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링크: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4393&page=1


다루비엘이 그의 오두막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즈음 에레라스는 이안티르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이안티르는 에레라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급박한 추격전과 전투들에 의해서 알 수 없었던 (대략적인 배경 설정만 있었던) 에레라스라는 캐릭터의 개성이 조각처럼 다듬어졌다.


A는 놀랍게도 빠르게, 이안티르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개성을 나에게 각인시켰다. 난 A의 이러한 생각에 날개를 달아주게 위해 (이전에 말했듯이) 무뚝뚝한 경비병이 아닌 부드럽고 젊은 군인을 연기했고, 이는 둘의 대화를 더욱 유연하게 진행되게 하였다.


이는 NPC로써의 이안티르만이 아니라, 마스터로써의 나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안티르가 터뜨린 웃음을 냉소적으로 비웃으며 시작된 그 대화는, 그녀가 무엇을 싫어하며,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지에까지 자연스럽게 도달하였다.

많은 플레이어들은 어색한 자기소개로 첫 세션의 시간을 할애하는 대신 캐릭터 시트에 적힌 PC의 과거, 배경을 마스터에게 전달하며 간략한 "자기소개"를 마친다.

하지만 잘 짜인 초반의 전투/비전투 인카운터들로 캠페인의 분위기가 익숙해졌을 때, (첫 클라이맥스인 스타웃암의 죽음을 에레라스가 넘고 오두막에서 긴장감이 다시 낮아졌을 때처럼) 바로 그 때 플레이어들이 마스터가 만든 그 세계 안에서의 새로운, 더 다듬어진 개성을 형성하여 마음속에 생각해두고 있음을 생각보다 많은 마스터들이 눈치채지 못한다.


또한 이 캠페인 이후로 난 전투를 비롤플레이 행동으로 나누는 사고방식을 난 내 자신에게 금지한다. 이 때 확실해진 생각이지만, 난 전투와 비전투 행동들 전부 성공적 롤플레이라는 목표를 지향하는 범주안에 놓여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투에서 능동적으로 지휘를 하는 PC와, 그 지휘를 따르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PC는 분명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 특별하게 다뤄져야한다고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다.

최소한 D&D에서는, 전투를 통해 무엇에 강하고 무엇을 하면 더욱 좋은 결과를 낳는지 플레이어들은 사고하며 자신들의 PC에게 떠오른 더 성공적인 결과를 일궈낼 아이디어들을 실현시킨다. 당신의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Thief가 뒤에서 드로우의 목을 단검으로 베고, Fighter가 있는 힘을 다해 부서지려는 문을 몸으로 막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단순한 행위 그 이상이다. 이것 또한 개성을 표현하는, 훌륭한 롤플레이이다. 역할 연기 게임임을 명심해야한다. 


첫 세션에서 스타웃암과 에레라스는 도시 외곽으로 향하면서 짧지만 많은 전투를 겪었다. 좁은 골목이나 건물들 사이로 들어가면서 적들과 마주쳤을 때는, 스타웃암이 건물 안으로 도망가고 에레라스는 건물 외벽에 숨었으며, 적들 한 명씩 건물 안으로 향할 때 에레라스는 창문을 통해 들어가 이들의 등뒤에 칼을 꽂았다. 이와 같은 전략을 스타웃암에게 제안한 것은 A의 캐릭터 에레라스 페거슨이었다.

에레라스는 이렇게 영리하고 잔혹하면서도 주체적인 캐릭터였으며, 나 역시 플레이 도중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안티르를 본 순간, A는 에레라스의 개성적인 이런 성격을 나에게 표현할 방법으로 그를 붙잡고 대화를 하는 것을 택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말들이 오갔었는지는 우습게도 자세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하나 확실하게 기억하는 것은, 에레라스가 침대 옆 탁자 위에 올려진 빵을 보더니 반을 나눠 이안티르에게 건넸고, 자신의 빵을 먹은 댓가로 지저분한 이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안티르는 다루비엘이 오기 전까지만 기다리라고 했지만, 에레라스는 고개를 저었고, 그러자 이안티르는 Pelor가 지켜보고 있으므로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그녀는 이 때, 다시 깨어난 후로 처음 소리내어 웃었다.


다시 그 당시 기억을 더듬은 바로는, 이 직후 다루비엘이 돌아와 에레라스에게 이제 진정이 되었냐고 물은 뒤, Minor Creation 주문으로 작은 빗을 만들어 수염을 손질했다. 

다루비엘은 잠시 에레라스와 이안티르를 쳐다본 뒤, 잠시 에레라스가 혼자 있도록 방문을 열고 나가면서, 원한다면 산책을 나가도 된다고 말한다.

에레라스는 피곤하니 산책은 하지 않겠다고 퉁명스럽게 대답했고, 다루비엘은 미소 지으며 모든게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하며 문을 닫았다.

이안티르는 살짝 당황했으나, 곧 다루비엘을 따라 밖으로 나가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 날, 다루비엘과 이안티르, 에레라스는 오두막 밖으로 나와 걸었다. 이안티르와 같이 있던 경비병은 홀로 남아 오두막을 지켰다.

에레라스는 울창한 나무들에 가려 바다는 보이지 않았지만, 바다 냄새와 파도 소리로 보아 그림자 해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했다.

하늘은 우울한 구름들에 가려져 있었으며, 벌레들이 우는 소리만이 에레라스의 마음을 약간이나마 편안하게 했다.


일행은 약 400m 정도 걷다가 다루비엘을 따라 한 나뭇토막들로 이루어진 계단을 따라 내려갔고, 자갈투성이의 작은 모래밭과 바다가 보였다. 

다루비엘은 이곳이 그림자 해안의 남부 끝자락이며, 애쉬번과는 걸어서 약 5일 정도 거리에 떨어져있다고 말했다. 에레라스는 자신이 5일 동안이나 쓰러져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이를 드러내지 않기로 하고, 언제 애쉬번으로 돌아갈 수 있냐고 물었다.

이안티르는 사태가 진정되고 도시의 복구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때라고 대답했지만, 다루비엘은 역병을 멈출 수 있는 장치를 찾아내면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에레라스는 그 역병을 멈출 수 있는 장치가 어딨냐고 되물었고, 다루비엘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언더다크. 그것은 언더다크에 있어. 그는 발걸음을 틀어 오두막으로 향했고, 일행은 그를 따라갔다.


다시 오두막으로 걸어가던 도중, 맨 앞에 걷고 있던 에레라스의 바로 앞에 투박한 창이 날아와 박혔다. 놀들이 나무에서 밧줄을 타고 뛰어나와 그들 앞으로 걸어왔다.

다루비엘은 태연한 표정으로 한쪽 눈이 없는 놀을 쳐다보며 말했다. "공용어를 알아듣는다면, 나머지 눈짝마저 그 꼴로 만들기 전에 비키는게 좋을 꺼야"

놀은 끓는 듯한 웃음소리를 내며 짐승의 으르렁거림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롤쓰의 말라깽이들이 두려워 도망친 계집을 내놓는다면 놀들의 언어를 가르쳐주겠다"

"고맙지만 별로 관심이 없어 미안하군," 다루비엘은 놀을 비아냥거리며 Illusionary Wall을 사용해 거대한 벽을 소환했다.


화들짝 놀란 놀들은 당황하여 뒷걸음질을 쳤고, 일행은 오두막집을 향해 달려갔다. 이안티르는 Pelor에게 바치는 기도문을 중얼거리면서 마음이 조급해짐을 느꼈다.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