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은 포트레이트로 쓰려다가 결국 안 쓴 사무스 아란

스윗워터의 사제는 권위의 상징으로 코트나 점퍼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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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외부인은 들어올 수 없어. 좀 복잡한 내부사정이 생겨서..."

스윗워터의 보초 아마카는 애슐리에게 말했습니다. 초소 내에 있는 고참 틸더만을 흘끔흘끔 쳐다보며, 그녀는 미안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입니다.

"으음... 어쩔 수 없지..."

애슐리는 그렇게 말하곤 어깨를 으쓱합니다. 환대를 해줄 수 없다면 배웅이라도 해줄 수 없냐 물었고, 틸더만은 귀찮다는 듯이 아마카를 그녀와 함께 보내는군요.

초소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자, 애슐리는 아마카에게 슬쩍 말을 겁니다.

"그런데... 그 내부사정이 뭔지 궁금한데 말야..."

애슐리가 아마카를 구워 삶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스튜디오에 있는 영화와 그녀가 진행하는 라디오 출연 등을 이야기하고 있었죠. 마침 아마카는 애슐리의 광팬이었고, 그녀가 감격해 눈물을 흘리는 순간...

...그 눈물은 고통의 눈물로 뒤바뀌었습니다.

그녀의 장갑판이 지켜주지 못하는 겨드랑이 안으로 화살이 날아들었고, 아마카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쓰러졌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살려둬라!"

익숙한 목소리. 애슐리는 쓰러지는 아마카의 어깨끈 달린 소총을 낚아채곤 바위 뒤로 몸을 날렸지요. 셔츠 안 홀스터의 권총을 꺼낼 시간 따윈 없었습니다. 빠르게 피했지만, 화살 하나가 발목을 꿰뚫습니다. 애슐리는 고통을 삼키며 주위를 살폈고, 아래로 개울이 흐르는 절벽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요, 저들이 그녀를 살리려건 죽이려건, 더이상 뭐든 맞지 않으려면 저기로 뛰쳐드는 수 밖에 없었죠.



"니콜루, 너무 깜깜하네요. 어서 전력이 복구되어야 할텐데."

스윗워터의 감옥 철창 안에는 레오나가 있었습니다. 스윗워터의 사제인 그녀에겐 간수도 그저 한 명의 신도일 뿐이었습니다.

"불편하시겠지만, 레오나님, 기술자가 말하길 중앙 발전기가 완전히 망가졌다 합니다. 새로 부품을 구하기 전까진 손댈 수 없다더군요."

"스윗워터엔 언제나 바깥손님이 많았죠. 니콜루도 그 중 하나였고. 지금은 그런 분들을 뵈기 힘들겠죠?"

"위원회에선... 소란이 안정되기 전까진 문을 폐쇄한다더군요. 아마 그 사이에 새롭게 들른 이들은 없을 겁니다."

"전력이 없잖아요, 니콜루?"

"제 동료들이 보초를 섭니다."

그 순간, 바깥에서 비명소리가 납니다.

"니콜루, 당신도 들었죠?"

뛰쳐나가며, 니콜루는 수감자에게 들은 말 때문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려 애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가 밖으로 나가자 레오나는 전부터 자신이 쓰던, 자신과 함께 이 철창 안으로 들어온 금속 식판을 지랫대로 이용해 철창의 문을 비틀었지요. 식판은 오늘날의 기술로는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지만 문 사이로 그녀가 지나갈 수 있는 크기의 구멍이 생겼고, 그녀는 바깥으로 나옵니다.

"미안해요, 선조님들. 유산을 망가뜨렸네요."

그리고, 레오나는 니콜루가 나갔던 길로 천천히 뒤따라 나갑니다.



애슐리는 개울가에 누워 있었습니다. 아래에는 요가 깔려있었고, 발목에는 응급처치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이 모두를 알아채자, 누군가의 등이 보입니다. 그는 불을 피우고 생선을 굽고 있었습니다.

"흠흠... 안녕하세요, 생존자 여러분. 오늘도 편안한 생존 되고 계십니까?"

"..."

"..."

그는 고개를 돌려 애슐리를 봅니다. 적막.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태가 괜찮나보군."

