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근래에 팀에서 크툴루의 부름TPRG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돌리고 있는 마스터다.
수요일 팀이기에 오늘도 크툴루의 부름을 돌렸다.
타이타닉을 배경으로 선내에서 크툴루 부활의 음모를 꾸미는 이교도를 막는 내용의 시나리오였다.
내 팀의 PL들은 모두 한 개성 하는 사람들이었기에 매번 기상천외한 컨셉의 캐릭터들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런 각계각층의 캐릭터들을 한데 엮기는 귀찮고 어렵다.
그래서 PL들이 생각해낸 것이 "TRPG를 하러 모였다고 하면 되지!" 였다.
물론 1912년에 RPG라는 개념이 있을 리가 없지만 나는 재미있을 것 같으면 다소의 무리도 허용해주는 성격의 마스터였고 플레이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몸을 비트는 것을 구경하는 것을 마스터링의 재미로 여기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크툴루 이전에 돌렸던 짧은 인디룰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제법 재미를 봤기에 다들 좋아하는 눈치였다.
자기 캐릭터와 플레이어간의 구분이 좀 불확실해진다는 점도 있었지만 다들 동의한 사항을 거부할 이유는 없으니 허락했다.
그렇게 PC들은 선상 TPRG캠프를 가기로 했다는 설정을 만들었고 마스터링을 맡을 NPC(나를 모티브로 한)를 껴서 여섯 명의 기묘한 항해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시나리오대로 PC들의 마스터를 맡은 NPC는 사건의 흑막에게 죽었고 PC들은 그의 끔찍하게 훼손된 시체를 목격하게 된다.
당연히 이성치판정을 하게 되었고 두 명의 실패자와 두 종류의 광기발작이 일어났다.
한 명은 주위의 누군가에게 2라운드간 폭력을 휘두르도록,
또 한 명은 어떠한 종류의 집착증을 가지도록.
그 또 한명은 잠시 생각하다가 현실도피를 위해 지금의 상황을 RPG로 인식하는 종류의 집착증을 얻는다는 선언을 하였다.
마스터의 시체는 마스터가 꾸민 시나리오의 요소였고 실시간, 현실에서 진행되는 라이브 액션 RPG로써 정교한 분장이라고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제법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다른이들도 웃어주었기에 그것을 허락했다.
직후, 그 PC는 다른 PC의 무차별 폭력의 대상이 되어 주머니칼과 주먹(크리티컬)을 맞고 중상피해를 동반한 빈사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제 회피판정이 잘 나오지 않았네요. 어우 5대미지라니 아프다 이거. 헉 대성공이야 최대 대미지네요. 어 저 체력이 0이네요. 눕습니다."
라는 RP와 함께.
우여곡절 끝에 그 PC는 배에 승선한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사망을 면했으나 문제의 그 편집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건강판정을 통해 의식을 되찾은 그가 한 말은 "의사선생님 의료판정 잘 좀 부탁드립니다"였고 그때까지는 다들 그것을 즐겼다.
원래는 하루이틀은 요양해야 할 상처이지만 인게임 시간으로 하루이틀만에 끝나는 시나리오였기에 모든 판정에 페널티 주사위를 주는 조건으로 행동을 허락했다.
그 PC는 조사, 소셜계 기술을 찍어놓은 캐릭터였기에 비슷한 역할을 하는 변호사 PC와 행동을 함께 하게 되었다.
변호사 PL은 처음에는 이렇게 정신병자도 나오고 해야 크툴루답다며 좋아했으나 어느샌가 그의 상태는 좋지 않아졌다.
미쳐버린 PC가 내뱉는 RP인지, 혹은 플레이어로서의 본심이 담긴 발언인지 모를 발언들에 변호사PL은 혼란스러워 하는듯 했다.
