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전에 썼던 거 좀 내용 추가해서 다시 쓰는 건데, 읽기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 한 줄로 요약한다.
이건 다 카오시움 때문입니다. 카오시움을 욕하세요.
전에도 썼던 이야기지만, 카오시움은 현대물에 신경을 조낸 안 쓰는 편임.
애시당초 이새퀴들의 "현대" 배경은 사실상 거의 "1990년대"였다. 예를 들어서 이놈들이 낸 "Cthulhu Now"는 2판이 1992년에 튀어나오고 이후 소식이 끊긴 물건이고, 그나마 최신작에 가까운 "Arkham Now"는 2009년 발매작이다. 근데 지금은 2017년이고 90년대에 태어난 애새퀴들은 이제 거의 다 성인이 된 상황이라고. 좀 더 CoC에 초점을 맞추면 Cthulhu Now는 5판 때 나왔는데 저 5판은 5.x로 동일 판본 유지하면서 업뎃만 네 번 했나 그러며 6판 전까지 10년이 넘게 해먹었음. 그리고 6판도 또 10여년을 해 먹고 나니 7판이 나왔고.
그러니까 당연히 2010년대쯤에 현실에 튀어나온 리얼 현대적인... 그런 요소는 키퍼가 적당히 알아서 넣어야 하고, 혹은 사악하기 그지없는 탐사자가 "네 그러면 저 숲을 제가 가져온 드론으로 정찰해 볼께요"라든가 "예 저 핸드폰 있으니까 사진 좀 찍어서 보낼 게요", 혹은 "네 스캔 떠서 보낼 게요" 같은 걸 악용하면 이야기가 틀어지다 못해 저 멀리 유고스를 찍고 안드로메다 너머로 날라갈 가능성이 100면체 주사위로 101이 안 나오는 거만큼이나 확실해짐. 그러다보니 비극적이게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대답을 대체로 못 해주는 카오시움의 물건들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음.
그리고 이렇게 현대의 발명품들을 사용하게 되면 세계관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초자연적인 비밀"을 유지할 근간이 흔들리게 됨. 윳툴루 TRPG의 클리셰 중 하나인 "이성이 까일 만한 장면을 인터넷에 올려서 불특정 다수의 이성을 까버리는" 장면이 그걸 가장 잘 보여 줌. 이 장면은 단순히 개그 요소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키퍼 입장에서는 "비밀의 일부가 대대적으로 세상에 공개되는 장면"임. 크툴루 신화는 원래 "미-고는 사진으로 찍히지 않고 시체는 시간이 지나면 증발한다" + "인간 조력자를 활용해 정체를 감출 수 있다" 등의 다양한 설정을 통해서 "정보의 은폐"를 다루었고, 혹은 탐사자들이 "이걸 공개하면 세상이 위험해"라고 믿게 만들면서 배경 또한 주로 "고립되거나 폐쇄된 환경"을 배경으로 하던 물건인데 말이지. 그러니까 현대 시점에서 비밀은 훨씬 손쉽게 폭로될 수 있고, 또한 고립되고 폐쇄된 환경 자체도 점점 보기 드물어짐.
1920년대에는 충분히 비밀을 감추거나 폐쇄된 환경을 만들기 쉬웠기 때문에 이런 건 걱정 안 해도 됐단 말야....? 근데 현대 세팅에 생길 수 있는 이런 시대적인 변수에 대해서 카오시움이 대답을 잘 했는가...? 적어도 현대 인간 사회와 현대 무기 및 기타 장비, 쳐맞는 부위 판정(Hit Location. 원래 BRP 룰에 나오는 요소임) 등을 다루는 데 몰두한 1990년대 핸드북이나 크툴루 나우에서는 아니었던 거 같음. 물론 상식적인 키퍼라면 그런 상황에서 "이상하게도 기계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정도로 처리해야한다는 걸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지하에서 웬 땅그지 같은 놈들 좀 마주칠 때마다 멀쩡한 카메라나 핸드폰이 맛가거나 멀쩡한 마도서 텍스트를 구글 번역하니까 그거만 못 읽어내는 것도 좀 웃기잖냐?
또한 이런 시대의 변화가 초자연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에 대해서도 카오시즘 쪽은 별로 설명을 안 함. 근데 충분히 인간들의 기술이 발전한 게 얘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법하고, 반대로 얘들이 여기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거거든. 그러니까 시나리오를 짤 배경은 어느 정도 설명해주면서 그걸 "제대로 된 시나리오"로 짤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대거 빠짐. 거기다 현대 세팅 시나리오라고 나오는 물건 다수는 몇 가지 현대적 요소가 도입된 거 빼면 굳이 현대가 아니어도 돌아갈만한 물건임. 그 몇 가지 요소라는 것도 잘해야 컴퓨터 / 헬리콥터 정도라 자물쇠가 달린 하드 커버 일기장이나 경비행기 같은 걸로 충분히 치환가능한 요소임. 사실 대부분의 CoC 시나리오가 시대나 지역은 맘대로 뜯어고쳐도 어느 정도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지기 때문인데, 그래서 역으로 현대 세팅으로 하는 맛이 훨씬 떨어지게 되는 효과를 낳는 거임. 예를 들어서 현대 배경으로 유령의 집을 돌리면 아마 탐사자는 분명히 핸드폰을 들고 갈 테고, 그걸 사용하려 들 건데,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한 번 잘 생각해 봐라.
