗은 사실 지붕 아래 같은 데 숨어있었거나 아예 집 안이 아니라 집 마당에 묻혀있었다는 전개로 가는 거지. 집을 태워봤자 마당의 코빗은 멀쩡할 테니 최종 결전은 개빡친 코빗에 의해서 산 채로 불타는 집 안에 던져지느냐 마느냐로 하면 되고... 


플레이어들의 돌발 행동을 예상해라(Expect the Unexpected from Your Players)

이건 위와는 반대의 상황. 항상 CoC 시나리오가 키퍼가 원하는 대로 풀리는 건 아님. 예를 들어서 그냥 적당히 생각해도 될 것을 "이것은 신화생물의 음모다"하고서 삼천포로 빠진다거나, 혹은 아예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낸다거나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일단 커버를 잘 해야 됨. 예를 들어서 플레이어들이 갑자기 뭔가 괴상한 행동을 한다면 그냥 방치할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면 목격자가 경찰에 신고하게 만든다거나 하는 식으로 대응을 해야 된다 이거지. 


이게 가장 필요한 경우가 "자체 시간표" 주는 시나리오. 왜냐면 돌발 상황 한 번 터지면 일단 이게 꼬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거기다 이게 정시 출발을 원칙으로 하는 대중교통 같은 거 나오는 경우는 돌발 행동으로 꼬였을 때 아주 환장할 수 있으니 돌발 행동으로 상황이 꼬였을 때 어떻게 할 지 생각해 두면 좋다. 특히 7판에서는 한 번 정신줄을 놓으면 애가 한동안 불안정해지는 동안은 추가로 정신줄을 놓을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도 하니까 악순환이 발생하기 좋음. 예를 들어서 숲에 갔다가 밤에 누가 악몽을 꾸고 빼애액하며 뛰쳐나가버리면 일단 걔부터 찾아야 할 거 아니야? 그 다음에 찾아내서 데려오다가 또 애가 이상한 거 보고 발광하고....  괜히 "유령의 집"에서 진행 도중 빼애액거릴 만한 상황을 거의 안 주는 게 아님.


모험 마무리하기(Ending the Adventure)

일단 CoC는 다양한 종류의 엔딩이 가능함. 다만 단편 시나리오 같은 걸로 땡치고 끝낼 게 아니라면 대체로 "다음 시나리오로 이어서 할 떡밥"을 제공해야 하고, 또한 결말도 위에서 말한 듯이 좀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게 좋음. 예를 들어서 "예, 여러분은 냐루코를 소환하려는 사악한 자들의 두목을 죽이고 제물이 될 뻔한 사람들을 구했습니다" 같은 식으로 날림식 마무리를 하는 게 아니라 "사교도들의 두목을 죽이자 허공에서 빛나던 구체가 사라졌고, 다른 사교도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제물로 쓰려던 사람들을 버려둔 채로 달아났습니다. 제물로 쓰려던 사람들 중 몇몇은 아직 제정신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같은 식으로 서술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하는 게 낫다는 의미임.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에필로그 세션 같은 걸로 뒷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도중에 해결되지 않은 의문을 설명할 수도 있는 거고. 


물론 언제나 해피엔딩이 나오는 것은 아니고, 별로 좋지 않은 엔딩이 나올 수도 있음. 문제는 이게 얼마나 좋지 않게 나오냐... 이거지. 그런 결말이 꼭 탐사자 몰살 엔딩이 된다거나 그런 건 아니야. 예를 들어서 풀려난 그레이트 올드 원이 기지개를 좀 펴더니 뿅하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거나 뭐 그런 식으로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 그레이트 올드 원이 살아서 돌아다니게 됐지만 탐사자들은 괜찮은" 그런 전개를 내서 캠페인을 이어나갈 수도 있고, 혹은 아예 반대로 모든 것을 끝장내고 "그리고 세계는 멸망했습니다"로 처리하고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할 수도 있어. 특히 이 동네는 인간이 대체로 털리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런 결말이 나올 거 같은 분위기가 됐다면 어떻게 잘 처리할 지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음.  