다시 생선을 굽는데 집중하는군요.

"그... 문이 닫혀 있더라구요... 내부사정이라던가...?"

"스윗워터?"

"네..."

"그다지 전통적이지 않은 하산법이로군. 저들이 던져준건가?"

"엄, 그것보다 험한 꼴을 당할 뻔 하긴 했죠... 가장 안전한 수단을 택했습니다..."

"그럴 때가 있지. 같이 들겠나?"

보통 사람들은 함께 밥을 먹으면 대화를 하지 않을까요. 이 남자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나 봅니다. 하지만 애슐리는 보통 사람이었고, 그에게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저기... 성함이...?"

"닐."

"닐... 스윗워터에 쿠데타가 벌어진게 맞나요...?"

닐은 고개를 끄덕이고, 먹던 생선을 마저 먹습니다.

"음... 혹시 그 앞까지 데려다 주실 수 있나요...? 값은 치룰테니..."

애슐리는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냈습니다. 봉지에 든 카드세트군요.

"응급처치를 해주신 값까지 해서 말이죠..."

닐은 그게 뭔지 정확히는 모르는 것 같지만, 대강 가치는 있어 보여 받는 듯 합니다.

"난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리란 낌새가 보이자마자 가장 처음으로 발길을 돌렸네. 오래 살고 싶다면, 안정될 때까지 멀리 떨어져 있는게 낫지 않겠나?"

"그렇다고 입을 다물 순 없죠... 전 소식통이라구요... 라디오로 이 사실을 알려야해요... 더 정확히..."

"개인적인 사명이로군. 하지만 그 난리통에 기어들어가 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는걸. 그저 스윗워터가 더는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방송을 하면 되지 않나."

"그 정도로 멈출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거 아시나요...? 방금 폭포로 몸을 던질 때, 전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어요... 그리고 주인공은 여기서 멈추지 않겠죠..."

"그리고?"

"마침내 진실을 밝혀... 그걸 방송으로 내보내겠죠..."

닐은 애슐리를 부축해가며 위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밖으로 나오던 레오나는 보초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베드위였죠.

"베드위? 이럴수가... 부디 천국에 가길."

레오나는 베드위의 눈을 감겨주고, 그의 손에서 굴러 떨어진 경비용 손전등을 발견했습니다. 그걸로 어두운 복도를 비추며 걷다가 전력이 없어 활짝 열린 문으로 오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죠. 애슐리와 닐이었습니다.

"닐? 애슐리?"

"레오나? 무사했군요."

"레오나님이시군요... 차림이 평소보단 가벼우시네요..."

"평소에 입던 것보다 가볍긴 하죠. 그보다 닐. 닐은 바깥에 있어서 휘말리지 않은 거군요?"

"예, 뭐. 흠."

"애슐리는 이런 위험한 때에 찾아오다니."

"아하하...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위험하다는 걸 알리러 찾아왔습니다..."

"고마워요. 애슐리는 분명 라디오로도 얘기했겠죠? 보다시피 들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말이에요."

"그랬겠네요..."

이들은 서로 알고 있는 사실과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레오나는 시장 관리인인 게이브의 쿠데타로 감옥에 갇혔었고, 소란이 일어나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했지요. 애슐리가 가져온 정보는, 과거 레오나의 손에 쫓겨나게 된 광신도인 디노가 자신의 무리를 모아 다시 스윗워터로 돌아오려 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디노라는 이름이 나오자, 닐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 저는 다시 떠나야겠습니다. 사정이 있어서."

"닐? 말 못할 이유가 있나요? 그렇담 막지 않겠어요. 스윗워터가 다시 안전해지면 돌아오길 바래요."

닐은 떠나고, 레오나와 애슐리만이 남았습니다.

"게이브가 쿠데타의 주범이라구요?"

"그래요. 스윗워터가 이렇게 커지게 된 건 게이브가 이끄는 상회의 활약이 컸죠. 하지만 이렇게 신앙에 얽메여 있으면 더는 커질 수 없다며 일을 벌이게 됐어요."

"그리고 디노도 돌아왔고요."

