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이런 류의 글엔 오류나 잘못된 추측이 들어있을 수 있다. 그러니 적당히 걸러 가며 들어라. 잘못된 점을 지적해주면 더 좋고.


 1. 뭐하는 새끼들인가? : 이놈들은 이 우주엔 하나의 통일된, 완전한 진리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 진리를 온전히 밝혀내고 그것에 따라 사는 것이 이 놈들의 궁극적 목표다. 그런데 이 진리는 완전히 깨닫기 힘들고 그 일부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머가리를 맞대고 전전긍긍하다보면 그 조각들을 모아서 온전한 진리를 얻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일단 불완전한 진리라도 진리는 진리니까, 일단 지금까지 알아낸 진리라도 힘껏 지키려고 한다. 즉 이놈들의 주요 화두는 이거다. '무엇이 옳은가?' 이렇게 간단히 줄여 말하면 별 거 없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이 질문 하나에 답하려고 수많은 종교와 철학 사상이 생겨났고 각 종교나 사상만 해도 그 안에 수많은 학자들과 저서들이 존재한다. 아카식 브라더후드는 이런 다양한 종교와 철학을 연구하고 따르는 이들이 서로 모인 집단이다. 불교, 기독교, 서양 철학, 제자백가, 이 모두가 조금씩 옳은 진리를 포함하고 있다면, 이 진리의 조각들을 한데 모아 보면 궁극적인 진리가 드러날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종파와 사상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치열하게 자신과 남에게 질문하고, 논쟁하고, 자신과 타인의 지식과 사상을 비교 검증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베이스로 삼는 유가나 도가 같은 사상의 한계를 파악하고 고치려 시도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종교나 사상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혼합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일련의 작업들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고, 이런 작업들을 통해 당장 알아낸 진리들을 따르고 행하는 것 또한 그만큼이나 어렵다.


 2. 이 새끼들은 죄다 쿵푸 마스터라는 소리가 있던데 사실인가? : 전부 그렇지는 않지만, 짬을 오래 먹은 아카식일수록 무술'도' 익혔을 가능성이, 그것도 거의 무협지 수준의 초절 고수 레벨로 익혔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서로 다른 다양한 사상을 가진 이들의 집합체이지만 몇 가지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이념을 지닌다. 그 중 하나는 위의 1번에서 설명했고, 다른 하나는 '정신과 신체의 조화'다. 완전한 진리를 얻기 위해선 완전한 정신을 이룩해야 하고, 완전한 정신을 이룩하려면 완전한 신체를 갖추어야 한다는 게 이놈들이 종파와 사상을 초월해 공유하는 하나의 이념이다. 단 이 완전한 신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 및 수단은 각자 다를 수 있다. 어떤 놈들은 절권도와 브라질리언 유술 수련을 통해 이런 목적을 달성하려 할 수도 있고, 어떤 놈들은 요가와 참선, 어떤 놈들은 스포츠와 사격술, 궁술 수련을 통해 성취하고자 할 수도 있다. 그래도 결국 이런 수련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이것저것 다 깊이 해보게 되니까, 결국 거의 올마스터에 가까워질 것이다. 개중에는 필라테스나 스포츠, 현대 의학처럼 현대인의 관점에서 상식적인 것들도 있겠지만, 신비주의적 요소를 보존한 전통 무술이나 요가, 전통 의힉이나 연단술, 유사 의학처럼 구라 같이 보이는 것들도 있다. 그런데 원래 메이지 세계관 자체가 믿음이 곧 현실이 되는 세계 아닌가? 그러니까 일단 남들이 해봣고 된다는 건 다 해보는 거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깊게 배우다 보면 진짜 장풍도 쏘고 금강불괴도 쓰기도 하고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