 

심판대에 오르는 쪽은 키퍼다(Remember, You are in charge)

CoC의 키퍼는 게임 도중에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의 책임을 져야하는 위치기 때문에 세션이 별로였다 = 키퍼가 별로였다가 됨. 따라서 키퍼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외적으로 플레이어들의 비위를 적당히 맞춰주는 것임. 그래서 위에 말한대로 공정하게 행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하고, NPC도 가급적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내놔야 하고.... 뭐 그렇단 이야기임.


좋은 크툴루 사냥법(Good Cthulhu Hunting)

그리고 이 아래는 좋은 크툴루 사냥법(Good Cthulhu Hunting)이라고 쓰고 탐사자들 입장에서 안 죽고 살아남는 요령.  

역시 출처는 Keeper's Companion Vol.1이다.


비밀을 지켜라(Keep It Secret)

쉽게 말해서 MP가 들지 않는 마법인 "경찰을 부릅니다" 같은 건 대개 키퍼의 전유물이라 탐사자가 써 봤자 별 소용 없다는 소리. 미국방위대 델타 그린 같은 건 원판 CoC에 안 나오고 델타 그린에서는 결국 너부터 델타 그린이니까 불러봤자 거기서 거기고 CoC인데 펄프 크툴루 서플을 썼다면 네가 최소한 경찰관보다 2배쯤 강할 거다.... 그러니까 기껏 경찰관을 불러봤자 신화생물의 비합리적인 폭력의 무고한 희생양만 늘고 키퍼가 "네, 모두는 눈 앞에서 배가 찢겨 비명을 지르는 여경이 촉수에 다리를 잡혀 이리저리 휘둘러지며 여러분 얼굴과 몸에 피와 내장을 흩뿌리는 광경에 그만 이성을 잃습니다. 저런, A 머리 위에 찢겨나온 창자 조각이 걸쳐진 거 같은데요" 같은 소리하기 딱 좋다는 거. 뒷처리도 그만큼 힘들어진다. 또한 어떤 미친 놈들은 자기들이 통제할 수 없음에도 "또 다른 냉전" 같은 데 나온 거 마냥 신화생물을 병기로 쓰려 들거나 혹은 다른 데 써먹으려 들 수 있을테니 그런 일도 막아야겠지? 솔직히 글라키 시종하기 VS 병으로 죽기 하면 수많은 말기암환자나 불치병 환자들이 글라키의 추종자가 되려고 호수로 몰려들거다.  


함께 있어라(Stay Together)

신화생물 같은 놈들을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굴이다. 어차피 신화생물과의 대결은 탐사자가 펄프 크툴루나 티벳 서플 같은 걸로 만든 괴물이 아닌 이상 1:1로는 거의 승산이 없다고 보면 돼. 그러다보니 각개 행동 같은 건 다른 장르에서는 개인플이니 뭐니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물건에서의 개인플은 대개 혼자 있다가 신화생물과 독대한다거나 고립된다거 뭐 그런 상황으로 이어지기 쉬우므로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 특히 일시적 광기로 정신줄 놓고 빼애액할 때 주변에 다른 탐사자가 있냐 없냐 같은 요소에 따라 발작 상황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할 것.  


일단 저지르면 나중에 후회한다(Act in Haste, Repent at Leisure)

대개 CoC에서 "중요한 행동"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됨. 따라서 "다른 방법이 없거나 지나치게 어려운" 게 아닌 이상은 극단적인 행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음. 간단한 예를 들어서 별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사교도를 상대로 먼저 총질을 해 버리면 나중에 사교도나 그 동료가 경찰을 불러서 탐사자들을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 특히 뭔가를 선언한 경우 키퍼가 "진짜로 그렇게 할 거냐"라고 묻는 경우 뭔지는 몰라도 그에 관해서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보면 됨...


계획을 갖고 행동해라(Always Have a Plan)

아주 당연한 거. 왜냐면 키퍼는 애시당초 처음부터 뭔지 모를 비밀과 그걸 풀어나갈 계획을 갖고 있으니까 탐사자 측도 그에 대응할 계획이 필요하다... 물론 그 계획이라는 게 대개 진행하다보면 꼬이겠지만, 그래도 계속 벌어지는 상황들 앞에서 계획 없이 우왕좌왕하기만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봄. 뭐 안 먹히면 일단 도망가던가 물러나서 시간을 좀 벌어 본 다음에 다시 생각해 봐야지 별 수 있어?   