모든 대화가 "제 설득기술이 높으니 먼저 시도해 볼게요. 근접전 기술이 더 높으면 좋았을걸! 강행판정을 하면 되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같은 느낌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마스터의 방에서 수첩을 찾았는데요 지금 하고있는 씨털후의 부름 시나리오의 단서인거같아요. 아! 아니면 네타일지도 모르겠네요. 이거 부정 플레이를 하고 있는거 같아서 양심에 찔리네요. 보여줄수는 없겠어요. 아, 하지만 마스터가 주는 직접적인 단서일지도 모르고... 제게 설득판정을 하셔서 성공하시면 보여드릴게요."
이 말을 들은 후의 변호사PL은 자리를 일어섰다 앉았다 무언가를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말았다 하는 등 명백히 평상시의 상태가 아니게 된 듯 했다.
그 PL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내 머릿속에는 이 사람 분명 지금 이성치판정을 하고있다는 확신이 서기 시작했다.
세션 내의 캐릭터가 얻은 가상의 정신질환이 현실의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비정상을 너무나도 충실히 구현하는 상황에 대해 그는 플레이어의 사고가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상황이 그쯤 되자 나는 집착증을 얻은 PC가 이정도면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것 같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RP상으로는 이 캐릭터의 현재 이성치는 0인게 맞는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PL은 이에 동의했고 나는 직접 그 PC를 굴릴 자신이 없었기에 그 PL에게 이성치를 0으로 만들고 하던 그대로 플레이하라고 전했다.
또 다른 PC는 미쳐버린 PC를 제어하기 위해 RPG용어를 사용해가며 여러가지 일을 시키려고 노력했다.
이론상으로는 문제가 없는 행위였기에 그대로 진행되었고 그 PL은 이게 뭐하는 짓거리인지... 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또다른 PL의 PC는 잠시간은 조용하다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분노했다.
그 PC의 입장에서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죽었는데 슬퍼하기는 커녕 판정이 어떻고 단서가 어떻고를 논하고 있으니 미칠것 같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PC는 딱히 이성치판정을 요구받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PL은 자기 캐릭터의 상태와 감정의 괴리감을 느낀듯 했다.
그는 PC의 입장에서 분노의 RP를 하고는 스스로의 캐릭터에게 이성치판정을 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고 나는 그것을 승낙했다.
미쳐버린 PC의 PL은 그 캐릭터를 굴리면서도 자신의 캐릭터가 기묘한 영향력을 뿌리는 것을 감지했고 때때로 "루니플레이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그러나 그것의 시작은 스스로의 선언이었고 이미 시작해버린 PC의 정신병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흘러가 해당 PL은 그 PC의 정신병을 충실히 구현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다들 무언가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시점이 되었다.
마스터인 나는 진흙탕 전개 속에서도 꾸역꾸역 PC들에게 단서를 제공하고 이전에 준 단서를 상기시키고 주요 NPC들을 굴리고 있었고 PC들은 설정을 특이하게 했을 뿐 해당 설정과 상황에 충실한 RP를 하고 있었다.
PL들과 마스터의 의지를 벗어난 무언가가 이 테이블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여차저차하여 시나리오는 종막으로 흘러갔고 위대한 크툴루의 강림을 목격한 PC들의 반수는 이성을 잃고 북해바다에 뛰어들었으며 남은 PC들은 쇼고스와 딥원들을 상대하다 최후를 맞이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결과적으로 세션은 즐거웠고 말도안되고 기묘한 상황에 다들 웃어재낀 장면도 차고 넘쳤었다.
하지만 우스운 장면 이외에 나는 관조적인 시점에서 시나리오를 구경하는 입장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PC가 되어 시나리오를 직접 해쳐나가는 입장에서 PL들과 PC들이 공통적으로 보았던 어떤 것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이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
http://m.blog.naver.com/cognac10/20209092567
혹시 이런 걸 플레이한 거야?
ㄴ그 시나리오 맞음. 개인적으로 개수를 좀 하긴 했지만 - dc App
나 이거 알아, SCP 재단 설정 중에 이런 거 있어
어떻게 모였냐고하면 여관에서 만났다고하면 되는거지
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