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관련 챕터의 경우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장비를 고르거나 개조하는 내용이 들어가고, 전투 관련 챕터의 경우 전투 씬 내용이 들어가고 하는 식으로... 개인적으로 그런 거 좋아하는 편임. 전에도 턀갤에서 몇 번 이야기한, 50년대 미국 배경으로 정부의 특수 요원들이 크툴루를 비롯한 사교도랑 싸운다는 내용의 AWE 기반 자작 룰을 깎고 있는 중. 캐릭터 플레이북은 '전장의 개', '검은 양복', '로켓 과학자', '랍비 선생' 4개인데... 이하는 각 플레이북 앞쪽에 해당 캐릭터가 주로 무슨 역할을 맡고,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에 대한 대략의 이미지를 제시하는 용도로 짧게 써 본 건데 보기에 어떠함? 이것만 봐도 대충 '이 플레이북에서 제시된 캐릭터는 플레이 상에서 주로 어떤 일을 하겠구나?'라는 감이 오는지 안 오는지 시간나는 갤럼 있으면 핑까 좀 부탁.
뭐... 턀갤이니까 '좋은 글이군, 안 읽었지만' '길어서 내림' 등의 반응이 주류일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다
-------------------------------------------------------------------
전장의 개-
“놈들은 총알이 안 통해, 어쩌지?”
제시카는 일행을 돌아보며 나직하게 물었다. 그녀의 안경 너머, 커다란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조나단은 대답하는 대신 남은 총알을 세었다. 세 탄창 남았다. 총알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손에 익은 차갑고 단단한 개런드 소총의 감촉과 그리스 기름 냄새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일단 마을로 돌아가서, 기관에 보고하고 물러나자고. 죽일 수 없는 존재라면 어쩔 수 없어.”
앨런이 대답하며 동의를 구하는 듯 조나단을 돌아보았다.
“안 돼, 마을 사람들 전체가 이미 놈들에게 넘어갔을 가능성도 있어. 그 얼굴들, 봤지? 눈이 튀어나오고 앞이마가 평평해지면서 넓어지는 거.”
앨런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고, 제시카는 욕지기가 올라오는 걸 삼키려는 듯 입을 가렸다. 조나단은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 때 제시카는 유전병일 거라고 했지만, 난 이 마을에 오기 전에 보고서를 읽었어. 30년 전, 해군이 출동해서 이 마을 앞 바다의 ‘악마의 모래톱’이라는 암초를 날려버린 적 있다더군. 그 암초는 놈들의 전진기지 중 하나에 불과했고, 그 당시 놈들이 전멸하지 않고 살아남아 마을 사람들 사이에 씨를 뿌려대고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모든 게 맞아 떨어져. 지금쯤이면 마을 밖으로 나가는 길은 전부 폐쇄되고, 전화선도 끊어져 있겠지. 요소요소마다 놈들이 지키고 있을 테고. 우리 셋, 매디슨 교수님이 깨어난다 해도 넷이야. 우리들 넷만으로 그걸 뚫는다는 것은 무리야.”
“그럼 어쩔까? 놈들은 죽지 않고, 우리는 나갈 수 없는데.”
앨런은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와 물었다. 조나단은 탄창을 개런드에 끼웠다.
“작전을 강행하자. 놈들은 우리가 탈출하려고 한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인원을 마을 외곽으로 보냈을 거야, 그 쪽이 합리적이니까. 총으로 죽일 수는 없어도, 눈이나 다리나 팔을 쏴서 잠시 무력화시킬 수는 있어. 내가 놈들의 시선을 끌지.”
“죽을 생각이야 조나단? 동료가 눈앞에서 죽는 걸 보라고?”
제시카는 울 듯한 얼굴로 대들었다. 조나단은 단호히 대답했다.
“난 군인이야. 그리고 필요할 때, 필요한 방식으로 죽는 것도 군인의 임무다.”
검은 양복-
“실례합니다, 마빈 스테이덤 씨 되시죠? 전기공 일을 하시는.”
앨런은 현관문 문간에 발을 끼워 넣은 채 물었다. 그의 얼굴에 의심이 스쳐가는 걸 바라보며, 앨런은 무표정을 유지한 채 말을 이었다.