이렇게 불완전한 현대 세팅은 당연히 강력한 적과 마주치게 됨. 그게 뭐냐.... 당대 흥하던 오컬트 / 음모론 요소와 크툴루 신화를 결합시켜 페이건 퍼블리싱이 내놓은 델타 그린. 거기다 델타 그린은 시대적인 변수와 현대의 세계관 / 상황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인 설명 / 설정을 하고 소설도 좀 내면서 나름대로 스토리를 진행시킨 결과 이래저래 기존 현대 세팅의 확실한 "상위호환" 수준으로 취급되기 시작함. 사실 카오시움의 현대 세팅이라는 게 위에서 설명한 대로 그냥 현대(1990년대)에 추가된 요소들 설명 / 룰 추가한 거 말고 없다시피 했거든... 게다가 저게 나오던 세기말 시점에서는 The X-files 같은 게 흥하던 시기라 "요원들이 초자연적인 악에 맞선다"는 컨셉이 먹혀들기도 훨씬 쉬웠고. 거기다가 CoC에서 나올 법하던 문제들은 델타 그린에서는 사실 "몰라 그냥 까라면 까는 거지"라는 위대한 상명하복의 논리로 커버가 됨. 너는 알아야하는 거 이상은 알 필요가 없어. 심지어 신판 에이전트 핸드북에서도 이따위로 설명을 넘긴다. 그러니까 과학기술이 있어도 은폐를 위해서 쓰지 않을 수도 있고, 써도 그걸로 모은 자료는 사회에 유출시키지 않고 은폐하는 게 당연한 거지. 그래서 그렇게 인지도를 쌓은 델타 그린은 이제는 기존의 음모론에 이어서 테러리즘과도 세계관을 연계하려 들면서 스탠드 얼론으로 새 살림을 차리려 드는 거임.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2010년대에는 또 다른 CoC 서플팔이 업체던 큐비클 7마저도 영국 정보조직이 초자연적 공포 및 테러리스트들과 맞다이까는 라운드리 파일즈 시리즈 및 BRP 룰셋을 기반으로 라운드리(Laundry) RPG 를 내놓으면서 CoC의 현대 세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상태임. 거기다 저 라운드리 파일즈 시리즈 작품 중에는 휴고상 수상작도 끼어있음 ^^ 1920년대 펄프 픽션과 같은 어찌보면 안 타는 쓰레기 퀄리티도 튀어나오는 원전에 의존을 안 해도 된다는 이야기지!
물론 CoC 측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깨닫고 좀 뭔가 현대적인 뭔가를 내 보려고 하긴 하는 거 같은데.... 솔직히 내가 봤을 때는 얘들은 여전히 좀 모자란다. 이 새퀴들이 7판에서 돌리라고 낸 시나리오 중에서 기본 현대물로 나온 건 이름 없는 공포에 나온 거 두 개인가 하고 오리엔트 특급열차의 공포 2판에서 잔뜩 추가해 준 외전격 시나리오 중 일부하고, 아마 다들 봤을 "난파선" 정도 뿐임. 그나마 서플팔이 업체 중 하나인 Stygian Fox에서 작년에 현대물 시나리오집으로 The Things We Leave Behind를 내긴 했는데 그건 카오시움 애들이 아니잖아? 오히려 이놈들이 낸 어둠으로 가는 문은 죄다 1920년대 세팅 기반이고, 오히려 일단은 펄프-크툴루로 "온가족의 1920년대 크툴루"를 좀 밀어보려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 지경. 다만 그 부분은 내가 두 머리 뱀을 읽기 전까지는 판단을 보류해야 할 것 같음.
3줄 요약
위에 1줄로 요약해줬는데 해야되냐?
일본이 현대물 배경하려고 오리지널 서플 좀 내는데, 거기에 괜찮은 자료가 없으려나.
그건 잘 모르겠어. 내가 일본어는 아예 못 하거든!
카오시움 개새끼!
원작존중 차원에서 현대물 포기한 거 아닌가란 되도 안 되는 추측을 해봄.
근데 그러면서 몇 년에 한 번씩 시나리오 내서 명줄은 잡고 있다 이거지....
컴퓨터...바이러스...
그러니 우리는 폰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갓 런드리를 찬양해야합니다
겁스 호러에 현대 물건들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설명 나옴. 답은 겁스다.