"디노는 너무 과도하게, 폭력까지 동원해 굽어 살피는 분의 눈에 들려 했어요. 그래서 내가 쫓아냈죠."

"문이 이렇게 뚫린 것도, 간수들이 사라진 것도 모두 디노를 따르는 광신도들이 게이브의 상회 경호원들을 공격했기 때문일거에요. 뭐, 사실 스윗워터의 모든 주민을 원수로 생각하는 녀석들이긴 하죠. 게이브는 어디 있을까요?"

"그는 항상 시장에 있었죠. 스윗워터 내에서도 크게 싸울 곳은 그 곳 뿐이에요."

그래서, 둘은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시장에는 시체가 가득합니다. 경호원들과 광신도들이 서로 싸우다 쓰러졌죠. 서로 교전을 계속하다 분수 광장을 중심으로 양측은 전선을 형성했습니다. 레오나와 애슐리는 전선보다 먼 곳에 숨어있는 간수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니콜루. 그리고 경호원들 쪽으로는, 학교에 민간인들이 숨어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레오나는 니콜루에게, 애슐리는 민간인들에게 가보기로 했지요.



"레오나님? 대체 어떻게 빠져 나오신 겁니까?"

"기적이었죠, 니콜루."

니콜루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고 레오나를 다시 바라봅니다.

"분명 굽어 살피시는 분이 레오나님을 보내신게 틀림없군요. 레오나님, 전 상회의 상인이었을 뿐입니다. 부디 저를 좀 도와주십쇼."

"니콜루, 당연하죠. 저는 니콜루를 돕기 위해 온건데요."

"저기, 제 아내와 아들이 있습니다. 디노와 그 흉악하고 잔인무도한 광신도들이 들이닥쳤을 때 안전한 곳으로 피하지 못한 것 같아요. 지금은 양 쪽이 서로 공격하는 걸 멈춘 상태지만, 누구라도 트인 곳에 나가면 벌집이 되어 죽을 겁니다. 제 가족이 저런 위협 속에 떨고 있는 걸 보면 장이 모조리 토막나는 기분입니다! 저를... 도와주셔야 합니다!"

"니콜루는 바깥 손님이었죠? 하지만 니콜루는 여기서 사랑을 찾았고, 이젠 이곳의 사람이 되었어요. 저들은 처음부터 이곳의 사람이었지만, 밖으로 나가 우리에게 총칼을 겨누게 되었죠. 꼭 아프루바와 에벤을 구할 수 있도록 돕겠어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레오나님. 제게 계획이 있습니다. 총을 다룰 수 있으십니까?"

"삼촌과 게이브가 제게 가르쳐줬죠. 지금은 둘 다 제 곁에 없지만..."

"받으십쇼. 상회의 용병은 저를 알아볼 것입니다. 제가 달려갈 때, 저를 엄호해주십시오. 분명 제 가족들을 구할 틈이 생길 것입니다."



애슐리가 경호원들이 있는 곳의 뒤쪽을 멀리 빙 돌아갔습니다. 골목을 도는 순간, 보초와 맞닥뜨렸지요. 그녀는 순식간에 붙잡혀, 상회들의 임시 기지로 쓰이고 있으며 또한 민간인들이 대피해있는 학교로 끌려갔습니다. 학교 내부의 분위기는 어수선했습니다. 부상자들이 매우 많았고, 그 중에는 중상을 입어 누워있는 게이브도 있었죠. 스윗워터의 안내자였던 리즈가 임시로 상회의 지휘를 맡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죠? 낯선 얼굴인데."

"목소리는 익숙할지 몰라요... 흠, 안녕하세요."

"애슐리! 정말 뜻밖의 상황에 뜻밖의 인물을 만나게 되는군! 하지만, 여긴 어쩐 일입니까?"

"전 그저 여기 한 가지 상황을 전하러 왔습니다."

애슐리는 말을 늘리지 않고, 평소 라디오 방송에서 하던 대로 또박또박, 크게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민간인들과 경호원들이 그녀를 다들 쳐다보기 시작하는군요.

"레오나님이 밖에서 혼자 싸우고 계십니다. 자신을 가두었던 간수를 위해서요. 그리고 그녀는 그 다음 여러분을 돕기 위해 올 것입니다. 이 싸움이 무엇을 위해서였습니까? 물을 위해서? 상인들을 위해서? 그 다툼이 무엇을 이루었죠?"