“전 정부 기관에서 나왔습니다. 앨런 스미시라고 합니다. 어젯밤 스테이덤 씨가 보셨다는, 그 정체불명의 불덩어리에 관한 것 말입니다만.”
“여보, 누구에요?”
문 안 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둘렸다. 마빈은 겁에 질린 시선으로 앨런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손님이야, 나올 필요 없어.”
“부인이시군요. 지금 임신 2개월이라면서요? 부럽군요, 아름다운 아내에 뱃속의 아이라니. 저도 그런 가정을 꿈꿨었죠, 일이 일이다 보니 아직 결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그, 그걸 어떻게 알았지? 나도 지난 주에야 알았는데?”
“말씀 드렸잖습니까, 전 정부 기관에서 나왔다고요.”
앨런은 가볍게 덧붙였다.
“비가 내리던 어젯밤에 이상한 불덩어리들이 뒷산으로 날아가는 걸 보셨죠? 실은 말입니다, 근처의 화학약품 공장에서 약품 저장 탱크에 금이 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용접 작업이 끝났지만요. 스테이덤 씨가 보신 건 그 약품이 기화되어선 빗물과 섞여 빛을 내는 거였습니다. 형광 성분이 포함되어 있거든요.”
“거짓말 말아요, 그건 분명 비행접시였소!”
마빈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앨런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해를 못하시는군요. 부인 분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셔야죠, 직장 문제도 있고요.”
“미, 미국은 법치 국가야! 아무리 당신이 정부 사람이라고 해도 위협은 안 통해! 당신 소속이 어디야? 고소하겠어!”
“성명 마빈 스테이덤, 올해 31세. 부모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고, 시청에서 일하는 여동생이 있음. 어린 시절 도벽이 있어서 경찰서 소년과를 드나들었고, 고등학교 때는 교내에서 마약을 팔기도 했음. 지금의 아내와는 고등학교 졸업 파티에서 만났고, 그 만남을 계기로 성실히 살기 시작. 한국전쟁에 참전해 상병으로 제대. 제대 후 결혼. 하지만 아직도 가끔 옛 친구들이 곤란한 부탁을 함. 그 압박감으로 인해 최근 음주를 시작. 맞나요?”
앨런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검은 선글라스를 쓴, 그의 무표정하던 얼굴 위로 가면 같은 미소가 번져나갔다.
“분명히 말해두겠습니다, 스테이덤 씨가 어젯밤 보신 건 단순히 기화된 약품이 빛을 내는 거였습니다. 아시겠죠?”
아무 말도 없이 공포와 분노가 섞인 시선으로 자신을 쏘아보는 마빈을 바라보며 앨런은 생각했다. 미안하게 됐습니다만, 사실 그 불덩어리는 날아다니는 불꽃 형태의 흡혈귀이며 인류를 적대한다고 말할 수는 없거든요 저희도. 차라리 저희가 외계인을 추적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시는 쪽이 피차 좋습니다. 당신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불안해하는 동안, 저희는 우리들 틈에 숨어 있는 진짜로 끔찍한 괴물과 싸울 테니. 인류를 위해서.
로켓 과학자-
-제기랄, 언제까지야?
바닥에 놓인 무전기 너머에서 조나단의 욕설 섞인 외침과 함께 요란스런 총성이 들렸다.
“3분, 아니 1분이면 돼! 조금만 더 버텨 줘!”
제시카는 대답하며 이시안 라이트닝 건을 필사적으로 재조립했다. 이마의 상처에선 다시 피가 흘러나와 눈가로 스며들었고, 손 안에서 빛을 내면서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인 것처럼 경련하는- 자루가 달린 카메라처럼 생긴 기묘한 무기에선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옆에서 붕대를 두른 채 신음하던 매디슨 교수가 손수건을 꺼내 제시카의 이마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 주었다.
“고마워요, 교수님.”
“미안하군. 하필 지금 다리가 말썽이라니.”
“괜찮아요, 거기 드라이버 좀 집어 주세요. 아니, 마이너스 드라이버요!”
