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PC가 유행하지? 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이 정치적 올바름은 가끔 나를 굉장히 불편하게 해. 물론 나는 PC함이 분명 필요한 개념이라고 봐. 무의식적인 비하 발언, 인종 차별, 성별 차별 같은 개념은 없어져야 마땅할 개념이겠지. 그런데, 이 PC함이 언제부터인가 지나치게 힘을 휘두르는 느낌이 들어. 마치 이런 PC함을 항상 마음 속에 가지고 있지 않으면 진화가 덜 된, 미개한 인간 취급을 받는 느낌이야. 단적인 예로 동성애가 있겠지. 나는 동성애를 싫어하지 않아.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들이 플라토닉한 관계를 갖든 육체적 관계를 갖든 그것은 그들의 자유야. 내가 무슨 신도 아닌데, 그들 스스로가 가지는 감정에 대해서 내가 뭐라고 할 수 있겠어? 물론, 나는 내 주변의 동성애자들과 대화를 나눌 때는 그들에게 불편할 만한 화제를 꺼내지 않도록 조심하고, 그들이 가진 불안과 사회적 핍박에서 비롯된 트라우마를 자극할 만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고 있어.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는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말이야.


 하지만 놀랍게도, 나는 동성애를 이해하지 않아. 아니,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게 정확하겠지. 나는 단지 내 동성애자인 친구들을 나와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고, 그들 존재를 오롯이 인정하는데 그칠 뿐이지, 그들이 가진 동성애라는 성벽을 이해할 수 없었어. 마치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떠드는 외국인을, 단순히 그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들을 짐승 이하의 동물로 취급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야. 그들의 언어 세계가 있겠거니, 하고 그저 이해하려 애쓸 뿐이잖아. 생각해봐. 내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의 감정을 내가 정말로 이해할 수 있겠어? 그저 이해하려 애쓸 뿐이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저 그렇게 남겨두어야지. 그들은 동성애자이기 이전에 인간이잖아. 솔직히 나는 내 동성애자 친구들이 갖는 마이너한 성애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그 친구들과 다음에 돌릴 오버워치 승급전에서 이기길 바랄뿐이야.


 이 동성애에 대한 내 입장을 요약해보자면 나에게 있어 동성애자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존재하지만, 그건 내게 중요한 것은 아니란거야. 그걸 굳이 이해하려 들지 않고, 그저 인정하려 할 뿐이지.


 이런 입장을 또 다른, 매우 PC한 친구에게 했더니 그 친구가 내게 보내던 경멸의 시선은 아직도 잊을 수 없어. 어떻게 동성애에 대해 아직도 그런 차별적 시선을 견지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며 말이야. 나는 내 입장을 천천히 다시 한 번 설명하려 애썼지만, 그 친구가 내게 품는 혐오의 시선은 바뀌지 않았어. 그러니까, PC함의 관점에서는 그러한 일말의 의문도 인간 지성(?)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거지. 그 친구가 말하길, 인간의 본능은 극복해야 할 것이며 인간은 본능을 극복함으로써 더욱 발전해나간다는 거야.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 본능의 힘을 믿는 미개한 인간이라 그런지 잘 와닿지가 않더라고. 나는 본능적으로 꺼림칙하게 느껴지는 것은 꺼림칙한 것이라 생각하거든. 그리고 그런 소모적인 논쟁을 느끼고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그 친구가 오히려 내게 PC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동성애는 분명 소수자(비하가 아니라, 사회 전체적 비율로 따져 보았을 때)가 갖는 성적 취향이고, 좋든 싫든 다수파에 속해 있는 내가 그런 소수 취향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PC함의 측면에서는 그런 의문조차도 극복되지 못한 미개함으로 받아들여진다니, 허탈할 뿐이었어. PC함이란 결국 타인의 사상을 통제하려 드는 또다른 폭력과 억압이 아닌가 하고 말이야.


 TR판에도 그런 PC함이 존재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 동성애자 PC에게 플레이 중 가해진 성적 모욕이 PC간 분쟁을 넘어 플레이어간 분쟁으로 번진다든가, 페미니즘(이 부분은 늘 조심스럽다. 언제부턴가 페미니즘이란 단어가 과도한 폭력성을 불러일으키게 되더라고.) 사상이 가미된 PC가 플레이에 사용되는 것에 내심 불만을 가지는 플레이어도 있을거야. 나는, 늘 그렇듯이 본능을 따르지만 그 본능이 남에게 불편할 것 같으면 숨기는 사람이야. 그렇지만 내게 그런 PC함을 강요하는 플레이어와는 꽤 많이 싸웠어. 앞서 언급한 동성애자 PC에 대한 성적 모욕이 내가 저지른 일이거든. 물론 실제로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닌데, 내 PC가 샷건을 든 레드넥 성향의 중년의 꼴마초였거든. PC의 컨셉상 충실히 RP했을 뿐인데, 그 동성애자 PC의 플레이어가 테이블을 뒤엎더라고. 그 플레이어가 동성애 옹호자이든 혐오자이든 내 알 바 아니었는데도 말이야. 그리고 그렇게 판이 엎어진 후에도 그 플레이어와 몇 차례 더 플레이를 했고, 결국은 서로 다른 팀을 잡아서 나갔어. 안타까운 일이야. 그런 PC 논쟁이 터지기 전에는 같이 꽤 잘 놀았었거든. 그 사람에게 나는 아마 매우 언PC한 미개한 인간으로 남아있겠지.


 턀갤럼들은 어떨까. 그저 푸념해봤어. 좀 전에 동성애자 친구랑 싸웠거든...개새끼가 로드호그 잡고 갈고리 한 번을 못 맞춰요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