리즈가 미간에 손을 짚으며 말을 잇습니다.

"뭐, 이제 쿠데타는 의미가 없긴 하죠. 바깥의 광신도들이 우리의 존재를 부정하고 우리 피로 저수지를 채우는 것이 굽어 살피시는 분을 기쁘게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네,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저라면, 여기서 불평만 하진 않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애슐리는 응급처치된 발목을 꺼내보였습니다.

"저들이 저를 공격해 상처입혔지만, 저는 이제 상처에 관계 없이 나가서 맞서 싸우도록 하겠습니다. 자, 편안한 생존 되고 계십니까? 아니면, 죽는 것만을 기다리고 계십니까?"

"...맞아, 이렇게 죽을 순 없지."

"스윗워터는 우리의 것이고, 우리가 지킨다!"

"라디오 아가씨 말이 옳아!"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무기와 호신도구를 들고 일어섰습니다. 애슐리는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내 손에 쥐었죠.



레오나가 권총을 들자, 니콜루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니콜루를 겨누는 광신도는 없었습니다. 다만, 매복하고 있던 자가 있었죠. 얼굴에 분칠을 한 자가 석궁을 들고 학교로 가는 길의 상점 간판 뒤에 숨어있었습니다. 그가 니콜루를 겨누자,

"디노, 여깁니다!"

레오나가 외쳤습니다. 광신도의 수장은 그 말을 듣고 광적인 속도로 석궁을 레오나에게 겨눴습니다. 디노는 레오나를 쐈고, 레오나가 어깨를 맞아 쓰러지는 동안 니콜루는 그 가족이 숨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갔죠. 그리고, 그 직후 스윗워터의 민병대가 진군을 시작했습니다.

디노는 석궁을 집어 던지고 만도를 꺼내들어 레오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온갖 장애물 따위 무시하고, 광적인 집착으로 모든 벽을 뛰어넘었지요.

"디노, 그 분께선 피를 바라는게 아니에요."

하지만 디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쓰러진 레오나는 디노에게 총을 쐈지만 그를 멈출 순 없었습니다.

우그작.

애슐리가 디노의 무릎을 쏴 박살냈습니다. 디노는 계속해서 레오나를 향해 기어갔지만, 그 속도는 한참 느렸습니다.

"디노. 다 끝났어요."

"아니다! 이건 그 분께서 내게 내려주신 마지막 시련. 네 년을 죽이고 난 구원받을 것이다!"

레오나는 어깨를 쥐며 일어나, 디노의 머리를 겨눴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건 정말 처음이에요."



"지옥에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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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각색이 꽤 있으니 주의


아무튼 이후 이야기는 이렇게 되었다.

디노의 광신도 집단은 대다수가 죽고, 살아남은 극소수도 뿔뿔이 흩어져서 더는 누구에게도 위협이 될 수 없게 됨

하지만 스윗워터의 주민들 또한 다수가 죽고, 쿠데타 등으로 분열된 모습을 보여준 지도층을 믿지 못해서 떠나는 이들도 다수 있었음

그래도 이번 일로 레오나를 그저 사제 (영적인 군주)로만 여기지 않고 진짜 리더로 받아들여 더욱 충성스러워진 이들도 있음 (니콜루 등)


과거에는 황무지의 주요 거점이었던 스윗워터였지만 그 세력이 꽤나 줄어버렸고, 애슐리는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라디오로 방송했고, 스스로 살아갈 의지가 있는 이들을 부르는 광고 효과를 냄


그리고 게이브는 반역 및 배교 등으로 인해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했지만...

과거 그를 따랐던 니콜루가 레오나에게 청원한 덕에 사면되었고, 그렇게 얻게된 두번째 삶을 오롯이 스윗워터와 굽어 살피시는 이를 위해 바치며 살기로 속죄함



"스윗워터의 재건이 또 이런 어려움 없이 순탄하게 이뤄질지 어떨지는 또 모르지만... 그건 오늘 할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됩니다. 자, 그럼 편안한 생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