교수가 건네 준 드라이버를 한 손에 들고, 나사를 입에 문 채 제시카는 미간을 찌푸렸다. 분해된 이시안 라이트닝 건-이스의 위대한 종족이라고만 알려진 수수께끼의 외계인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이 무기의 내부 기관은 마치 해부된 생물체의 뱃속을 떠올리게 했다. 인간의 과학기술로 치자면 전기 배선에 해당할 것 같은 가느다란 섬유조직이 마치 근육처럼 뒤엉켜서 꿈틀대고 있었다. 엄청난 열기가 다시 한 번 뿜어져 나왔고, 제시카는 손가락에 화상으로 인한 물집이 생기는 걸 느끼며 고통에 찡그렸다. 장갑을 끼고 싶었지만, 그래선 정확하게 조립할 수 없다. 교수는 부상을 입은 몸으로 여기까지 우리를 안전히 데려 오기 위해 연속으로 마법을 써서 지친 상태였고, 지금 방 바깥에선 조나단과 앨런이 목숨을 걸고서 날아다니는 폴립을 상대하고 있었다. 자신도 무언가 해야만 했다. 제시카, 넌 이 일행에서 괴물들의 ‘과학’을 단편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멤버야. 두렵다고, 아프다고 해서 늘어져 있을 수는 없어. 다시 한 번 타는 듯한 고통이 밀려오는 걸 느끼며 제시카는 입에 물고 있던 나사를 쇳조각에 끼워 넣고서는 그걸로 두 토막 난 이시안 라이트닝 건을 이어 붙였다. 창백한 얼굴을 한 교수가 납땜기를 건넸다. “내가 잡고 있지.” “이거 엄청 뜨거운데요.” “젊은 아가씨가 혼자 부담을 지게 해서야 체면이 서질 않거든, 늙은이한테도 멋 부릴 기회 정도는 허락해 주게.” 교수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천조각을 손에 감고서 이시안 라이트닝 건을 붙잡았다. 제시카는 스프링 모양으로 휘감긴 납 조각을 쇳조각에 가져다 대고는 납땜기의 전원을 올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됐다! 제시카는 이시안 라이트닝 건을 들고 문을 열어 젖혔다. 복도에서 서로에게 등을 맡긴 채 양 쪽에서 다가오는 날아다니는 폴립들을 향해 총을 쏘고 있던 조나단과 앨런이 이쪽으로 흘낏 시선을 보냈다. 그 눈 속에 가득한 급박함과 초조함을 보며, 제시카는 힘껏 이시안 라이트닝 건을 그 쪽으로 집어던졌다.
랍비 선생-
“이 빌어먹을 것은 대체 뭐야?”
유리관 안에서 끝없이 꿈틀거리면서 스스로 뒤섞이는, 불길한 형광 녹색을 발하는 점액덩어리 같은 괴물을 보며 이바노프라는 이름의 그 소련 스파이는 경악에 찬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매디슨 교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탄식했다.
“바로 이곳에 있었군…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그는 시선을 돌렸다. “쇼거스라는 괴물일세. 아득히 먼 과거, 지구에 온 고도의 지성을 가진 외계 생명체… 우리는 그저 고대의 존재(Elder things)라고 부르는 종족이 창조한 노예들이지. 보는 대로 정해진 형체가 없고,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꿀 수 있어. 겉모습과는 달리 지능도 제법 높은 것 같고. 이놈들이 인간으로 변한 사례는 아직 없다는 게 정말 다행이야. 변신 능력에 한계가 있는 건지, 그저 아직 그 정도로 정밀하게 변하는 요령을 익히지 못한 건지…. 당신의 상관은 남극의 설원 밑에서 얼어붙은 채 발견된 이 쇼거스들을 조종하는 방법을 알아내, 우리와의 전쟁에서 무기로 쓰려고 했던 거지.”
“닥쳐!”
이바노프는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권총을 이쪽으로 겨누었고, 그걸 본 조나단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총을 맞겨누었다. 하지만 매디슨 교수는 침착하게 조나단을 제지하고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믿기 힘들 거라는 걸 이해하네. 하지만, 생각해 보게. 그 동굴에서의 일과, 연구실에 있던 보고서. 그리고 자네들이 받은 명령. 모든 게 하나로 이어지지 않나?”