일단 정찰해봐라(Scout It Out)

역시 당연한 거 2. 그렇다고 직접 누구 하나 던져넣어야 하는 건 아니고... 일단 주변에서 정보를 모은다거나, 혹은 사람이 아닌 다른 뭔가를 시험삼아서 테스트할 수도 있다. 뭐라도 좀 알고 시작하는 게 모르고 시작하는 거보다 편하다. 물론 정보가 딱히 아예 주어지지 않는 시나리오도 있긴 하지만, 그런 것들도 진행하다 보면 나중에는 주게 되어 있음.


최후의 대안은 총이다(Guns are a Last Resort)

총이 안 먹히는 놈이 나올 수는 있어도, 일단 총 같은 거 없이는 아무 것도 안 된다고 보면 됨. 적어도 잡졸들 대다수는 총이 먹히고 안 먹히는 놈들에게도 뭔가 반응을 유도할 수는 있을 테니까 말이지.... 그러다보니 이거 시나리오 난이도 측정기 중 하나가 총으로 못 잡는 놈과 싸워야 하는가 아니면 안 싸우고 끝낼 방법이 있는가 뭐 그런 게 된다.... 물론 총이 안 먹히는 놈의 경우도 제압 수단이나 탈출 수단을 시나리오 내에서 주기는 하니 잘 찾아 봐.


적을 파악해라(Know Your Enemy)

적에 대해서 알면 좋은데... 직접적으로 크툴루 신화물을 읽어두거나 그런 게 아니라면 별 도움은 안 된다. 처음부터 "이번 시나리오는 차토구아의 형체 없는 자손이 나와요 ㅎㅎ" 같이 썰 푸는 키퍼가 세상에 어딨어? 다만 도중에 조낸 커다란 박쥐개구리 벽화 같은 게 나온다면 이게 차토구아와 관련된 뭔가가 나오겠구나... 정도로 추측이 가능할 텐데, 이것도 키퍼가 한 번 꼬면 대표적인 차토구아 관련 신화생물인 형체 없는 자손 대신 막 차토구아 신앙이 성행하던 하이퍼보리아 시대 고대 인류의 후예나 그들과 투닥대던 부르미족의 후예라든가 그런 게 튀어나올 수도 있음.


사물들은 보이는 대로가 아닐 수 있다(Things are not Always as They Seem)

쉽게 말해서 일단 겉으로 드러내진 않더라도 사물이나 사람을 좀 의심해 보라는 소리. 특히 CoC 시나리오에서는 누군가의 헛소리 같은 게 의외로 도움이 될 때가 많고, 반대로 겉으로는 많이 멀쩡해보이는 양반이 사실 SAN 0짜리 골수 사교도인 일도 흔하다. 참고로 이 세계관에는 남의 형상으로 모습을 바꾸는 마법도 있기 때문에 변장술이 간파되고 그딴 레벨은 이미 한참 전에 초월되었다... 모 캠페인 중 하나의 최종보스 목표가 영국 왕실에 형상 바꿔서 침투하는 건가 그런 수준임.   

 

포기하지 마라(Never Give Up)

최악의 상황이 닥쳐올 게 뻔해 보여도 일단 그걸 "차악"으로 바꿔볼 기회는 충분히 존재함. 물론 허무주의자 키퍼가 대놓고 자신의 사상을 어필한다면 대개 그런 거 없는 게 흠. 물론 그러다 탐사자가 전멸해도 그 결과 CoC 세계관의 인류는 더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테니 희망을 잃지 마. 물론 자기 캐릭터가 마음에 안 든다고 탈출을 포기하고 영웅적인 희생을 해도 상관은 없음.


준비해라(Be Prepared)

항상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서 "보험"을 준비해야 한다는 소리. 일단 뭔가를 해서 결과를 보려면 충분한 밑천이 있어야 한다. 특히 캠페인 내에서 대체될 수 없고, 그 역할이 확실히 알려진 아티팩트 같은 게 나왔다면 극단적인 경우 탐사자의 목숨을 내버리고 새로 탐사자를 만드는 한이 있어도 잘 간직하거나 작동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