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디 카페나 동호회 활동 같은 거 이제 안 하는데 여기 보니까 재밌는 얘기 많네. 좋은 얘기가 많아서 고맙습니다 _O_


번역이 맘에 안 든다거나, 디자인이 맘에 안 든다거나 하는 얘기는 항상 좋은 참고가 됨. 그걸 공격으로 여기지 않을 정도의 분별력은 갖췄음.


단지 그게 전부 반영 안 되는 이유는, 불만 없는 사람은 말을 하지 않아서 다수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 상충하는 불만도 많고. 그래서 우려가 일관적으로 많이 나온, 예를 들어 페이트 표지 같은 건 바로 바꿨지. (당시에 구르는 사람들 냐브님이 많이 도와줬음. 그분은 디자인을 아니까...) 근데 그러고 나서도 원래 표지가 나았다는 사람이 나오더라고. 그래도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으니까 바꾸길 잘한 건데.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자칫하면 독자 요청 듣다가 오히려 잘못될 수도 있다는 얘기임. 결국 어느 선에서든 들어온 의견의 타당성을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음.


하지만 단 한 사람이 불만이다! 해도 분명 검토는 하고, 몇 번씩 다시 생각해 본다고. 지혜->통찰 같은 것도 원래는 별 생각 없이 지혜로 했다가 PDF 본 독자가 그거 바꾸는 게 어떠냐고 해서 며칠을 고민했음. 당장 던전월드는 지혜로 했으니까 똑같이 하고 싶엇는데, 지적을 받고 조사를 해 보니까 Wisdom이라는 용어 자체가 영어권에서 이미 비판을 받고 있단 말이야. D&D도 5판쯤 오니까, 처음에 가이객스가 생각한 개념에서 용어는 같은데 의미가 너무 달라졌어. 그래도 한국에서는 지혜가 아무래도 확실히 굳어진 말이 아닌가? 해서 페이스북이랑 트위터에서 의견도 묻고 그랬잖아. 보니까 바꾸라는 말이 더 많고, 이치에 맞는 것 같아서 큰맘 먹고 그렇게 했음. 그 사람이 이메일 안 보냈으면 그냥 지혜가 됐을 것임. Charisma까지 매력 말고 딴 걸로 바꾸라는 의견도 있었고, 그것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애를 썼는데 더 나은 걸 못 찾았음.


근데 최종적으로... 책은 작가가 쓰고 (번역가가 번역하고) 편집자가 편집해서 내는 거임. 만드는 한 줌의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질 수 밖에 없지. 과장해서 말하면, 투표로 책을 만들 수는 없잖아. 평가는 자유고, 개인적으로도 환영임. 납득이 갈 만한 의견도 많이 들어오고, 실제로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음. 하지만 그걸 다 따를 수 없다는 점은 이해해 줬으면 좋겠음.


나는 출판사나 작가가 독자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독자가 책을 선택하는 거라고 생각함. 우리 스타일이 영 마음에 안 들고 능력이 영 눈에 차지 않는다면... 정말 아쉽지만 우리가 선택받지 못하는 거고, 우리 책이 선택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밖에...


물론 한국어 RPG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 독자가 어쩔 수 없이 마음에 안 드는 책을 집어들 수 밖에 없는 현실은 통감하고 있고, 항상 미안하게 여기고 있음. 그래서 능력과 사정이 되는 한 독자의 필요에 부합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러나 그 상황 자체가 갈수록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음. 벌써 딴 회사가 4갠가 생겼잖아! 한국 RPG의 미래는 밝다!  ^^//** 앞으로는 정말 까다로운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임.


한편 던전월드 편집이 너무 어지럽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거 곧 재쇄 들어감. 여기서 나온 얘기가 상당히 그럴듯해서 좀 고쳐서 낼 생각임. 이런 의견도 매우 감사...


그리고 덧글에서 나온 오해 딱 하나만 짚으면:


겁스 하나도 안 싸다. 지금 우리가 내는 것 중에서 로열티 %가 제일 높음. 앞으로 계획된 것들까지 쳐도 제일 높음. 계약금도 제일 많이 줬음 (당시는 RPG 자체가 몸값이 높았거든). 그래봤자 번역 라이선스 %라는 게 거기서 거기지만. 재미있는 건, "겁스가 싸니까 낸다"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이 우리랑 스티브 잭슨 밖에 없음. 내가 어디 가서 야 우리 스티브 잭슨네 몇% 줌 계약금 얼마 냈음 이런 얘길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니까. 어느 닌자가 우리집에 몰래 와서 계약서와 장부를 보고 사라진 게 아닌 한, 초여명의 사업적인 측면에 관한 얘기는 안 믿는 게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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