그는 덜덜 떨면서 입술을 침으로 적셨다. 그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며 조나단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매디슨 교수는 조나단에게 눈짓했다. ‘여기선 내게 맡겨주게.’ 조나단은 총구를 내렸지만 손가락은 여전히 방아쇠에 걸린 상태였다.
“이바노프, 그 동굴에서 자네 부하들이 죽은 걸 생각해 보게. 적으로서 이런 말하긴 뭣하지만, 분명 애국심을 갖고 헌신해 온 뛰어난 인재들이었겠지 그들은. 하지만 이것들은, 인간이 감히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솔직히 말하겠네. 우리 상관도 말로는 순수한 연구 목적이라고 했지만 사실 쇼거스를 이용할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 나는 그렇게 의심하고 있어.”
그 말에 조나단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 매디슨 교수는 앞으로 한걸음 나서서 이바노프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최소한 같은 인간일세. 핵을 서로에게 겨눈 채 미워하고, 불신하고 있을망정 최소한 말은 통하고, 감정이 있고, 그 감정의 상당부분을 나눌 수 있지. 하지만 이것들은 아니야. 한 가지만 부탁하지, 여기선 우리와 협력하세. 이 더러운 것들을 전부 태워 없애는 거야. 그 뒤엔 자네를 놓아주겠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총구를 치웠다.
“…당신을 무슨 근거로 믿지? 아니, 믿는다고 쳐도 왜 굳이 손을 빌려달라는 거지? 그 정도는 당신들만으로도 할 수 있을 텐데.”
조나단이 짜증을 냈다.
“망할 이반 자식… …말해놓고 보니 이름이 진짜 이반이구만. 아, 못 믿으면 너 혼자서 어쩔 건데?”
매디슨 교수는 슬프게 웃어 보였다.
“모든 별들이 제 자리에 놓이기 전에, 시간의 여명 전부터 우주 저 편에서 도사리고 있는 것들이 돌아오기 전에, 이 작은 별이 우주의 한 줌 티끌이 되어 사라지기 전에, 내 늙은 몸이 마지막 숨을 다하기 전에… 인간은 서로 이해하고 도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싶네. 그 뿐이야.”
길어서 내림 - dc App
좋은 글이네. 안 읽었지만 - dc App
ㄴ예상을 좀 벗어나 봐...ㅠㅠ
정말재밌네요 ㅎㅎ
짧지 않아
확실히 재밌긴 한데 플레이북에 넣기엔 너무 길지 않음? AWE의 기계도사 정도로 짧은 건 무리더라도 저거 최소한 반토막은 내야 할듯. 아, 플레이북이 아니라 AWE나 던월처럼 룰북 앞에 몰아서 넣을거면 저거 그대로 넣어도 좋을듯.
ㄴ캐릭터 제작 챕터 앞 쪽에 몰아넣을 생각. 플레이북은 심플하게 만들고.
앨런 스미시 ㅋㅋㅋㅋㅋ 그리고 CoC 세계관에서는 딥-원은 총 앞에 개죽음이고 쇼고스 로드도 있지만 여긴 아닌가보군.
ㄴ원작 소설만 보자면 딥원한테 총이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는 불명확하잖아. 깊은 바다 속에서 사는데 수압을 버티려면 그만큼 몸이 튼튼하거나 아예 흐물흐물하거나 해야 될테고. 마찬가지로 쇼거스 로드도 원작에선 안 나오니까. 뭐 인간 변신 쇼거스 같은 걸 내보내고 싶으면 내보내는 거지... 쟤들은 아직 그런 놈들도 있다는 걸 모르는 거 뿐이고.
미군이 인스머스를 쓸어버렸으니 조직화된 인간의 폭력은 통할 게 확실하니까.
재미있게 잘 읽었음! 4명 캐릭터가 서로 은근히 얽히는게 재밌네 ㅎㅎㅎ 여기에 하드보일드 탐정이나 범죄자/하층민 출신 캐릭터, 예술가나 예인 타입 등이 추가되어도 재밌겠고 ㅎㅎㅎ - dc App
사소한 딴지라면 M1 개런드 소총은 탄창보다 클립이라고 부르는게 적당할 듯 함. 토미 건이나 그리스건 같은 기관단총이면 탄창도 어울릴 듯.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