 3. 그래서 이 새끼들로 대체 뭘 하라는 건가? : 이놈들로 어떤 이야기,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가를 말하려면, 먼저 그 전에 이놈들의 딜레마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놈들의 딜레마는 이거다. 진리를 추구하고 따르지만, 이들도 자신들이 믿는 진리가 불완전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면서도, 내가 하는 게, 내가 믿는 게 진짜로 옳은 건지 항상 고민하고, 결과적으로 자기 회의에 시달리게 될 확률이 높다. 예전에 카잣이란 양반이 쓴 예시를 들자면, 백발 노인이 될 때까지 진리를 추구하고, 그래서 어느 정도 성취도 이루고, 제자들도 생기고 다른 아카식들이 대접도 해주는 지위까지 올라갓는데, 오랜 연구와 공부, 사색과 명상의 끝에 결국 자신이 그 동안 밝혀내고 믿고 행해온 진리라는 것들이 전부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차라리 그래서 새로운 진리라도 깨닫게 된 거면, 사실 그렇다 해도 존나 허탈감 들고 그동안 잘못된 믿음에 근거해 정의인줄 알고 저지른 잘못들로 인한 죄책감 때문에 미칠 것 같겟지만.. 그래도 차라리 다행일텐데, 그런 것도 없고 그냥 자기가 믿은 게 다 틀렸다는 결론만 얻게 된다면? 존나 멘붕할 것이다. 그냥 멘붕 수준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우주에서 지워버리고 싶어질 정도의 충격일 거다. 그리고 아카식처럼 1번 같은 이념 하에 끊임없이 자기 성찰과 탐구를 거듭하는 놈들은 이런 좆같은 일을 당할 위험성이 매애애애우 높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아카식 캐릭터가 펼칠 수 있는 드라마의 핵심이 자리한다.


 이런 딜레마를 다루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이미 봣거나 혹은 아직 못 봣을 수많은 작품들에서 시도되어왔고 지금도 시도되고 있지만, 가장 가까운 예시 하나를 들자면 히어로들의 윤리적 고뇌를 다룬 미국 코믹스와 그 영화들이 있다. 옳은 일을 행하려 하지만 이게 진짜로 옳은 일인가 항상 고민하고, 실제로도 자신이 한 일이 꼭 옳은 일만은 아니거나, 혹은 아주 제대로 잘못된 일이라는 게 밝혀져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초인들의 이야기 말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윤리적 딜레마를 다루는 초인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원래 메이지 플레이 자체가 좆같이 어렵긴 하지만 아카식 브라더후드는 그 중에서도 수준급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가령 유학자 아카식 브라더후드를 플레이한다고 하자. 이 자는 신체 단련을 위해 궁술과 참선 수련에 힘써, 영화 '어벤저스'에 나오는 호크 아이 수준의 궁술을 구사하게 된 초인이면서 동시에 유학 공부에 매진하는 한편 다른 여러 사상들도 공부하면서 유학이 나아갈 방향을 파악하고 싶어하는 유학자이기도 하다. 자신이 배우고 깨달은 유가적 가르침에 근거해 옳은 바를 항상 행하려 하며, 이 때문에 필요하다면 자신이 체득한 초인적 궁술을 활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개 메이지 하려고 드는 놈들은 어느 정도 슈-퍼 내츄럴한 액션이 포함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기어 들어온 경우가 많을 테니까, 아마 이런 스또리가 크로니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자, 그런데 그냥 닥치고 활만 쏘고 지랄하다 얼렁뚱땅 이야기를 끝낼 수도 있겠지만, 그냥 그것만 할 거면 메이지 말고 딴 거 헀겠지. 결국 제대로 된 아카식의 드라마를 연출하려면 1) 이 캐릭터가 무엇을 옳다고 믿는지 알아야 하고 2) 이 캐릭터가 믿는 진리가 지닌 한계를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위에서 말한 드라마를 할 수 있을테니. 근데 그 얘기는 자기가 최소한 유학이 대충 뭐고 그 한계가 뭔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유학에 대한 기반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보통 그 정도 수준이 된다는 건 해당 학문 전공자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얘기고. 게다가 거기서 끝이 아니라, 그 사상에 기반해 벌어질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와 고뇌 중에서도 다른 참가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따로 골라내서 선택해야 한다. 은사 받겟다고 40일 금식하다 굶어 죽은 사람 이야기는 교인들에겐 눈물을 자아낼지 몰라도 비신자들에게는 비웃음 거리지만, 빈민들을 위해 신의 가르침 대로 인생을 바치며 헌신한 신부의 이야기는 비신자들에게도 눈물을 자아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보통 이 단계에서 수많은 게이머들은 씨팔 안 하고 말지를 외치며 룰북을 내던지고 와우를 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